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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빅리그의 한국 영웅들]/[미주,유럽, 아시아,축구,야구등]

안타까운 부상과 슬라이딩 논란

민기자 칼럼

안타까운 부상과 슬라이딩 논란

출처 민기자 칼럼 | 입력 2015.09.19 10:06 | 수정 2015.09.19 10:44

지난 시즌 목동 구장을 비롯해 한국 프로야구장을 찾은 MLB 스카우트들의 강정호(28)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강정호의 파워라면 MLB에서도 내야수 중 수준급이며 적응 여부에 따라 충분히 주전급으로 뛸 수 있을 것이라는 호평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빅리그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로 보여줄 타격의 정확도나 강속구와 변화구에 대한 적응력,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에 대한 적응 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피츠버그가 상대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한 이유는 나름대로 강정호에 대한 오랜 관찰 끝에 나온 자신있는 판단과 함께 어느 정도 낙관론도 작용을 했습니다. 미지수에 대한 그들의 투자는 일종의 도박에 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강정호를 관찰하면서 그의 재능과 파워뿐 아니라 야구 지능과 성격 등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대성공으로 시즌 막판 강정호는 시카고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에 이어 NL 신인왕 후보 2위로 꼽힐 정도가 됐습니다.

< 18일 컵스전에서 1회 상대 주자 슬라이딩에 무릎 부위를 다친 강정호는 결국 수술을 받고 시즌을 일찍 마치게 됐습니다. >

그런데 당시 취재에 응했던 스카우트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그들의 보고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갔던 부분은 바로 병살 수비 때의 부상 위험도였습니다. (참고:http://sports.media.daum.net/sports/worldbaseball/newsview?newsId=20150117110752194#none)
유격수 혹은 2루수로 뛰게 될 경우 병살 플레이를 연결하면서 피봇 플레이를 원활하게 하지 못할 경우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내용이 거의 모든 팀의 '강정호 리포트'에 담겨있었습니다.

강정호의 수비력에 대한 의견은 스카우트마다 엇갈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는 합격점이 훨씬 많았습니다. 백핸드 수비 동작도 이미 능숙하게 숙지했다는 평가였고 땅볼 플레이 때 조금 더 앞으로 대시(dash)하면서 공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스카우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 같이 병살 플레이에 대해서는 야구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들며 강정호가 가장 주의해야할, 그리고 반드시 몸으로 숙지해야할 부분으로 꼽았습니다.

KBO리그에 익숙한 우리의 눈으로 보면 병살 플레이를 막으려는 MLB 주자들의 슬라이딩은 종종 대단히 위험할 정도로 격렬합니다. 2루수든 유격수든 공을 받아 2루 베이스에서 포스 아웃을 하고 1루로 송구를 연결하는 동작을 어떤 식으로든 방해하려고 합니다. 마치 야수에게 부상이라도 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위협적입니다.
마이너리그부터 오랜 기간 그런 플레이에 익숙한 유격수와 2루수는 그것을 피하는 방법도 숙지하고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들은 대부분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플레이를 합니다. 그럴 경우 밸런스를 잡기가 힘들어 송구가 빗나가기도 하지만 실패보다는 병살 성공이 많은 이유는 수없이 그런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송구를 끝내고 종종 주자와 함께 나뒹굴기도 하지만, 공중에서 경미한 충돌 정도로 끝나므로 큰 부상을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부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올 시즌 피츠버그의 유격수 조디 머서가 유사한 플레이에서 부상으로 상당 기간 결장해야 했고, 그리고 18일에는 올 시즌 맹활약을 하던 강정호가 거의 보름 만에 유격수 출전했다가 주자와 충돌하며 큰 부상으로 쓰러졌습니다.
충돌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강정호는 왼다리를 땅을 확고히 디디고 축을 만든 채 공을 강하게 송구했고, 바로 그 순간 컵스의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무릎 부분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며 강정호의 왼쪽 무릎 바로 아래를 강타했습니다. 쓰러진 강정호는 고통을 참지 못했고 결국 양쪽에서 부축을 받고 절룩거리며 운동장을 벗어났습니다. 왼쪽 다리는 거의 땅을 디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우려보다 결과는 더 안 좋았습니다.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할 정도였습니다.

