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야구(미국).추신수.류현진.박찬호.

[클릭! 취재 인사이드] 美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의 뒤를 이을 넥스트 토종 한국 스타는?


[클릭! 취재 인사이드] 美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의 뒤를 이을 넥스트 토종 한국 스타는?

  • 손장훈·스포츠부 기자

  • 입력 : 2013.07.24 02:59 | 수정 : 2013.07.24 09:44

    
	손장훈·스포츠부 기자
    손장훈·스포츠부 기자

    '코리안 몬스터'인 류현진(27·LA 다저스)이 23일(한국시간) 열린 캐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후반기 첫 등판 경기에서 승리해 시즌 8승을 따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해인 올해 류현진은 19경기에 등판해 16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던졌고, 14번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상의 눈부신 피칭을 했습니다. 23일 그의 호투로 LA다저스는 올 시즌 첫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로 도약했습니다.

    지난해 빅리그 입성이 결정되었을 때만 해도 한국에서만 뛴 ‘메이드 인 코리아’가 한 수 위의 무대인 미국에서 성공을 거둘지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많았지요. 그런데 류현진 선수가 보란 듯이 한국의 일류가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훌륭하게 증명해 보엿습니다.

    그래선지 올해 전국의 야구장에는 한국 프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려는 MLB 스카우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 삼성과 넥센의 경기가 열린 서울 목동 구장엔 MLB 5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몰렸습니다.

    NC 김경문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박찬호나 김병현과 달리 한국 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케이스인 류현진의 경쟁력이 곧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보여준다”며 “미국 야구가 한국 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 출신의 ‘제2의 류현진’이 또 나온다면 누구일까요.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왼쪽부터) 윤석민(KIA)·오승환(삼성)/스포츠조선DB
    (왼쪽부터) 윤석민(KIA)·오승환(삼성)/스포츠조선DB

    윤석민과 오승환은 지금도 MLB에서 충분히 통할 ‘실력파’

    대다수 전문가들은 류현진과 어깨를 나란히했던 오승환(삼성)과 윤석민(KIA) 선수를 영순위로 꼽았습니다. 두 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오승환 선수가 던지는 공의 위력은 메이저리그 팀 불펜 한자리를 꿰차기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최대 157㎞까지 찍은 오승환 선수의 직구는 속도 측면에서 메이저리그 선수의 웬만한 마무리 투수에게 밀리지 않습니다. 오승환의 직구는 속도뿐 아니라 다른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PTS(Pitch Tracking System) 분석상 일반 투수의 공에 비해 회전수가 많아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 부근까지의 낙하 폭이 작습니다. 상대하는 타자는 예상보다 낙차가 크지 않아 공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볼 끝’이 좋다는 것이죠.

    윤석민 선수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입니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윤 선수가 던지는 150㎞에 육박하는 직구와 140㎞대의 고속 슬라이더 뿐 아니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수준급으로 구사한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못해도 각팀의 4~5선발 정도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민은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끝난 뒤 미국의 야구 전문 주간지 BA(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비(非) 메이저리그 유망주 부문에서 18위에 올랐습니다.

    물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곳인 만큼 두 선수 모두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KBS N 하일성 해설위원은 “윤석민은 한국 무대보다 빡빡한 메이저리그 스케줄에 적응할 수 있는 튼튼한 몸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윤석민 선수는 신체의 내구성이 뛰어난 편이 아닙니다. 잔 부상을 자주 당해 매 시즌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어깨가 좋지 않아 부진합니다.

    반면 류현진 선수는 한국에서 매년 평균 180이닝씩을 소화할 정도로 꾸준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시차(時差)와 긴 이동거리뿐 아니라 한 해 치러야 하는 경기 수(166경기)가 한국(128경기)보다 30% 정도 많습니다.

    오승환 선수는 구질의 다양화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수준급의 변화구를 한 개 이상 장착해야 정상급 소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지적을 아는지 오승환 선수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이면서 공을 더 예리하게 가다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오승환이 좋은 직구를 가졌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의 슬라이더가 업그레이드됐다면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왼쪽부터) 최정(SK)·강정호(넥센)/스포츠조선DB
    (왼쪽부터) 최정(SK)·강정호(넥센)/스포츠조선DB

    野手 가운데는 공·수·주 모두 갖춘 최정과 강정호가 1등 후보

    야수 쪽에선 최정(SK)과 강정호(넥센) 선수가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미국에선 야수를 평가할 때 다섯 가지를 본다고 합니다. 타격의 정확성, 파워, 수비, 송구, 주루 능력입니다. 이 5개 능력을 다 갖춘 선수를 일러 ‘5 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라고 합니다.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으로 이런 선수에게 대부분 구단이 군침을 흘립니다.

    최정과 강정호 선수가 바로 ‘5 툴 플레이어’ 스타일입니다. 소속팀에서 각각 3루수와 유격수를 맡고 있는 최정과 강정호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수준의 수비수입니다. 어깨도 좋아 1루 송구가 뛰어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요. 두 명 모두 지난해 3할 타율에다 20개 이상의 홈런과 20개를 넘는 도루를 했습니다.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정과 강정호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며 “유격수와 3루수 수비가 메이저리그 레벨에 모자라면 수비 부담이 적은 2루수 등으로 포지션을 변경해 빅리그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일본 프로야구에 있지만 이대호(오릭스 버펄로스) 선수를 언급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2011년까지 롯데에서 뛰다 이듬해 일본 무대에 진출했습니다. 그는 올해 일본에서 타율, 타점, 홈런 등 타격 주요 부문에서 리그 수위권에 오르는 등 맹활약 중입니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파워에 정확성을 겸비한 타자”라면서 “덩치 때문에 수비와 주루에 약점이 있으니 한 해 25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류현진/ 스포츠조선DB
    류현진/ 스포츠조선DB

    “류현진은 특별 케이스, 한국선수 MLB 직행은 아직 성급하다”는 신중론도

    이런 낙관론과 반대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직행(直行)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었다는 관점에서입니다. 로스앤젤레스가 미국 내에서 한인(韓人)이 많은 곳인데다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가 시차상 한국 시각으로 주로 오전에 방송된다는 점 등이 구단의 마케팅에 유리했기 때문에 LA 다저스가 류현진을 영입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허구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만약 경기가 한국 시각으로 새벽에 주로 방송되거나 한인이 별로 없는 동부 지역의 구단이라면 한국 선수를 영입하더라도 마케팅이나 구단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팀들은 큰 돈을 들여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보단 구단 자체의 마이너리그 팀 선수를 키우거나 같은 비용으로 다른 메이저리그 팀의 좋은 선수를 데려오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박찬호와 김병현의 성공에 자극받은 많은 고교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로 직행했지만 살아남지 못했는데, 만약 그 선수들이 한국에서 지도자들의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가르침을 받았다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렇게 성장한 그들이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높이고 더 풍성하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장밋빛 전망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제 2의 류현진’ 탄생은 과연 어떻게 성사될까요?

    제일 먼저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자격을 갖는 선수는 오승환과 윤석민 입니다. 두 명 모두 올해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이 가능합니다.

    류현진 선수가 뛰는 LA 다저스는 현재 4~5 선발의 부재와 뒷문 불안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상상이지만 윤석민과 오승환 선수가 내년에 푸른색 유니폼을 함께 입고 류현진 선수와 뛰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