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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구(미국).추신수.류현진.박찬호.

2013년 류현진, 1997년 박찬호보다 낫다

2013년 류현진, 1997년 박찬호보다 낫다

  • 스포츠조선=이원만 기자
    • 2013년 류현진, 1997년 박찬호보다 낫다

    • 스포츠조선=이원만 기자

    입력 : 2013.04.08 18:39

    '청출어람은 청어람'이라 했다. 오늘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26)은 19년 전 '코리안 익스프레스'로 불렸던 박찬호(40)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2013년의 풀타임 메이저리거 류현진은 1997년 처음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보다 한층 희망적이다.

    당장에 나타나는 퍼포먼스도 물론이거니와 소속팀 LA다저스의 전력도 16년 전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뛸 때보다 낫다. 결론적으로 류현진은 1997년 박찬호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엿보인다. 16년 전 박찬호의 시즌 첫 선발승 때 상황과 2013년 류현진의 첫 선발승을 비교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전설'의 시작을 알린 1997년 4월 30일의 박찬호

    시간대를 16년 전으로 돌려보자. 정확히 1997년 4월 30일(한국시각), 장소는 미국 애틀란타의 터너 필드다. 당시 25세 청년 박찬호는 풀타임 선발로 첫 시즌을 시작했다.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해 첫 2년간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던 박찬호는 1996년에 중간계투와 스윙맨으로 드디어 메이저리그에 자리잡는다. 그해 5승(5패)을 달성한 박찬호는 1997년부터 붙박이 선발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풀타임 선발로 첫 승을 거두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첫 등판인 4월 6일 피츠버그와의 홈경기에서 패전(6이닝 7안타 3실점)을 기록한 뒤 내리 4경기에서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다 무려 6번째 경기인 4월 30일 애틀란타와의 원정경기에서 첫 승을 수확한다.

    당시 박찬호는 5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지며 2안타(1홈런) 4볼넷 3탈삼진으로 1실점을 기록해 간신히 선발 투수의 승리 요건을 갖췄다. 다행히 다저스 타선이 초반부터 터져줬다. 2회초 무사 1, 3루에서 7번 타자 토드 질이 3루수 앞 병살타를 친 사이 3루 주자였던 라울 몬데시가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3회초에는 1사후 그렉 가니에가 애틀란타 선발 테렐 웨이드로부터 좌월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추가점을 냈다.

    2점을 먼저 얻은 상황에서 3회까지 1안타 4볼넷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박찬호는 4회말에 첫 실점을 한다. 1사 후 애틀란타 6번 타자인 포수 하비 로페즈에게 우월 1점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다. 다행히 박찬호는 홈런 이후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뒤 5회말 역시 삼자범퇴로 막아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다저스 타선은 박찬호가 내려간 이후 2-1로 근소하게 앞서던 6회초 다시 2점을 뽑아 승기를 굳혔다. 만약 이 점수가 없었다면 박찬호의 승리도 무산될 뻔했다. LA다저스 불펜진이 6회말에 곧바로 1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6회초 득점이 없었다면 2-2로 동점이 될 수도 있었다. 결국 다저스는 7회와 9회에 1점씩 보태 6대2 승리를 완성했고, 박찬호도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이를 기점으로 박찬호는 완전한 빅리그 선발로 자리매김한다. 1997년 박찬호는 14승8패 평균자책점 3.38로 생애 첫 두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메이저리그 아시아투수 최다승의 전설이 시작된 날이다.

    ▶2013년 류현진, 16년전 박찬호보다 나은 점은?

