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탁구 기본 기술] 눈 + 걷기 + 건강/[청와대] 총리, 실장교체+3인방 껌

[주용중 칼럼] 인적 개편의 순서가 틀렸다

[주용중 칼럼] 인적 개편의 순서가 틀렸다

  • 주용중 정치부장

    입력 : 2015.01.28 03:00

    먼저 떠나야 할 靑비서실장이 人事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인적 개편의 효과 떨어뜨리고 정부 관례에도 어긋나는 일
    후임자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대통령·各界 잇는 다리 역할을

    
	주용중 정치부장 사진
    주용중 정치부장

    요즘

     

     

     

     

     

     

     

     

     

     

    요즘 박근혜 정권의 인적 개편 과정에서 제일 이해 안 가는 구석이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주 총리 교체와 청와대 수석·특보단 인사에 이어 후속 개각,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인사 업무까지 챙기고 있다. 곧 발표될 정무특보단 인사는 담당 수석이 잘 모를 정도로 김 실장이 주관하고 있다. 떠날 사람이 후임자가 데리고 일할 사람들을 뽑고 있는 것이다. 정부 기관장도 교체를 앞두고는 인사를 안 하는 것이 관례다.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간다"는 험담도 피하고 후임자도 배려하기 위해서다.

    김 실장은 지난 25일엔 새 수석들과 선임 비서관들을 불러 3시간 20분 동안 워크숍을 했다. 그는 마치 새로 일을 시작하는 사람처럼 참석자들의 '군기(軍紀)'를 잡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새 팀이 꾸려졌을 때 단합하는 차원에서 워크숍을 해왔다. 김 실장은 후임자가 주재해야 할 워크숍을 자신이 앞당겨 소집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 여러 가지 당면한 현안을 먼저 수습하고 나서 (김 실장의 거취를)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김 실장 입장에선 임명권자인 대통령 뜻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할 것이다. 통상적이라면 공직자가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김 실장의 마지막 소임은 통상 업무가 아니라 청와대가 새 인물들로 새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다수 국민은 김 실장부터 물러나기를 바랐다. 그런데 김 실장은 인적 개편을 자신이 마무리해놓고 제일 마지막에 떠나겠다고 하고 있다. 대통령의 '수첩 리스트'도 한계에 이르고 '비서관 3인방'도 몸조심하는 상황에서 김 실장의 시야 밖 사람들은 발탁 후보군(群)에 끼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니 인적 개편의 효과는 반감(半減)하고 타이밍도 놓치게 됐다. 그가 정말 사심이 없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설령 자신을 붙잡더라도 "새 비서실장을 제일 먼저 뽑아서 그에게 인적 개편을 맡겨야 합니다"라고 직언한 뒤 먼저 훌훌 떠났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일이다. 실세(實勢)로 불린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각 수석이나 비서관들과 제대로 상의도 않고 행정관 인사안을 짜놓았다. 그때 역시 힘 있는 비서관이었던 한 인사는 "행정관 10여 명 중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7~8명을 바꿔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 다른 비서관은 박 비서관이 짜놓은 행정관을 데리고 일했다. 그런 비서관실은 결국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후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 비서관의 심정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하게 될 후임 비서실장이 이미 임명된 수석·특보·비서관들을 다시 바꾸겠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 실장은 후임자가 자신을 야속하게 여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안 하는 모양이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과는 다른 역할을 후임자에게 기대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김 실장이 대통령 지시를 받아 내각과 당을 리드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총리, 특보단, 신설된 정책조정수석 등에게 김 실장이 누린 권력을 분산시키려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후임 비서실장의 활동 폭은 줄어들고 힘은 빠질 수 있다.

    문제는 청와대의 구심력보다는 내각, 당, 사정 기관의 원심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김 실장이 특유의 경륜과 카리스마로 여기저기 다잡느라 애써 왔는데도 그렇다. 청와대부터 기강이 흔들리는 일이 빈번했고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얘기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전거(정권)가 굴러가려면 바퀴축(대통령)과 바퀴살(국정의 주요 담당자)이 헐렁거리지 않도록 튼튼하게 잇는 일이 임기 중반일수록 중요하다. 그 역할은 결국 청와대 비서실장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또 '김기춘식'으로 컨트롤하려 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장관이나 당 사람들이 빛나도록 청와대 비서실장이 뒤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런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청와대부터 절간처럼 조용한 곳이 아니라 시장처럼 활기 넘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키 170㎝의 사비 에르난데스가 스페인 축구팀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이유는 늘 주변을 살피기 때문이다. 그를 측정한 결과 90분 경기 동안 850번 고개를 돌려 다른 선수들 위치를 파악했다고 한다. 지금 청와대에는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는 사람이 아니라 사방팔방을 끊임없이 살펴보는 비서실장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대통령을 위하는 사람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