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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지켜져야( 이것은 법 고처서)/불법,탈법,검은돈 확인중

[사설]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세운 대기업 총수들

[사설]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세운 대기업 총수들

입력 : 2013.05.23 03:01

국내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22일 조세 피난처인 영국령(領)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설립한 국내 대기업 회장 부부와 또 다른 대기업 회장 부자(父子) 등 5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해외 언론인 단체인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4월 초 프랑스 장관을 비롯한 저명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조세 피난처 고객 자료에 한국인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ICIJ가 입수한 조세 피난처 고객 13만여명의 명단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한국인 245명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기업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 사업을 벌이면서 기업 설립과 청산 절차가 간편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20대 그룹 중 11곳이 조세 피난처에 250개 자회사를 설립했다. 대부분 적법 절차를 거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금융거래, 자산(資産) 내역을 신고한 후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는 기업과 부유층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脫稅)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ICIJ의 명단 공개로 프랑스·러시아·필리핀에서 유력 정치인과 그 가족이 조세 피난처를 통해 재산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 공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국세청이 조세 피난처를 통한 탈세를 적발해 추징한 세액이 2008년 30건 1503억원에서 작년엔 202건 825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해외 금융계좌나 금융거래 정보가 들어 있지 않다. 총수들이 기업이 아니라 개인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이유가 뭔지, 해외 계좌를 통해 어떤 성격의 돈이 얼마큼 오갔는지를 더 확인해야 탈세 여부를 가릴 수 있다. 국세청이 나서서 사실 여부를 엄격히 가려야만 탈세 혐의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억울한 피해자는 훼손된 명예도 회복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탈세 혐의자 적발을 위해 국제 공조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