< 부상 순간의 연속 동작을 보면 코글란이 강정호를 목표로 몸을 날리는 모습이 분명히 보입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대체적으로 격했지만 더티 플레이는 아니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

피츠버그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강정호가 왼 무릎 내측 측부 인대 및 반월판 파열, 정강이뼈 골절로 인해 오늘밤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복귀까지는 6~8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회복 기간은 보통 최장 기간으로 잡으므로 내년 스프링 캠프(2월 중순)에 복귀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강정호에게 불의의 시련이 닥친 안타까움은 달랠 길이 없습니다. 특히 대단한 시즌을 보내고 이제 첫 포스트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과격한 플레이 때문에 부상으로 쓰러진 장면은 나와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코글란의 플레이에 대한 반응은 온도차가 꽤 심합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아쉽고 안타깝지만 정당한 플레이였다는 평가가 주종입니다. 심지어 중계를 했던 피츠버그 해설자도 '격렬한 플레이였지만 더티 플레이는 아니었다고 본다.'는 즉각 반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경기 후 허들 감독이나 동료들 역시 팀 동료이자 핵심 멤버로 자리한 동료 강정호에 대한 개인적이고 또 팀으로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기는 했지만 코글란을 탓하는 코멘트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그들의 눈에는 'takeout slide' 즉 병살 방지를 위해 야수를 병살 플레이에서 끌어내버리는 슬라이딩을 했다는 시선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국내 팬들의 질타는 대단히 심했고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좀처럼 그런 플레이를 KBO리그에서는 접할 수 없었고, 동작을 보면 의도적인 충돌임이 역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그들의 야구 문화를 이해한다고 해도 과연 충분히 납득이 가는 슬라이딩이었을까요?

느린 그림을 몇 차례 돌려봤습니다. 강정호는 워커의 송구를 받은 후 왼발로 2루 베이스 옆으로 한 스텝을 밝은 후 오른발로 땅을 딛고 다시 두 번째 스텝을 하면서 왼발을 디디고 송구를 했습니다. 2루 베이스에서 충분히 멀어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코글란은 아예 작정을 하고 강정호를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물론,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손을 2루 베이스로 향하는 기본적인 동작은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시선에는 이 손동작이 코글란의 슬라이딩을 있을 수 있는 플레이로 생각하게 만든 듯 싶습니다.

