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24 02:58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정부와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를 맡아 내각을 지휘하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서실 후속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물러난다. 소통 강화 및 여론 전달 역할을 맡을 특보 4명을 1차로 발표했고 이와 별도로 복수의 정무특보단도 조만간 결정된다. 이른바 '문고리 비서관 3인방' 중 안봉근 제2부속실장이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제2부속실은 폐지됐다. 이재만 총무비서관도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비선(袐線) 국정 농단 의혹' 및 문건 유출 파동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민심과 정반대로 가는 모습을 거듭했다. 여기에 연말정산 파동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다. 2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3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5%포인트나 내려간 것으로 민심 이반(離反)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개편을 서두른 것 같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이날 "국민의 말씀을 부모님 말씀과 같이 경청하며 대통령에게도 쓴소리,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이 진짜 국정 파트너"라며 "야당을 이기려 하지 않는 정부, 야당을 이해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많은 총리 후보자가 비슷한 말을 했지만 실천은 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만 넘기면 얼마 안 가 의전 총리, 있으나 마나 한 총리가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은 야당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총리 후보자는 야당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성원을 받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야당을 파트너로 대우하면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할 수는 없다. 이 정부 첫 특보단도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바깥 민심을 전달해야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 평가대로 사심없이 청와대를 끌어왔다. 법치에 대한 신념이나 애국심도 남다른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지휘 방식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거듭 드러났다. 공직(公職)은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다. 2년 가까운 시간을 통해 국민의 부정적 평가가 굳어졌다면 홀연히 떠날 수 있는 것도 진정한 공직자의 자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세 비서관을 계속 옆에 두기로 한 것은 이번 개편으로 새출발하려는 정부에 흠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세 비서관 역시 비위의 증거가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들만을 지근거리에 두고 많은 일을 시키면서 권력 독점이나 남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직은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닌 만큼 대통령은 공직 인사에서 국민의 비판 여론을 겸허하게 듣고 반영할 의무가 있다. 세 사람이 청와대에 남게 됐더라도 그들을 둘러싼 구설은 이제 여기서 끝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신년 회견이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뒤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국무회의에서 "새출발하자"고도 했다. 지금 새출발이 가장 필요한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2년간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챙겨왔다. 대통령의 역할은 자신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 사회 전체가 활기차게 일하도록 만드는 데에 있다. 지난 2년은 그 반대였다. 대통령 한 사람만 보이고 나머지는 끌려다니는 것처럼 비쳤다. 그 부정적 여파가 결국 박 대통령 자신에게로 밀려들고 있다. 이번 정부 개편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큰 리더십, 민심을 보듬는 리더십으로 돌아가고 움츠려 있던 총리와 내각이 나서서 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것이 지지를 철회한 많은 사람이 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새출발일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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