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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싸이,강남 스타일,젠틀맨

싸이 '젠틀맨' 뮤비 논란 세가지 '심의·선정성·국가성'

싸이 '젠틀맨' 뮤비 논란 세가지 '심의·선정성·국가성'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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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4.19 22:57

    
	지난 13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싸이의 '해프닝' 콘서트에서 싸이가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13.4.13 © News1
    지난 13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싸이의 '해프닝' 콘서트에서 싸이가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13.4.13 © News1
    쇼핑백을 든 노인들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걸어나온 싸이는 주차금지 콘을 발로 뻥 찬다.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틈에 섞여 공을 또 한 번 뻥 찬다. 마시던 커피잔을 얼굴로 민 싸이 때문에 한 여성이 기가 찬다. 흰 소스에 어묵을 찍어먹는 가인과 후후 불어가며 우동을 먹는 싸이가 있는 포장마차는 맥주 거품으로 가득 찬다.

    최단 속도로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돌파한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사회적 잣대라는 제동이 걸렸다. 지상파 방송사는 뮤직비디오 시청을 제한하고 일부 여론은 선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젠틀맨' 싸이가 공공시설물을 훼손했다?

    KBS는 지난 18일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해당 뮤직비디오 도입 부분에 주차금지 시설물을 발로 차는 장면이 문제였다. 이 부분이 공공시설물 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KBS 측은 "유아나 어린이 등은 아직 판단 기준이 서지 않은 상태라 공중파에서 방송하는 것을 믿고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시청자들은 KBS에서 '젠틀맨'을 볼 수 없게 됐다. YG엔터테인먼트가 같은 날 KBS에 재심의 신청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제출한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지상파 방송에 맞게 편집한 1분~1분30초 분량의 영상이었다. 이에 대해 SBS는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렸고 MBC는 아직 심의하지 않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공공시설물 훼손이라는 설명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젠틀맨'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다른 뮤직비디오들도 모방 위험을 야기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뮤직비디오가 보여주고 있는 일반적 태도는 공공질서 밖으로 치고 나와 분출하는 모습"이라며 "연령대가 있고 보수적인 주 시청층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이러한 태도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총체적으로 섞여있는 게 아닐까 한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 역시 KBS가 내린 판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이 교수는 "심의위원들이 대중문화에 대해 저급해서 계도해야 된다는 엘리트주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며 "작품이 갖고 있는 내적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 판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시설물 훼손이 문제라는 것은 흥부전에서 놀부의 패악질을 지워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졸부의 반사회적이고 마초적인 모습을 풍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의위원들이 예술작품이 지닌 풍자성을 부정하는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싸이는 젠틀하지 않았다?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지적받는 또 하나의 문제는 선정성이다. 해당 영상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등장해 '시건방춤'을 추고 싸이는 선탠 중인 한 여성의 비키니 상의 부분을 푸는 장면 등 과감한 연출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 교수는 지난 18일 프레시안에 '싸이의 '포르노 한류', 자랑스럽습니까?'라는 제목의 글로 '젠틀맨'이 지닌 선정성을 문제 삼았다.

    정 교수는 "여성을 놀림과 장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성을 장난 대상으로 삼고 반복되는 학대 대상으로 삼은 장면들이 반복해서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아이에게 보여주기는 싫다. 선정적이고 포르노그래피 경계를 넘나드는 이러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즐기면 된다"고 피력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선정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택광 교수는 "대중문화에 대한 문화 엘리트적인 시선"이라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젠틀맨'이라는 문화를 즐기고 있는 대중을 본다기보다 싸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보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대중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찰이나 분석들은 (아직까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만들어진 '국가 대표' 싸이?

    싸이가 '젠틀맨' 노래와 뮤직비디오로 '한국 대표' 가수가 됐지만 '젠틀맨'이 지닌 특성을 무작정 한류라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시장, 특히 미국 시장을 겨냥하도록 만들어져 한국 문화를 잘 담아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싸이라는 새로운 문화 현상은 전 세계가 네트워킹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국가적 차원을 넘어선다"며 "이게 한국 문화냐 미국 문화냐 따지는 것은 국가주의적 시각에 묶여 있는 생각이다. 지금은 지구촌화된 환경 안에서 다양성을 즐기는 시대"라고 반박했다.

    정 평론가는 tvN 'SNL 코리아'와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비교하며 "이 뮤직비디오에는 'SNL 코리아'에 나오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SNL 코리아'가 보여주는 미국식 유머에는 우리 정서가 녹아 있다. 이걸 미국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는 것은 편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택광 교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이었다. 싸이의 성공 비결로 미국 내 가수들과 다른 방식의 접근을 꼽았다.

    이 교수는 "싸이는 미국 가수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 '강남스타일'로 성공을 거뒀다"며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2008년 이후 미국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싸가지' 없는 부자에 대한 풍자를 굉장히 잘 이해하는 동시에 미국 문화가 표현할 수 없는 재밌는 에피소드를 집어 넣었다. 미국 시장을 위해 굉장히 공을 들인 안전한 작품"이라고 바라봤다.

    국내 언론이 싸이를 다루는 방식을 문제 삼는 의견도 있었다. 언론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중계하는 등 계속해서 싸이를 '국가 대표' 가수로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정희준 교수는 "언론이 싸이에 대한 외국 반응을 기사화하고 열광을 이끌어내는 구조가 굉장히 (언론)중심적"이라며 "예를 들어 박지성이나 김연아가 좋으면 우리가 박수치고 응원하면 된다. 이 물결이 지나가고 나면 외국 언론의 반응이 재생산돼 국민들은 또 한 번 열광하고 뿌듯해한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이어 이러한 국민적 열광을 두고 "문화적 사대주의이며 우리 안에 잠재돼 있는 민족적 콤플렉스"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