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27 03:11
"지난 30여년 동안 초음파·낙태로 亞에서만 1억6300만 여성 사라졌다"
위중하지만 방치된 性比 문제… 인구통계의 맹점 날카롭게
지적
마라 비슨달 지음|박우정 옮김
현암사|404쪽|1만8000원
동물의 종(種) 보호 작업은 대체로 암컷의 수를 균형 있게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보존해야 할 것은 '백두산 호랑이'만이 아니다. 인류는 정작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위중하지만 방치된 문제, 바로 성비(性比·여아 100명당 남아 수)다.
여아(女兒) 100명당 105명의 남아가 태어나야 정상이다. 2012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 책은 여성 구성원이 줄어드는 '인구학적 남성화'를 파헤친다. "지난 30여년 동안 초음파와 낙태의 조합으로 아시아에서만 1억6300만명의 여성이 사라졌다"는 통계부터 섬뜩하다.
인도 사람들은 단순히 아이를 덜 낳는 게 아니다. 여아를 덜 낳고 있다. 저렴한 성 감별 비용과 만연한 낙태 때문이다. 형편이 넉넉한 인도 북서부 지역의 성비는 126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병원들엔 "나중에 50만루피(여성의 결혼 지참금)를 쓰느니 지금 500루피(낙태 가격)를 쓰는 게 낫다"는 광고가 붙어 있다. 과학전문기자인 저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친디아(중국과 인도)에 있으니 금융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재앙이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장쑤성 북부의 쑤이닝은 평범한 농촌이었다가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지역이다. 1980년 '한 자녀 정책'이 나오고 1982년 초음파 기계가 대량 보급되자 쑤이닝의 성비 균형이 깨졌다. 뱃속의 딸은 낙태하고 아들만 낳는 가구가 늘자 교실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최고 2배 많아졌다. 세계적으로 성비는 출산 순서에 따라 가파르게 높아진다. 한국에서 성 감별이 한창이던 1989년 첫아이의 성비는 104, 둘째는 113, 셋째는 185, 넷째는 209였다. 넷째 아이를 낳을 경우 아들이 딸의 갑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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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bis/토픽이미지
남성 과잉은 '소리 없는 재앙'이다. 역사적으로 남성의 수가 여성의 수보다 상당히 많은 사회는 살 곳이 못 됐다. 저자는 "남성 과잉은 사회 전체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는 것, 즉 폭력성의 상승을 뜻한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19세기 말 성비가 각각 166, 320이었던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등 미국 서부의 살인 범죄 비율은 동부 지역보다 수십 배 높았다.
인구통계의 맹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책이다.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으로 배아 단계, 심지어 수정 전에 아기의 성별을 제어하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자연선택'을 발견한 찰스 다윈이 살아 있다면 어리둥절해할 일이다. 최근 우리네 딸 선호 풍조는 성비 균형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원제는 'Unnatural Se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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