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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한한 힘/[9988] 김연수 음식으로 치유하기

콜레스테롤 높다고 무조건 고기 피하지 말라

  • 콜레스테롤 높다고 무조건 고기 피하지 말라

  •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IFTA) 대표
    E-mail : ifta@iftanet.com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을 졸업했다. 푸드테라피라는 개념을 국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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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01 08:40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렵고도 귀한 존재라는 의미이다. 처가나들이가 뜸하였던 옛날에는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주던 풍습이 있었다. 먹거리가 궁핍하였던 시절에, 그것도 가난한 살림의 밑천이나 다름없었던 씨암탉을 말이다. 그렇지만 닭고기의 영양적 성분을 알고 보면 흥미로운 사실 한가지를 더 깨닫게 된다.

닭고기는 말그대로 ‘콜레스테롤 덩어리’이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닭고기에 함유된 콜레스테롤 양은 돼지고기에 비해 2~5배나 된다. 특히 부위별로 보았을 때 닭날개, 닭다리, 닭똥집에 아주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어 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흔히 다이어트할 때 많이 선호하는 닭가슴살의 경우도 돼지갈비에 비해 콜레스테롤 양이 2배정도 됐다.
콜레스테롤 높다고 무조건 고기 피하지 말라
요즘 사람들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라면 일단 거부감을 갖는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본질적으로 성(性)호르몬을 합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 호르몬 합성에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사위를 위한 씨암탉 밥상에서 딸자식의 행복을 기원하는 부모의 깊은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지질(脂質)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은 흔히 알고 있는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세포막과 부신피질호르몬을 형성하고 뇌 신경전달에도 필요한, 우리 몸을 구성하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따라서 몸안에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부족해도 자칫 신경장애나 뇌출혈 같은 증상이 수반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간에서 생산되는 콜레스테롤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인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청소부 역할을 한다. 콜레스테롤은 몸 안에 불필요한 노폐물을 몽땅 수거한 뒤 다시 간으로 운반해 호르몬으로 재생시키는 임무가 있다. 콜레스테롤에는 이른바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즉 HDL(High Density Lipoprotein)과 LDL(Low Density Lipoprotein) 두 종류가 있다. 청소부 임무를 맡은 콜레스테롤이 HDL이고, 간으로 회수되지 못하고 혈관에 남은 찌꺼기가 LDL이다. 혈관 안에 좋은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혈관이 약화될 수 있다.

흔히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마른 오징어, 새우, 성게, 장어구이, 연어알, 대구알 등이 꼽힌다. 이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하면 무조건 이러한 식품을 피하고 채식단으로 바꾸려 한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먹는 식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을 똑같은 양 섭취해도 어떤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어떤 사람은 그대로고, 심지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은 특정 식품 때문이 아니라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식사량이 불규칙하고 자주 폭식하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간식을 포함해 하루 6회 이상 먹는 사람이 하루 2회 먹는 사람에 비해 700kcal를 더 먹었음에도 총콜레스테롤 양이 30mg/dl로 낮았다. 또한 살코기를 규칙적으로 먹으니까 콜레스테롤이 오히려 5~10mg/dl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마른 사람도 콜레스테롤치가 높을 수 있다고 강조한 고지혈증 치료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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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콜레스테롤을 낮추려고 체중을 2~3kg 뺐지만, 끼니를 걸러 콜레스테롤이 30mg/dl 이상 높아지는 사례도 있다. 우리 몸은 굶거나 한 끼를 적게 먹으면 당 흡수를 늘이고,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만들어내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식사습관으로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적인 식사다. 체중조절 한다고 아침이나 저녁을 거르지 말고 견과류와 샐러드, 우유, 과일이라도 챙겨먹어 속을 빈 상태로 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좋은 기름, 즉 불포화지질이 풍부한 올리브유·들기름·아마씨유·호두기름 등을 샐러드 같은 음식에 자주 곁들여 먹고 생선을 최소 주 3번 이상 챙겨 먹는게 좋다. 기름이 적은 살코기도 3-4점씩 최소 주 1-2회 챙겨 먹는다. 그리고 생수를 자주 마시도록 한다.

음주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흔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남성들은 주로 저녁에 술과 안주를 폭식한 뒤 아침을 거르는 식사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려면 술자리에 가더라도 가급적 안주는 적게 먹고 다음날 기상후 1~2시간 안에 반드시 식사를 한다는 원칙을 세워 실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매일 40분이상 걷고 근육을 키우는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