그러나 코글란의 동작을 찬찬히 보면 일단 오른 스파이크 바닥이 높게 강정호의 정강이 부분을 향하고 있었고, 넓게 벌린 다리도 높게 들리면서 결정적으로 충돌이 무릎 바로 아래쪽에서 이루어지는 최악의 사태를 낳았습니다. 정상적으로 다리를 모으고 낮게 들어가는 슬라이딩이었다면 강정호가 발목에 코글란의 다리가 걸리며 넘어지는 정도에서 끝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높게 들어간 다리는 고의성이 다분합니다.
축구에서도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할 때 발바닥이 보일 정도로 높게 들어가면 그 고의성 때문에 옐로우 카드나 심하면 레드카드가 주어지는 것과 유사하게 보이는 슬라이딩이었습니다. 동료들이 모여서 걱정스럽게 쓰러진 강정호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페드로 알바레스가 그레고리 폴랑코를 보면서 다리를 치켜들며 발이 너무 높았다고 설명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계속 이어져 내려온 플레이이기에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는 어렵지만 코글란의 플레이가 심했다는 이야기는 현지에서도 흘러나옵니다.
선수들은 병살 방지를 위한 슬라이딩을 할 때도 다리를 모으고 들어가라고 배웁니다. 야수는 물론 주자의 부상도 가능한 한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지와의 인터뷰에서 피츠버그 한 선수는 익명을 요구하며 "코글란은 마치 하키 골키퍼처럼 다리를 벌리고 강정호에게 다리를 들이밀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분명히 정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물론 더티 플레이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더티 플레이와 공격적인 플레이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분명히 강한 의도는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러 부상을 가할 의도가 있었다고는 추측하고 싶지는 않고, 그 사실은 오직 코글란 자신만이 압니다.
그러나 6년 전인 2009년 당시 마이애미에서 뛰던 코글란이 탬파베이와 경기에서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거의 유사한 슬라이딩 플레이로 중상을 입혔던 전력까지 드러나면서 국내 팬들의 분노는 더해지고 있습니다. 반면 현지에서는 아시아권의 야구와 미국 야구의 차이에 대한 견해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지난 2011년에도 닉 스위셔가 병살을 깨려는 슬라이딩에 미네소타 2루수를 보던 니시오카 쯔요시의 정강이뼈가 골절된 사고를 들며 병살 플레이의 주루 플레이 차이로 인한 부상이라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그러나 현지에서도 코글란의 슬라이딩은 다리가 높았고 의도가 악의적이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알바레스가 다리를 치켜들며 슬라이딩이 높았음을 폴랑코에게 얘기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강정호의 부상이 크게 조명되면서 규정 변화의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이상 사진 MLB TV 캡쳐 >

그런데 이번 강정호의 부상은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티(SI)' 지는 19일자 기사에서 'Jung Ho Kang's injury shows need to change rules on takeout slides(강정호의 부상은 테이크아웃 슬라이드의 규정에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상세한 소식을 전하며 이제는 병살을 막기 위한 무리한 테이크아웃 슬라이드의 규정을 수정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타자들이 국내 프로에 와서 처음에 혼란스러워 하는 관습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포수가 공을 잡았을 때 홈으로 질주하며 강하게 충돌하는 것이고 또 하나가 바로 2루에서 병살을 깨기 위해 야수를 향해 강한 슬라이딩을 하는 것입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커림 가르시아가 포수와 큰 충돌 후 항의를 받자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의아하던 모습이나, LG 트윈에서 뛴 잭 핸너한이 2루에서 병살을 깨려고 슬라이딩을 했다가 야수가 화를 내자 어리둥절하며 성질은 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MLB의 그런 관습 중에 홈에서 포수와 주자의 충돌은 이제 거의 사라졌습니다.
2014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떠오르던 스타 포수 버스터 포지가 홈에서 마이애미의 스캇 커즌스와 충돌해 다리가 골절되며 시즌 아웃이 된 후 MLB는 더 이상 이런 심각한 부상을 방치할 수 없다며 포수가 공을 잡기 전까지는 홈플레이트를 블록할 수 없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 후로 홈에서의 대형 충돌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번 강정호의 경우도 그런 유사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강정호라는 선수의 지명도가 이제 미전역에서 주목할 정도로 급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부상의 피해가 너무도 큽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현지 언론에서는 '파이어리츠가 시카고 컵스에 중요한 시리즈를 내준 것도 아쉽지만 정작 큰 손실은 강정호의 부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강정호는 MLB에서의 첫 시즌을 126경기 421타수 121안타로 2할8푼7리에 2루타 24개, 3루타 2개, 홈런 15개, 28볼넷, 99삼진, 5도루로 마쳤습니다. 출루율 3할5푼5리에 장타율 4할6푼1리, 그리고 OPS 8할1푼6리의 훌륭한 시즌이었습니다. 강정호가 기록한 WAR 4(ESPN)는 현지 평가를 반영하면 적게 잡아도 2800만 달러의 활약도를 보여주었다는 반증입니다.

아쉽게 끝나버린 첫 시즌이지만 앞으로 MLB 무대에서 더욱 매서운 활약을 펼치리라는 기대의 서막 속에 이제 힘든 재활을 거쳐 2016시즌을 준비하는 긴 겨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SI.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