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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입차가 판 친다?

'슈퍼카'로 고의·허위사고내 보험사기친 일당, 무더기 검거


'슈퍼카'로 고의·허위사고내 보험사기친 일당, 무더기 검거

  • 허자경 기자

  • 입력 : 2013.06.23 15:04 | 수정 : 2013.06.23 19:15

    “수리? 필요 없어요. 수리는 외국 본사에 요청할 테니, 돈으로 주시죠.”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등 수억원대에 달하는 최고급 스포츠카, 이른바 ‘슈퍼카’를 이용해 보험사기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보험사기에 이용된 고가의 외제 슈퍼카/ 뉴시스
    보험사기에 이용된 고가의 외제 슈퍼카/ 뉴시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가(高價)의 특급 외제차로 고의·허위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모 케이블채널 자동차 프로그램 MC 한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김모(32)씨 등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은 200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고의·허위사고를 내거나 수리비를 부풀려 보험사를 속이는 수법 등으로 32회에 걸쳐 3억5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외제차를 일부러 급제동시켜 뒤차와 부딪치거나 파손해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하거나, 단순접촉 후 망치 등을 이용해 엔진 등 고가의 부품을 망가뜨리는가 하면 차를 저수지에 일부러 빠뜨리기도 했다.

    특히 한씨는 외제차 5대를 이용해 사고를 내고 수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3회에 걸쳐 보험금 1억3500만원을 받아냈다. 한씨는 이 과정에서 망치, 드라이버 등을 이용해 자신의 차량 엔진을 망가뜨리는 수법으로 최고 6000만원의 보험금까지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올 2월 같은 보험회사 선후배 4명과 짜고 사고를 낸 뒤 수리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모두 360만원을 받아내려다 발각됐다. 한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외제차 동호회를 통해 만난 이들은 자동차와 보험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이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할 때부터 차량가격보다 비싼 보험이나 특약 제품에 가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고의·허위사고를 낸 뒤 “외국 본사에 직접 수리를 요청하고 고가 렌트카를 이용하겠다”며 보험사 직원들을 압박해 주로 ‘미(未)수선 수리비’를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미수선 수리비’란 차량을 수리 받는 대신 ‘현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가 외제차는 부품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데다가 동급 차량의 대여비도 비싸 보험사기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기로 번 돈 대부분은 차의 외관을 바꾸거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수법의 보험사기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