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기술(과학)

10억화소… '천리안' 카메라 나왔다

10억화소… '천리안' 카메라 나왔다

  • 이길성 기자

    입력 : 2012.06.22 03:09 | 수정 : 2012.06.23 07:29

    [크기는 최소·촬영범위는 최대… 듀크대팀 "5년 뒤 상용화"]
    1400만 화소 카메라, 98개 결합… 가로·세로 75㎝ '기존 절반 크기'
    거리 사진 찍어 확대하면 사람·간판 등 또렷하게 보여

    일반 디지털카메라보다 100배 이상 선명한 10억화소(畵素)급 소형 카메라가 개발됐다.

    화소는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단위가 되는 점으로, 화소가 많을수록 정밀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10억화소(1기가픽셀·gigapixel)는 현재 800만~1000만화소급인 일반 카메라의 100배가 넘는 초고화질이다.


    듀크대 제공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20일(현지시각) 가로·세로 75㎝, 높이 50㎝인 기가픽셀급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제작법과 작동원리, 상세한 제원도 공개했다.

    10억화소급 카메라는 전에도 있었다. 예컨대 미국 하와이대에 있는 천문관측용 카메라는 14억화소짜리다. 지름이 1.8m나 될 만큼 크고 한번에 촬영할 수 있는 범위도 좌우로 3도 정도밖에 안 됐다.

    듀크대 연구진이 개발한 카메라는 소형 전자레인지 두 개를 붙여놓은 크기에 좌우 120도, 상하 50도 범위의 와이드(廣角)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름 6㎝짜리 공 모양의 렌즈를 가운데에 두고 1400만화소짜리 마이크로카메라 98개를 연결했다. 98개 카메라가 찍은 각각의 영상을 컴퓨터로 이어붙여 하나의 화면을 만드는 원리다. 개발을 주도한 데이비드 브래디 교수는 "지금까지는 빨대 같이 가는 관(管)을 통해 풍경을 봤다면 이제 소방호스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카메라는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군사·정찰 감시용으로 개발을 의뢰한 것이다.


    듀크대·네이처 제공

    카메라로 호수의 전경을 찍어 각 부분을 확대하자 전경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호수 위 백조들의 다양한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도심을 촬영한 사진에서는 80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우표를 구분할 정도로 해상도가 뛰어났다.

    스포츠 사진의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경기장과 벤치, 관중석의 모습을 동시에 담으려면 수십대의 카메라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기가픽셀 카메라 한 대로 경기장 전체를 찍은 뒤 필요한 부분을 확대해 재생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올해 말까지 비디오 수준의 초당 10프레임을 찍는 카메라를 내놓을 계획이다. 대형 쇼핑몰을 카메라 한 대로 정밀 모니터하고, 광활한 지역의 생태를 연구할 때도 장소를 옮겨다닐 필요없이 사진 한 장 안에 모든 정보를 다 담아낼 수 있다.

    카메라 가격은 10만달러(1억2000만원). 현재는 데이처 처리 한계 때문에 흑백 사진만 찍을 수 있다. 영상을 처리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열을 식히는 냉각팬 때문에 무게가 45㎏이나 된다. 연구진은 5년 이내에 1000달러 정도의 가격에 컬러 촬영이 가능하고 휴대가 가능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