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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4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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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2일 대법원이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일부에서 대법원은 RO(지하 혁명 조직)가 없다고 했는데 헌재는 RO가 있다고 봐서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헌재와 대법 판단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둘은 판단 대상과 과정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헌재의 판단 대상은 정당의 위헌 여부이고 법원의 판단 대상은 이석기 등이 형법상 내란 선동·음모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다.
헌재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反)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1980년대 민족 해방(NL) 계열의 활동, 통진당 주도 세력이 관여한 일심회 간첩 사건과 민혁당 사건, 2000년 민주노동당의 창당과 노선상 차이로 인한 분당 등을 폭넓게 살폈다. 또 그들의 교육·선전 책자 등 방대한 자료로 통진당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를 분석해 사실상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위헌 정당이라고 결론 내렸다. 즉 헌재는 위헌성 판단을 위해 통진당의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 본 것이다.
헌재는 RO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한 적이 없다.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헌재도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2013년 5월 12일 회합 상황을 적시했다. 하지만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비례대표 부정 경선 등과 더불어 당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반된다는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열거했을 뿐이다. 이석기와 여러 통진당 간부가 국가 기간 시설 파괴, 무기 제조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으므로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RO가 존재하는지, 이들이 형법상 내란 음모를 저질렀는지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법원의 판단 대상은 이석기 등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국한된다.
즉 헌재는 헌법 수호자의 입장에서 미래의 위험성까지 생각하지만 형사 책임을 묻는 법원은 그들의 과거 행위가 형법 위반인지만 본다. 이 때문에 법원은 내란이 무엇인지, 음모나 선동이 무엇인지 세밀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래서 법원은 헌재와 달리 엄격한 증거법 원칙을 적용해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서류나 녹취록 등을 증거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소송의 대원칙도 적용된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RO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내란 음모에 대해서는 "실행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이석기 측은 2013년 5월 회합에 대해 법원에서는 자신들의 형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당 차원 행사'라고 주장했고, 헌재에서는 통진당 해산을 피하려고 '몇몇 개인의 행동'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당사자들조차 헌재와 법원의 심판 차이를 활용해 분리 대응한 것이다. 그런데도 본래부터 다를 수밖에 없는 두 판단에 대해 일각에서 새삼 '대법원이 헌재와 달리 판결했다'고 주장하는 목적이 뭘까. 그렇게라도 상황을 호도해 이미 해산된 통진당을 되살리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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