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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중소기업

파업·직장폐쇄… 알짜 철강社 세아제강에 무슨 일이

파업·직장폐쇄… 알짜 철강社 세아제강에 무슨 일이

  • 김기홍 기자

    입력 : 2013.09.26 03:01

    [25년 무파업 기록 깨져]

    노조 "임금 인상" 한달간 파업, 최근엔 민주노총 가입
    사측 "연봉 경쟁업체의 2배" 창원공장 폐쇄로 맞불
    車 특수강 생산 '세아베스틸'도 현대제철 진출 선언으로 위기

    세아제강 연도별 실적 그래프
        철강업계의 알짜 기업으로 꼽히는 세아그룹이 지난 3월 고(故) 이운형 회장의 급작스러운 별세 이후 곳곳에서 시련을 겪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세아제강은 1988년 이후 25년간 이어진 무파업 기록이 깨졌고, 자동차 부품용 특수강 소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세아베스틸도 현대제철이 이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강력한 경쟁자와 맞서게 됐다.

    세아제강은 지난 24일 파업이 진행 중인 창원공장에 대해 무기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 회사 포항공장(노조원 360여명)과 창원공장(노조원 50여명) 소속 노조원 400여명은 지난달 28일부터 한 달 가까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은 창원공장만 직장폐쇄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생산 현장으로 복귀한 노조원 20여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강성 노조원들이 창원공장에 들어와 복귀 노조원을 상대로 위협을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노사는 지난 5월 말부터 4개월 동안 30차례 넘게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기본급 인상에 대한 입장 차이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회사 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하루에 22억원씩, 현재까지 6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새로 구성된 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점을 내세워 기본급 8.8% 인상과 상여금 730%에서 800%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인상으로 고정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면서, 기본급 3.2% 인상과 성과급 200% 지급안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포항·창원 공장 생산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8200만원에 달한다"면서 "경쟁업체보다 연봉이 2배 가까이 많고 노조원 10%가량은 억대 연봉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특히 노조가 지난 23일 상급단체를 강경 성향의 민주노총으로 바꾸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바꾼 이후, 노조가 파업 기간 임금 손실분 보전 요구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 보전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 매출 2조원대인 세아베스틸도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자동차 부품용 특수강 소재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현대제철이 2015년부터 연 100만톤 규모로 자동차용 특수강을 생산하게 되면, 세아베스틸은 경쟁 심화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강 업계에선 오너 2세인 이운형 회장 별세 이후 세아그룹 내부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조가 25년 만에 파업한 것도 향후 경영권 변화를 예상한 선제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회장 별세 이후에도 그룹 경영진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면서 "이 회장 별세와 파업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