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깎신 김경아
단양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입력: 2015년 12월 20일 19:23:00
“애들과 남편한테는 미안하지만….”
탁구 라켓을 거머쥔 김경아(38·대한항공)의 눈빛은 매서웠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잠시 코트에 이별을 선언하고 3년. 남들은 지도자로 첫 출발을 고민할 나이에 다시 현역선수로 복귀를 선언했다. 20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전국남녀종합선수권에 출전한 그는 어린 동생들과의 거듭되는 혈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솔직히 큰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남편도 내가 계속 지면, 예전에 이룬 성과도 잊혀진다고 걱정했는데….”
김경아의 지난 한 달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최근 깜짝 복귀를 선언하더니 두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복귀 첫 대회였던 지난 1일 한국실업탁구대회 단체전에서 대한항공의 우승을 이끌었고, 20일 막을 내린 종합선수권에선 통산 10회째 단체전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베테랑 선수가 갖고 있는 노련미가 고비마다 빛났다. 국가대표가 모두 참가해 진검승부로 불리는 종합선수권 단체전 준결승에서 포스코에너지 윤선애과 맞붙은 4세트에선 6-10으로 끌려가다가 13-11로 뒤집어 결승 진출의 디딤돌을 놓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KDB대우증권과 맞붙은 결승에선 첫 단식에서 3-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김경아는 “사실 작년 12월에 전국남녀종합선수권에서 KDB대우증권에 우승을 내준 뒤 현역 복귀를 결심했던 것”이라며 “당시 둘째를 뱃속에 가지고 있었는데, 급하게 준비했던 것 치고는 성공적인 결과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대신 수싸움에선 내가 앞선다. 내년에는 단식도 욕심을 낼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대한항공 김무교 감독은 “경아가 꼭 승리가 필요한 순간에 예전의 실력을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김경아도 자신의 복귀 성공에 반신반의했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11년간 뛰어난 커트 실력을 자랑해 ‘깎신’이란 애칭을 얻었던 그이지만 은퇴를 선언했던 당시에 이미 35살로 최고령 선수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였던 석하정의 갑작스런 은퇴로 선수가 부족한 소속팀의 사정과 수비 전형인 자신이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믿고 복귀했다. 김경아는 “(당)예서가 출산을 하고 복귀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느냐”며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경아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목과 어깨 등 온 몸에 통증을 호소했다. 철저히 준비한 뒤 복귀하지 못한 탓에 운동선수로서 몸을 만들지 못한 탓이다. 하루 경기를 치르면 골반이 틀어져 밤마다 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김경아는 “운동을 다시 시작하니 새삼 예전의 선수 생활이 왜 힘들었는지 느끼고 있다”며 “한 경기를 치르면 팔이 저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지만 그래도 탁구를 하는 순간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경아의 성공적인 복귀전은 가족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편 박명규씨(39·정석고 교사)는 아내 대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매번 칼퇴근을 하고, 늙은 엄마는 아예 대전집을 떠나 사위와 같은 집에 사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김경아는 “못난 딸내미는 마흔살이 되도 엄마를 힘들게 한다”며 “남편도 내가 오전 훈련만 하는 수요일을 빼면 5시면 칼 같이 집에 들어와 애들을 본다”고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래서 선수 김경아는 더욱 탁구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김경아는 “가족들이 이렇게 도와주는 데 내가 탁구도 못하면 어쩌겠느냐”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겨울 휴가엔 가족을 위해 나도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경아가 선수로는 환갑인 나이에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것에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국내 탁구의 저변이 한계를 노출하다보니 수준이 떨어졌다는 신호탄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대한항공 이유성 단장은 “네가 아직도 이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아는 “한국 탁구 전체를 생각하면 걱정”이라면서 “그러나 내가 복귀한 게 어린 선수들에게 하나의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 나이 먹은 언니한테 지기 싫은 선수들이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면 한국 탁구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구 라켓을 거머쥔 김경아(38·대한항공)의 눈빛은 매서웠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잠시 코트에 이별을 선언하고 3년. 남들은 지도자로 첫 출발을 고민할 나이에 다시 현역선수로 복귀를 선언했다. 20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전국남녀종합선수권에 출전한 그는 어린 동생들과의 거듭되는 혈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솔직히 큰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남편도 내가 계속 지면, 예전에 이룬 성과도 잊혀진다고 걱정했는데….”
김경아가 지난 19일 충북 단양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제69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준결승에서 포스코에너지 윤선애를 상대로 특유의 커트를 뽐내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김경아는 “사실 작년 12월에 전국남녀종합선수권에서 KDB대우증권에 우승을 내준 뒤 현역 복귀를 결심했던 것”이라며 “당시 둘째를 뱃속에 가지고 있었는데, 급하게 준비했던 것 치고는 성공적인 결과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대신 수싸움에선 내가 앞선다. 내년에는 단식도 욕심을 낼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대한항공 김무교 감독은 “경아가 꼭 승리가 필요한 순간에 예전의 실력을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김경아도 자신의 복귀 성공에 반신반의했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11년간 뛰어난 커트 실력을 자랑해 ‘깎신’이란 애칭을 얻었던 그이지만 은퇴를 선언했던 당시에 이미 35살로 최고령 선수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였던 석하정의 갑작스런 은퇴로 선수가 부족한 소속팀의 사정과 수비 전형인 자신이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믿고 복귀했다. 김경아는 “(당)예서가 출산을 하고 복귀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느냐”며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경아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목과 어깨 등 온 몸에 통증을 호소했다. 철저히 준비한 뒤 복귀하지 못한 탓에 운동선수로서 몸을 만들지 못한 탓이다. 하루 경기를 치르면 골반이 틀어져 밤마다 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김경아는 “운동을 다시 시작하니 새삼 예전의 선수 생활이 왜 힘들었는지 느끼고 있다”며 “한 경기를 치르면 팔이 저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지만 그래도 탁구를 하는 순간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경아의 성공적인 복귀전은 가족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편 박명규씨(39·정석고 교사)는 아내 대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매번 칼퇴근을 하고, 늙은 엄마는 아예 대전집을 떠나 사위와 같은 집에 사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김경아는 “못난 딸내미는 마흔살이 되도 엄마를 힘들게 한다”며 “남편도 내가 오전 훈련만 하는 수요일을 빼면 5시면 칼 같이 집에 들어와 애들을 본다”고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래서 선수 김경아는 더욱 탁구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김경아는 “가족들이 이렇게 도와주는 데 내가 탁구도 못하면 어쩌겠느냐”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겨울 휴가엔 가족을 위해 나도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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