    다시 현재 시간대로 복귀해보자. 류현진은 8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이날 류현진은 6⅓이닝 동안 3안타(1홈런) 2볼넷 6탈삼진으로 2실점을 기록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16년 전의 박찬호와 비교하면 승리 달성의 시점과 경기 내용 면에서 한층 진보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류현진은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따냈다. 박찬호보다 4경기나 빠른 시점이다. 시기상으로도 3주 가량 빠르다. 박찬호가 4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4월의 월간 최종성적이 1승1패였지만, 류현진은 앞으로 4월에만 최대 4번 정도 더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월간 성적에서 박찬호를 능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경기 내용면에서도 1996년의 박찬호를 뛰어넘었다. 박찬호가 첫 승을 올린 경기에서 겨우 5이닝을 버틴 반면, 류현진은 7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켜내 불펜의 소모를 상대적으로 줄여줬다. 또 기록에서도 박찬호가 4개의 볼넷과 3개의 탈삼진으로 제구력이 흔들렸다면, 류현진은 6탈삼진-2볼넷으로 상대적 안정감을 선사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자질이나 능력의 차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같은 풀타임 첫 해라고는 해도 박찬호가 프로 경력 없이 맨 밑바닥부터 시작한 반면, 류현진은 이미 한국 프로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적응이 쉬웠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2013 다저스도, 1997 다저스보다 낫다

    이와는 별도로 2013시즌의 LA다저스 선발 류현진이 1997년의 LA다저스 선발 박찬호보다 한층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는 이유는 팀 전력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LA다저스의 타자 가운데에서는 마이크 피아자와 에릭 캐로스, 토드 질, 라울 몬데시 등이 주축이었다. 이 네 명의 타자가 모두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당시 다저스는 기복이 심했다. 결국 다저스는 그해 내셔널리그 2위에 머물며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6년이 지난 현재, LA다저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구단주도 여러번 바뀌었고, 영광과 쇠락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런 와중에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구단주가 팀을 인수하며 의욕적으로 구단 투자에 나섰다. 타자들의 경력 면에서 16년전 다저스보다 한층 낫다고 볼 수 있다.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중심으로 A.J 엘리스, 칼 크로포드, 맷 켐프, 안드레 이디어, 후안 유리베 등 경험 많고, 기동력이 강한 타선으로 짜여졌다. 이들의 기여도는 8일 류현진의 첫 승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결국 류현진이 동료들의 지원 사격 속에서 자신의 구위를 끝까지 보여줄 수 있다면 1997년 박찬호가 거둔 14승 이상의 성적도 기대해볼 만 하다는 결론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입력 : 2013.04.08 18:39

    '청출어람은 청어람'이라 했다. 오늘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26)은 19년 전 '코리안 익스프레스'로 불렸던 박찬호(40)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2013년의 풀타임 메이저리거 류현진은 1997년 처음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보다 한층 희망적이다.

    당장에 나타나는 퍼포먼스도 물론이거니와 소속팀 LA다저스의 전력도 16년 전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뛸 때보다 낫다. 결론적으로 류현진은 1997년 박찬호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엿보인다. 16년 전 박찬호의 시즌 첫 선발승 때 상황과 2013년 류현진의 첫 선발승을 비교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전설'의 시작을 알린 1997년 4월 30일의 박찬호

    시간대를 16년 전으로 돌려보자. 정확히 1997년 4월 30일(한국시각), 장소는 미국 애틀란타의 터너 필드다. 당시 25세 청년 박찬호는 풀타임 선발로 첫 시즌을 시작했다.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해 첫 2년간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던 박찬호는 1996년에 중간계투와 스윙맨으로 드디어 메이저리그에 자리잡는다. 그해 5승(5패)을 달성한 박찬호는 1997년부터 붙박이 선발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풀타임 선발로 첫 승을 거두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첫 등판인 4월 6일 피츠버그와의 홈경기에서 패전(6이닝 7안타 3실점)을 기록한 뒤 내리 4경기에서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다 무려 6번째 경기인 4월 30일 애틀란타와의 원정경기에서 첫 승을 수확한다.

    당시 박찬호는 5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지며 2안타(1홈런) 4볼넷 3탈삼진으로 1실점을 기록해 간신히 선발 투수의 승리 요건을 갖췄다. 다행히 다저스 타선이 초반부터 터져줬다. 2회초 무사 1, 3루에서 7번 타자 토드 질이 3루수 앞 병살타를 친 사이 3루 주자였던 라울 몬데시가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3회초에는 1사후 그렉 가니에가 애틀란타 선발 테렐 웨이드로부터 좌월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추가점을 냈다.

