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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식물(나무,꽃,)

연꽃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5일 새벽, 경기도 양평에 있는 '세미원(洗美苑)'에 갔다. 1만7000여 평 연못이 막 벌어진 연꽃봉우리가 뿜어내는 연향(蓮香)으로 가득했다. 연향은 진하되 탁하지 않았다. 세미원 상임이사 이훈석씨는 "연향은 저기압일 때 좋다"고 했다. 흐린 날은 향이 높고 멀리 퍼지지 않고 낮게 깔려 맑은 날보다 더 강하다는 설명. 그는 이어 연잎에 모였다가 또로록 굴러 떨어지는 투명한 물방울을 가리켰다. "고려 시인 이규보는 '연잎이 (빗방울을) 구슬로 만들어 다시 내려놓는다'는 시를 쓰기도 했지요." 세찬 비에 꽃잎이 떨어져 볼품없을 거라 짐작했는데, 대신에 연꽃은 그윽한 향과 맑은 구슬을 선물해주었다.

요즘 연꽃이 한창이다. 7월 조금 지나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연꽃은 8월이 될 때까지 감상할 수 있다. 연꽃 명소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세미원은 꼭 10년 전인 2003년 문 열었다. 양평에서도 서쪽 맨 끄트머리, 수몰지역으로 버려진 논을 개조해 만들었다. 10년 전 사단법인 우리문화가꾸기를 하던 이훈석 상임이사는 "아이들을 자연 속에 풀어놓고 공부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 왜 연꽃이었을까. "불교에서도 유교에서도 애지중지하는, 가장 철학적인 꽃이죠. 그래서 교육용으로 좋겠다 싶었어요."

연꽃은 교육적 효과뿐 아니라 환경·경제적 효용도 탁월한 식물이라고 그는 말했다. 물을 맑게 하는 수질 개선 능력이 어떤 수생식물보다 탁월할 뿐 아니라, 연잎과 연자(씨앗)와 연근은 식재료로 판매할 수 있고, 연꽃은 관람객을 불러들이니 관광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입구인 '불이문(不二門)'을 들어서면 한반도 모양의 연못 '국사원'이 관람객을 맞는다. 연못에는 흰 연꽃이 피어 있고, 주변에는 소나무와 무궁화를 둘러 우리나라 근역 3000리를 표현했다. 이 상임이사는 "학생들에게 나는 미래에 국토를 어떻게 가꿀 것인가 고민하고, 이를 시나 논술로 쓰게 하는 장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