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싸이,강남 스타일,젠틀맨

싸이 뮤비 속 네가지 문화 코드, 알랑가몰라~

싸이 뮤비 속 네가지 문화 코드, 알랑가몰라~

  • 한현우 기자

    입력 : 2013.04.17 03:03

    수위 더 높아진 性的 코드, 엉뚱함이 주는 재미는 여전
    "저급 표현 너무 많다" 지적도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공개된 지 사흘 만에 유튜브 1억뷰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고 있다. 세계적 히트곡이 된 '강남스타일'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의 상당 부분은 유튜브 15억뷰 신기록을 세운 '강남스타일'의 후광 효과이므로 신곡의 흥행 속도를 전작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젠틀맨'은 유튜브 이용자 외에도 전 세계 언론매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노래 단 두 곡으로 이렇게 큰 반응을 얻어내는 싸이의 문화 코드는 무엇일까. 국내외 언론의 반응과 비평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싸이는 신곡‘젠틀맨’에 전작보다 훨씬 강화된 자기만의 코드를 버무려 넣었다. 이런 코드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속편 이미지’를 굳혀,‘강남스타일’만큼의 성공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싸이는 신곡‘젠틀맨’에 전작보다 훨씬 강화된 자기만의 코드를 버무려 넣었다. 이런 코드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속편 이미지’를 굳혀,‘강남스타일’만큼의 성공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단연 그 첫째 코드는 '유머'다. '강남스타일'이 뮤직비디오 덕분에 전 세계를 휩쓸었듯이 싸이의 엉뚱하고 괴상한 행동이 인류 공통의 코드인 유머의 뇌관을 건드려 폭발시켰다. '젠틀맨'의 뮤직비디오는 전작의 유머코드를 물려받은 데다 더욱 확장했다. 싸이는 망나니 연기를 하면서도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배가했다. 이 비디오에 대한 외신 보도를 보면 '멍청이(jerk)' '실없는(goofy)' '바보같은(silly)' 같은 단어들이 등장한다. 미국 음악잡지 '스핀'은 "(비디오에서) 그는 괴상하고(wacky) 몰염치하며(completely shamelss)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싸이도 지난 13일 공연에서 "외국에서 나를 코미디언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유머가 강남스타일의 속편으로 보인다는 게 취약점이다. BBC는 "같은 것을 한번 더 하는 건 무척 위험한 일"이라며 "싸이의 신곡은 정형화(formulaic)됐다"고 비평했다. 또 영국 밴드 '첨바왐바' 멤버였던 보프 웰리의 말을 빌려 "훌륭한 아티스트는 새롭고 색다른 것을 시도한다"고 보도했다.

    뮤직비디오에서 유머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은 춤이다. 싸이는 "한국에서 이미 알려진 춤을 세계에 소개하겠다"며 이른바 '시건방춤'을 도입했다. 외신에서는 이 춤을 '사타구니 내밀기(crotch―thrust) 춤'이라며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이 춤을 따라 한 동영상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젠틀맨' 노래의 핵심은 단연 '아임 어 마더파더 젠틀맨'이라는 후렴구다. 전작의 '오빤 강남스타일'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리듬이 훨씬 단조로워지고 '헤이~ 섹시 레이디' 부분에 해당하는 핵심 멜로디가 없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마더파더 젠틀맨' 후렴구는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마더파더 젠틀맨'은 외국에서 "도대체 무슨 뜻이냐"는 반응을 낳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영어 욕설 'mother fucker'를 '마더파더'로 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싸이가 작곡한 '나 이런 사람이야' 가사 중 '이런 개나리 진달래 십장생'이 욕설을 달리 표현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가사는 외국에서도 흔한데, 소울 가수 실로 그린(Cee Lo Green)은 'Fuck You'라는 노래의 욕설 부분을 'Forget You'로 바꾼 버전을 내놓기도 했다. '마더파더'라는 표현 역시 싸이의 창작은 아니다. 개그맨 김준호가 2008년 처음 썼다는 설도 있으며 개그맨 이혁재, 붐, 정형돈도 방송에서 이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싸이는 신곡에서 섹스 코드를 훨씬 더 강화했는데, 이것이 전작만큼의 성공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자가 마요네즈를 듬뿍 바른 어묵을 입에 물고 있거나 누운 남자의 두 다리를 붙잡고 골반을 돌리는 춤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또 봉변당하는 사람이 대개 여자라는 점에서 외신이 '성차별'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음악평론가는 "싸이가 전 세계와 전 세대에 걸친 스타가 됐는데 'B급'을 지나쳐 저속한 표현을 너무 많이 썼다"며 "이것이 '강남스타일'만큼의 성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