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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빅리그의 한국 영웅들]/[미,메이저리그] 자랑스런 한국선수

코리안리거 4인방 우등생이네

코리안리거 4인방 우등생이네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 4명이 미 프로야구(MLB)에서 뛴 지 두 달이 됐다.
혹독한 적응기를 거치며 이제 모두 50타석 이상을 소화했다.
야구 전문가들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동양인은 똑딱이'라는 편견을 깨고 파워로 MLB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입력 : 2016.06.02 08:56 | 수정 : 2016.06.02 09:08

美야구 두달, 50타석 넘은 선수들 성적표 뽑아보니


1일 현재 장타율을 따져보면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는 50타석 이상 출전한 메이저리거 362명 중 6위,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는 27위,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88위,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114위다. 4명 모두 MLB 상위 약 30% 이내 수준급 장타율을 과시하고 있다.

'일편단심' 강정호


강정호는 빠른 직구만 노리는 스타일이다. 시속 150㎞ 이상 빠른 직구에 대한 타율이 0.583으로 MLB 공동 1등(10타수 이상 기준)이다. 손목 힘이 강하고 배트 스피드가 빠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작년과 달리 직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볼카운트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노려 치고 있다"며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한국, 일본과 달리 MLB엔 힘으로 정면승부하는 투수가 많아 이런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올해 몸무게를 96㎏에서 100㎏으로 늘리면서 장타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AFP 연합뉴스

150km 넘는 직구 타율 0.583

이렇게 잘 치니까… 피츠버그가 오매불망 '킹 캉' 기다렸지

'킹 캉(King Kang)'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복귀 5경기 만에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강정호는 5월 12일 신시내티 레즈와 벌인 원정 경기에서 팀 추격에 발동을 건 시즌 3호 대포와 결승 득점으로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세 번째 대포는 팀이 2―4로 끌려가던 7회초 나왔다.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선 강정호는 레즈의 우완 선발 알프레도 사이먼의 3구째 커브볼(시속 약 122㎞)을 왼쪽 담장 너머 관중석으로 날려보냈다. 엉덩이가 약간 빠진 상태에서 방망이 중심에 공을 갖다 댔다. 미국 '피츠버그 스포팅뉴스'는 '강정호가 지난해에는 110타수째에 3호 홈런을 때렸지만, 스스로 100% 몸 상태가 아니라고 했던 올해는 15타수 만에 홈런 3개를 쳤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

강정호의 홈런 복수

'홈런 요정' 이대호


이대호는 주로 상대 선발투수가 좌투수일 때 선발 출전하거나 경기 후반 대타로 나온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대호는 평균 10.7타수마다 1개씩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부문 1위(50타석 이상 출전 기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코리안 메이저리거 4명 중 이대호의 스윙이 가장 부드럽고 완벽하다"며 "정확한 타이밍과 리듬, 자연스러운 체중 이동으로 타구를 멀리 날려보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평가한다.

10.7타수당 홈런 1개로 최다

이대호는 몸쪽, 바깥쪽 공을 가리지 않고 치는 방망이 실력으로 투수들을 괴롭힌다. 타구는 좌·우·중앙으로 부챗살처럼 다양하게 날아간다. 홈런의 영양가도 최고다. 이대호가 홈런 친 날 매리너스는 6번 중 5번 승리했다. 현지 팬들은 이대호를 승리 배달부 'DHL'이라고도 부른다.

/AP 연합뉴스

오뉴월 대호는 호랑이보다 무서워

5월에만 5홈런.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slow starter·궤도에 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람)'인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사진)의 방망이가 수은주가 올라가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샌디에이고戰 7호 홈런 터뜨려…
초여름에 유독 강한 모습 입증

이대호는 31일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7번째 대포를 터뜨렸다. 6―2로 앞선 8회 1사 1·3루에서 브랜던 마우러가 던진 시속 156㎞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그는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의 9대3 승리에 힘을 보탰다. 매리너스는 3연속 패배 끝에 1승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한국에서 온 신인 이대호의 스리런이 팀 승리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했다. 특히 CBS스포츠는 지난 4월 홈런 2개를 때린 이대호가 5월에만 5개의 홈런을 터뜨린 것에 대해 "이대호의 파워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홈런으로 한·미·일 통산 330홈런 고지에 오른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시절에도 날이 풀리는 초여름에 가장 많은 대포를 생산했다.  ▷기사 더보기
오른손에도 통하고, 왼손에도 통하는 대호

'생존 본능' 김현수


김현수는 스프링캠프 때 빠른 공에 애를 먹으면서 주전 경쟁에서 탈락했다. 얼마 전까지도 출장 기회가 드물었다. 매 타석이 절실했던 그는 템포 조절을 생존 비결로 택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그동안 '하나, 둘, 셋' 하고 치던 것을 '하나, 둘'에 바로 때리는 식으로 템포를 당겨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타격템포 찾으며
출루율 전체 3위