    2점을 먼저 얻은 상황에서 3회까지 1안타 4볼넷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박찬호는 4회말에 첫 실점을 한다. 1사 후 애틀란타 6번 타자인 포수 하비 로페즈에게 우월 1점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다. 다행히 박찬호는 홈런 이후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뒤 5회말 역시 삼자범퇴로 막아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다저스 타선은 박찬호가 내려간 이후 2-1로 근소하게 앞서던 6회초 다시 2점을 뽑아 승기를 굳혔다. 만약 이 점수가 없었다면 박찬호의 승리도 무산될 뻔했다. LA다저스 불펜진이 6회말에 곧바로 1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6회초 득점이 없었다면 2-2로 동점이 될 수도 있었다. 결국 다저스는 7회와 9회에 1점씩 보태 6대2 승리를 완성했고, 박찬호도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이를 기점으로 박찬호는 완전한 빅리그 선발로 자리매김한다. 1997년 박찬호는 14승8패 평균자책점 3.38로 생애 첫 두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메이저리그 아시아투수 최다승의 전설이 시작된 날이다.

    ▶2013년 류현진, 16년전 박찬호보다 나은 점은?

    다시 현재 시간대로 복귀해보자. 류현진은 8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이날 류현진은 6⅓이닝 동안 3안타(1홈런) 2볼넷 6탈삼진으로 2실점을 기록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16년 전의 박찬호와 비교하면 승리 달성의 시점과 경기 내용 면에서 한층 진보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류현진은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따냈다. 박찬호보다 4경기나 빠른 시점이다. 시기상으로도 3주 가량 빠르다. 박찬호가 4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4월의 월간 최종성적이 1승1패였지만, 류현진은 앞으로 4월에만 최대 4번 정도 더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월간 성적에서 박찬호를 능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경기 내용면에서도 1996년의 박찬호를 뛰어넘었다. 박찬호가 첫 승을 올린 경기에서 겨우 5이닝을 버틴 반면, 류현진은 7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켜내 불펜의 소모를 상대적으로 줄여줬다. 또 기록에서도 박찬호가 4개의 볼넷과 3개의 탈삼진으로 제구력이 흔들렸다면, 류현진은 6탈삼진-2볼넷으로 상대적 안정감을 선사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자질이나 능력의 차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같은 풀타임 첫 해라고는 해도 박찬호가 프로 경력 없이 맨 밑바닥부터 시작한 반면, 류현진은 이미 한국 프로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적응이 쉬웠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2013 다저스도, 1997 다저스보다 낫다

    이와는 별도로 2013시즌의 LA다저스 선발 류현진이 1997년의 LA다저스 선발 박찬호보다 한층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는 이유는 팀 전력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LA다저스의 타자 가운데에서는 마이크 피아자와 에릭 캐로스, 토드 질, 라울 몬데시 등이 주축이었다. 이 네 명의 타자가 모두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당시 다저스는 기복이 심했다. 결국 다저스는 그해 내셔널리그 2위에 머물며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6년이 지난 현재, LA다저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구단주도 여러번 바뀌었고, 영광과 쇠락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런 와중에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구단주가 팀을 인수하며 의욕적으로 구단 투자에 나섰다. 타자들의 경력 면에서 16년전 다저스보다 한층 낫다고 볼 수 있다.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중심으로 A.J 엘리스, 칼 크로포드, 맷 켐프, 안드레 이디어, 후안 유리베 등 경험 많고, 기동력이 강한 타선으로 짜여졌다. 이들의 기여도는 8일 류현진의 첫 승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결국 류현진이 동료들의 지원 사격 속에서 자신의 구위를 끝까지 보여줄 수 있다면 1997년 박찬호가 거둔 14승 이상의 성적도 기대해볼 만 하다는 결론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