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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학)

온종일 타고 다녀도 연료비 걱정 "No"… 하루 대여비 4만9000원

온종일 타고 다녀도 연료비 걱정 "No"… 하루 대여비 4만9000원

입력 : 2013.04.18 15:23

전기차 '씨티카' 대여 해보니
신촌·사당·잠실 등 서울 23곳에 대여소 회원 가입하고 예약하면 바로 이용 가능
밤 10시부터 오전 9시 심야요금은 1만원 환경 지키고 연료비 부담 없어 '일석이조'

씨티카는 경차지만 천장이 높아 내부가 넓어보인다.
'전기차'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최근 LG CNS의 자회사 에버온이 하루 4만9000원에 전기차를 빌려주는 '씨티카' 사업을 시작했다. '연료비가 필요 없다던데…, 집에서도 충전할 수 있을까. 과연 잘 나가긴 할까. 연비는 얼마나 될까.' 전기차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갖가지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전기차 '씨티카'를 빌려서 이틀간 서울 시내를 직접 돌아다녀 봤다.

주말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의 24시간 무인(無人) 전기차 대여소 '씨티존'에 도착했다.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새하얀 기아자동차 '레이' 6대가 앞부분에 충전기를 꽂은 채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현재 신촌·종로·명동·상암DMC역·사당역·잠실역 등 서울 시내 23곳에 전기차 44대가 배치돼 있다. 씨티카의 대당 가격은 4500만원. 일반 레이 가격의 3배에 달한다. 에버온 관계자는 "차량 하부에 300㎏짜리 리튬이온 배터리가 깔렸다"며 "배터리 가격만 2500만원"이라고 말했다.

대여 절차는 간단했다. 씨티카 홈페이지(city car.co.kr)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차량을 예약하면 곧바로 전기차를 탈 수 있다. 가입 시엔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 티머니(T-money) 카드 번호를 각각 입력해야 한다.

예약한 차량 앞으로 가서, 앞유리 센서에 티머니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차량 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 무인으로 대여·반납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회원 가입 시 입력했던 티머니 카드나 티머니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갖다 대야 문이 열린다. 스마트폰은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 기기만 이용 가능하다.

차량 외관은 휘발유를 쓰는 레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차에 타보니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차량 내부에 달린 키(key)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계기판에 초록색 '레디(ready)'라는 문구가 떴다. 아무런 진동도 소음도 없었다. 동행한 에버온 관계자는 "이게 시동이 걸린 것"이라고 했다.

씨티카를 타고 강변북로로 접어들었다.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자 변속 충격도 없이 속도가 금세 80~100㎞까지 올라갔다. '전기차는 힘이 없을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었다. 전기차 레이는 경차임에도 2000㏄급 중형차 못지않게 잘 달렸다. 최대 속도는 130㎞. 차량 내부는 어색할 만큼 고요했다. 전기모터는 소음이 없기 때문이다. 뒤에 차가 오는데도 보행자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러 가상 엔진 소음을 내는 'VESS(Virtual Engine Sound System)' 버튼이 달렸을 정도다.

씨티카를 타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배터리다. 차량을 빌렸을 때 계기판에 찍힌 주행 가능 거리는 100㎞. 서울 시내를 온종일 타고 다녀도 충분한 거리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행 내내 계기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에어컨을 켰다가, 주행 가능 거리가 15㎞가량 뚝 떨어지는 바람에 서둘러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기도 했다.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를 재충전하는 '회생 제동'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시내에서만 이용하는 경우라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주행 도중 배터리가 부족하면,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를 찾으면 된다. 씨티카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이 자동으로 가까운 충전소를 안내해줬다. 충전소는 급속과 완속 두 종류가 있는데, 가능하면 급속을 찾는 것이 좋다. 이곳에선 20~30분 만에 배터리를 재충전할 수 있지만, 완속은 4~6시간이 걸린다. 완속은 장시간 주차해놓는 경우가 아니면 사실상 무의미하다. 충전 요금은 별도로 부과하지 않는다. 한 대형마트 충전소를 찾아, 씨티카에 전기 플러그처럼 생긴 급속 충전기를 꽂았다. 주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전기차 얼마예요" "충전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등의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본지 박순찬 기자가 전기차‘씨티카’를 시승하고 있다.
씨티카를 온종일(24시간) 빌리는 비용은 4만9000원이다. 일반 레이를 빌렸을 때와 가격이 비슷하지만, 연료비가 들지 않아 경제적이다. 최소 한 시간 단위로 대여가 가능하다. 시간당 대여 요금은 6300원. 무거운 짐을 옮길 때나, 단시간 업무 용도로 차량이 필요할 때 손쉽게 빌려 쓸 수 있다. 매력적인 것은 심야요금제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단 1만원(20㎞ 한도, 추가 1㎞당 600원)에 씨티카를 빌릴 수 있다. 에버온 관계자는 "심야에 택시가 잘 안 잡힐 때, 차라리 씨티카를 타고 집에 갔다가 다음 날 반납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에 호기심이 있거나,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꼭 한 번 타볼 만하다. 이틀간 100㎞ 남짓 전기차를 타자, 차량 정보 화면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떴다. '이산화탄소 줄임량 27㎏, 소나무 8그루가 1년간 정화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