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11 03:00 | 수정 : 2013.04.11 03:04
[在美 한국인 과학자 정광훈 박사 논문, 네이처誌에 실려]
뇌에서 지방 빠지고 투명해져, 신경세포 연결망 한눈에 보여
'뇌
지도' 프로젝트 시간 단축
"건강한 뇌·치매 걸린 뇌 차이 보여줄 3D 지도 만들 것"

사람의 머릿속을
훤히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가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스탠퍼드대 생물공학과 정광훈(34·사진)
박사와 칼 다이서로스(Deisseroth) 교수 연구진은 "생쥐의 뇌를 투명하게 만들고 그 안에 있는 신경세포의 3차원 연결망을 하나하나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원인 모를 정신 질환이나 치매를 앓다가 사망한 사람의 뇌 신경세포 연결망 어느 곳에 문제가 생겼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뇌 연구 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신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 박사가 제1 저자인 연구 논문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11일자에 실렸다.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는 각각 1만가지 경로로 연결돼 있다. 복잡한 뇌 신경세포의 3차원 연결망을 알아내려면 마치 책 한 장 한 장을 만들 듯 사망한 사람의 뇌를 1㎜ 두께로 얇게 잘라 현미경으로 촬영해야 한다. 각각의 영상을 책처럼 쌓으면 3차원 신경세포 연결망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절단면에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손실되는 문제가 생긴다.
정광훈 박사는 뇌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로 했다. 뇌가 불투명한 것은 세포막을 이루는 지방이 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방을 제거할 수는 없다. 지방은 신경세포를 이루는 단백질과 DNA를 그 위치에 있도록 지지하는 역할도 한다.
투명해진 생쥐의 뇌 - 생쥐의 뇌(왼쪽 위)에서 지방을 빼고 하이드로겔을 넣으면 빛이 내부로 통과해 투명해져 그 아래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오른쪽 위). 이 문장은 스페인의 저명한 과학자가 쓴 것이다. 투명해진 생쥐의 뇌에 빛을 비추면 형광단백질을 만드는 특정 뇌 신경세포들이 빛을 내 자세한 연결 구조를 볼 수 있다(왼쪽 아래). 투명한 뇌에는 빛뿐 아니라 다른 물질도 쉽게 통과하기때문에 각각 다른 물질에 결합하는 신경세포들을 다른 색깔로 나타낼 수도 있다(오른쪽 아래). /미 스탠퍼드대 제공

지방이 사라진 뇌는 빛이 구석구석을 통과해 투명해진다. 약물도 쉽게 뇌로 들어간다. 신경세포에 달라붙는 형광물질을 주입하면 허공에 나뭇가지 모양의 신경세포들이 무수하게 연결된 구조가 눈앞에 드러난다.
과학자들은 뇌 신경세포 연결망을 완전히 해독하면 인지와 기억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치매나 우울증 등 각종 뇌 질환을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의회 연설에서 10년간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해 '뇌 기능 지도'를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정광훈 박사는 "투명 뇌 기술이 뇌 지도 개발 시간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미 조지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다.
☞하이드로겔(hydrogel)
묵이나 젤라틴처럼 물속에 입자들이 들어가 고체나 반고체로 굳어진 물질이다. 대부분 물인데, 고체 성격을 갖는다고 해서 ‘고체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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