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6.07 22:26

국내 유일의 1급심판으로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한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강화위원장은 이렇게 말했었다. 예언은 현실이 됐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가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7일 오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펼쳐진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위에 올랐다. 전날 예선에서 이미 금메달을 예감했다. 곤봉을 제외한 후프, 볼, 리본 3종목에서 사상 첫 18점대 개인 최고점을 돌파했다. 압도적인 1위로 파이널 무대에 올랐다. 손연재는 결선 무대에서도 클래스가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4종목중 3종목에서 18점대, 전종목 1위에 올랐다. 절대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의 약속을 지켰다.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선수권 최초의 금, 의미는?
런던올림픽 5위에 빛나는 손연재에게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예고된 금메달이었다. 손연재는 올시즌 출전한 월드컵 시리즈에서 4연속 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3월 리스본월드컵에서 볼 종목 동메달, 4월 페사로월드컵 리본 종목 은메달, 소피아월드컵 후프 종목 동메달, 5월 민스크월드컵 후프-볼 '멀티' 은메달을 획득했다. 세계 최강 러시아 에이스들과 시상대에 나란히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동양인 선수였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이 확실시됐다.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대회인 만큼 부담감도 컸다. 팀 대회를 겸한 예선 첫날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후프(18.183점), 볼(18.250점) 종목에서 연거푸 18점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튿날 곤봉에서 17.800점을 받았다. 중국 톱랭커인 2위 덩센위에가 곤봉에서 18.117점의 고득점을 받으며 맹렬히 추격했지만 손연재는 리본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였다. 18.433점, 자신의 시즌 베스트 점수를 달성했다. 위기에 강한 독종의 면모를 또 한번 보여주며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에이스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김윤희 이다애 천송이와 함께 팀경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 15위까지 진출하는 파이널 무대에서 중국의 덩센유에, 홈 어드밴티지의 우즈벡 에이스 자밀라 라흐마토바와 메달을 다퉜다. 손연재는 일찌감치 앞서갔다. 후프(18.033점), 볼(18.267점)에서 나홀로 18점대 점수를 받아냈다. 덩센위에가 볼, 곤봉을 연거푸 놓치는 실수를 범하며 자멸했다. 라흐마토바 역시 최고점 17점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손연재는 머리에 곤봉을 올린 채 스텝을 밟는 동작을 살짝 '패스'했지만 큰 감점은 없었다. 18.133점, 고득점을 받아냈다. 마지막 리본 루틴을 앞두고 2위에 1.65점 이상 앞섰다. 사실상 금메달을 확정했다. 피날레 리본 연기에서 첫부분에서 실수를 범하며 아찔한 순서를 맞았지만 이후 완벽한 연기로 총점 72.066점을 받았다. 2위 라흐마토바(70.599점) 3위 덩센위에(70.250점)를 압도했다.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첫 우승을 자축했다.
손연재의 금메달, 전날 팀경기 은메달에 힘입어 한국은 역대 최고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8일 종목별 결승에서도 3종목(후프 볼 리본) 1위로 진출한 손연재의 멀티 금메달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개인종합 최고 성적은 2006년 신언진, 2010년 신수지가 따낸 동메달이다. 1996년 첫 출전한 중국 창샤 대회에서 팀경기(김민정 김은혜 권보영)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인도 수라트 대회에서 신언진이 개인종합 3위, 볼 2위, 이경화가 곤봉 3위에 올랐다. 2009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대회에선 신수지가 개인종합 동메달, 볼 종목 동메달을,팀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파란불'
이번 대회에는 내년 인천에서 열릴 아시안게임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 손연재는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하며, 안방에서 열릴 내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선에 파란불을 켰다.
3년전 신수지 등 걸출한 언니들과 함께 첫 출전한 광저우아시안게임 팀 경기에서 0.6점 차로 일본에 밀리며 아깝게 메달을 놓친 후 눈물을 흘렸다. 이어진 개인전, 서울 세종고 1학년, 열여섯살 막내 손연재가 사건을 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에이스들에 이어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이경화 신수지 김윤희 등 역대 최강 드림팀으로 평가되던 대표팀의 막내였던 손연재는 3년만에 대표팀을 이끄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광저우 이후 손연재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당연히 피나는 노력과 투자가 뒤따랐다. 2011년부터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에서 1년에 6개월 이상 머물며 하루 7~8시간 훈련을 이어갔다. 3년간 월드컵시리즈 에 릴레이 출전하며 국제 경험을 쌓으며 심판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경기감각, 숙련도, 체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종합 5위에 오르며 세계 리듬체조계를 놀라게 했다. 3년만에 아시아 선수들끼리 다시 격돌한 포디움에서 손연재의 존재감은 우월했다. '폭풍성장'이었다. 적수가 없었다. 루틴의 내용, 속도, 표정이 달랐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5위,
2013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그녀가 걸어가는 길이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다. 그리고 2014년 9월 인천에서 손연재는 또한번의 역사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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