빠른 공에 자신감이 붙고 출전 기회도 늘면서 김현수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50타석 이상 MLB 선수 중 출루율(0.448)이 셋째로 높다. 타구를 외야 쪽에 보내는 것조차 버거워했던 그가 최근엔 빠른 볼을 공략해 첫 홈런까지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김현수가 원래 공을 맞히는 능력은 4명 중 최고"라며 "직구·변화구 가리지 않고 잘 받아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킴콩"… 마침내 현수가 웃었다

국내 최고 타자로 평가받던 김현수가 빅리그 17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뜨렸다. 그는 30일(한국 시각) 미 프로야구(MLB)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원정 경기에서 4-4로 팽팽히 맞서던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장했다. 상대 불펜 제프 맨십이 뿌린 몸 쪽 높은 직구(148㎞)에 배트를 돌렸다. 우익수 위로 쏜살같이 날아간 공은 그대로 외야석에 떨어졌다. 비거리 115m 대포. 쓸쓸히 벤치를 지키던 시련까지 담장 뒤로 넘겨버린 시원한 아치였다.

'땜빵'에서 첫 홈런까지…
서러운 두달 결국 이겨내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1호 홈런은 단순한 1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는 이날까지 5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고 최근 6경기에서 모두 출루했다. 타순은 9번에서 8번, 그리고 2번으로 상승했다. 민훈기 야구 해설위원은 "'땜빵' 선수였던 김현수가 이제 '진짜'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시범 경기에서 저조한 성적(타율 0.178)을 거두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팀도 그를 믿지 못했다. 벅 쇼월터 감독조차 "일단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행사하며 25인 로스터에 들었지만 홈 개막전에서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타석에 들어선 횟수(54회)는 부상 때문에 시즌 후 한 달이 넘어서야 복귀한 강정호(64회·피츠버그 파이리츠)보다 적었다. ▷기사 더보기

'파워 지존' 박병호


박병호는 쳤다 하면 장거리 대포다. 평균 비거리가 128.4m로 MLB 4위(6개 이상 친 타자 기준)다. 박병호는 홈런을 치기 어려운 낮은 공도 힘으로 퍼올려 펜스를 넘긴다. 최근에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당하며 슬럼프에 빠져 있다. 약점인 몸쪽 빠른 공을 상대 투수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MLB에서 12번째(5개)로 많은 사구(死球)를 얻어낸 것도 이 때문이다.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설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조언이 많았다.

/연합뉴스

142m 쭉, 중계카메라도 못잡은 박병호 홈런

4월 17일 8회 에인절스 사이드암 투수 조 스미스의 시속 127㎞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친 박병호의 타구가 중견수 뒤쪽, 새로 만들어진 2층 관중석을 강타하자 현지 언론은 "박병호가 타깃필드 역사상 가장 큰 홈런 중 하나를 쳤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TV 중계 화면이 궤적을 놓칠 만큼 큰 타구였다.

홈런 평균 비거리
128m로 4위

트윈스 구단은 공식 트위터에 홈런 장면을 보여주며 "공은 어디로 갔을까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전광판에 표시된 박병호의 홈런 비거리는 140.8m(462피트). 하지만 레이더 추적장치 '트랙맨'을 이용한 ESPN 홈런트래커의 비거리는 그보다 긴 142.03m(466피트)였다. 이는 올 시즌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로키스)가 지난 11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때린 올 시즌 최장거리(143.56m·471피트) 홈런에 약 1.5m 모자란다. 박병호가 4월 9일 터뜨린 MLB 데뷔 첫 홈런도 134.4m로 올해 홈런 비거리 26위에 해당한다.

박병호의 홈런 두 방을 분석해보면 그의 '괴력'이 증명된다. 10일 첫 홈런 때 그의 타구는 그라운드로부터 약 39m 떴다. 박병호의 트레이드마크인 '어퍼 스윙'의 결과다. 박병호는 상체를 젖힌 채 타격을 한다. 대신 강한 허릿심을 바탕으로 한 몸통 회전으로 타구를 멀리 보내는 힘을 만든다. 하늘을 뚫을 듯 높은 타구가 중간에 추진력을 잃고 떨어져 비거리가 감소되는 경우가 많지만, 힘이 실린 박병호의 타구는 담장을 손쉽게 넘긴다.
박병호가 17일 기록한 홈런은 1호 홈런(발사각 30.7도)보다 낮은 22.6도로 출발해 최고 높이가 27.7m에 그쳤지만, 엄청난 힘이 받쳐주면서 공기 저항을 무시하듯 쭉쭉 뻗어나가 타깃필드 역사에 남을 대형 홈런이 됐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