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06 03:02
[진아일랜드 비밀계좌 분석, 탐사언론인協 허드슨 단독 인터뷰]
"조세 피난처 불법 이 정도일 줄은… 이름 수십만개 체크, 일일이
반론 받아"
"아직 분석·확인 작업 안끝나… 연말까지 계속 報道할 것"
韓國 국세청, 명단 확보 나서
임민혁 미국 워싱턴 특파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주요 조세 피난처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 금융 거래 정보 등을 분석해 각국 거물 정치인이나 부호 등 유명 인사와 관련된 재산 은닉 사례를 1차 공개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마이크 허드슨(Hudson·사진) 선임 에디터는 4일(현지 시각)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허드슨은 관련 자료를 최초로 입수해 ICIJ 국장으로 합류한 호주의 탐사 전문 기자 제러드 라일을 도와, 지난 15개월간 조세 피난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해온 유명 인사들을 추적해왔다.
ICIJ는 전날 "버진아일랜드 등에 유령회사가 적어도 12만개 설립됐고, 세계 170개 국가 출신 정치인·기업인·재력가 등 수천 명이 '차명 사장' 또는 익명 소유 방식으로 유령회사를 차리거나 이런 유령회사와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허드슨은 이 명단에 한국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관련해선 분석·확인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ICIJ 등이 찾아낸 재산 은닉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의 여러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한국인 명단이 나오면 버진아일랜드로 나간 돈의 출처와 세금 납부 여부를 확인해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면 철저하게 추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허드슨은 이번 발표로 전 세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이번에 몽골 전 재무부 장관, 필리핀 전 대통령의 딸, 스페인 철강 재벌의 부인 등이 공개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연말까지 보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 피난처’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4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에 있는 ICIJ 사무실은 온종일 이들을 인터뷰하려는 전 세계 기자들로 북적였다. 마이크 허드슨 ICIJ 선임 에디터는 “취재를 하다 취재 대상이 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제러드 라일 국장은 조세 피난처 관련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나.
“라일은 호주 캔버라타임스 기자로 3년여간 ‘파이어파워’라는 회사의 조세 회피, 금융 사기 사건을 추적하던 중 한 취재원으로부터 260기가바이트의 역외 계좌 관련 문건이 담겨 있는 하드 드라이브를 입수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건 큰 건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라일은 이 자료를 분석하려면 ICIJ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
―46개국 기자 86명이 참여한 이번 작업은 세계 언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동 작업이라고 하는데.
“자료량이 워낙 방대해 협조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정보를 독점하려 하지 이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이번 건은 협력을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득했다.”

“난 이 작업 전에 모기지(주택 담보대출) 사기 사건을 오랫동안 추적해왔다. 내가 이 작업에 합류한 것도 금융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자료를 볼 때는 암호문을 해독하는 것처럼 어려웠다.”
―분석 작업에 어떤 어려움 있었나.
“대부분의 구조가 실제 소유주와 정확한 자산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게 돼 있었다. 우리가 얻은 자료는 위키리크스의 (외교 비밀문서) 자료보다 130배 이상 많았을 뿐 아니라 더 복잡하고 흩어져 있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분석 툴이 필요했다. 자료를 넣고 돌릴 프로그램도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었는데, 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우리 취지를 듣고 이를 거저 제공했다. 여러모로 운이 따랐다.”
―분석·추적 작업에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뒀나.
“우리는 일반인보다는 공공 이익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또 명단을 늘리는 게 아니라 책임 있고 정확한 명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름 수십만 개를 일일이 체크하며 불법·탈법을 추적하고 반론을 받았다. 항상 ‘아무리 중요한 이름이 나와도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기 전에는 불법이라고 단정하지 말자’는 점을 되뇌었다.”
―보도 시점을 좀 더 앞당길 수는 없었나.
“작업에 참여한 많은 기자가 처음에는 정치인, 독재자, 대기업 회장, 금융 거물들이 연관된 검은 거래, 범죄 계획이 줄줄이 튀어나올 걸 기대하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자료는 그런 식으로 돼 있지 않았다. 결과에 도달하는 건 아주 짜증 나고 고통스러운 길이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조세 회피자들이 처벌을 받길 원하나.
“우리 임무는 대중이 몰랐던 사실을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하는 데서 끝난다. 뒷일은 각국 당국이 알아서 할 일이다.”
☞마이크 허드슨 기자는
마이크 허드슨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서 20여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금융 사기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약탈적 대출 추적의 대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ICIJ의 모(母)기관인
공공청렴센터(CPI)에서 일해왔다. 그는 경제 관련 부문에서 조지 포크상, 존 행콩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 [오늘의 세상] G8 앞두고 영국領서 '검은돈 게이트'… 캐머런 속탄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법은 지켜져야( 이것은 법 고처서) > 불법,탈법,검은돈 확인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세운 대기업 총수들 (0) | 2013.05.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