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03 23:11
日 쓰나미에 쓸려간 콘크리트 잔해 태평양 건너 미국 서부 해안에 도착
표면에 붙은 해양 생물 아직도 살아… 외래종 침입 해안 생태계
교란 가능
방사성물질은 '과학 연구' 도움 줘… 참다랑어 이동과 해·기류 분석도
이영완 산업부 차장

지난 2일 미국 워싱턴주 해안에서는 일본에서 온 또 다른 무기의 해체 작업이 끝났다. 작업 대상은 180t 무게의 콘크리트 선거(船渠·배 건조 설비) 잔해로, 2년 전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를 덮쳤을 때 항구에서 떨어져 나와 2년 가까운 표류 끝에 태평양 건너 미국 해안에 도달한 것이었다. 문제는 콘크리트 표면을 뒤덮은 각종 바닷말과 조개류·갑각류였다. 과학자들은 잔해에 붙어 온 일본 고유 생물종이 미국 해안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6월 오리건주 해안에서 발견된 또 다른 쓰나미 콘크리트 잔해에도 해양 생물이 15㎝ 두께로 군집을 이루고 있었는데, 대부분 오랜 여행 중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 68년 전 일본군의 기구 폭탄이 터졌던 곳에 새로운 일본산 생물 폭탄이 도착한 것이다.
과학자들의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인류는 이미 바다를 통한 외래 생물종의 침입을 목격했다. 선박은 빈 배로 출항할 때 균형을 잡기 위해 항구에서 '밸러스트수(ballast水)' 또는 '평형수(平衡水)'라 부르는 바닷물을 넣는다. 배가 다른 항구에서 화물을 실으면 바닷물을 버리는데, 이때 그 안에 담긴 각종 해양 생물이 배출돼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따개비가 우리나라 해안에 퍼져 토종 따개비를 위협하는 것도 밸러스트수 때문이다. 해마다 바닷물 50억t이 선박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밸러스트수로 인한 생태계 오염을 막기 위해 2017년까지 모든 선박에 바닷물 정화 장치를 달도록 했다.
일러스트= 이철원 기자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7일자에서 "일본에서 온 콘크리트 덩어리는 밸러스트수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밸러스트수에는
항구에 사는 해양 생물 중 일부만 들어간다. 또한 선박이 이 항구 저 항구로 빠르게 오가기 때문에 해양 생물이 바닷물 안에서 자리 잡고 살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항구의 선거에 붙어 있던 해양 생물은 콘크리트 잔해와 함께 통째로 미국에 도달했다. 잔해의 이동 속도가 느려 해양
생물이 자랄 시간도 충분했다.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은 쓰나미 콘크리트 잔해에서 바닷말 46종을 발견했는데, 그중 75%가 지금도 포자를 퍼뜨릴 수
있는 건강한 상태였다. 해체 작업 인부들이 맨 먼저 콘크리트 표면을 불로 태운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2011년
3월 쓰나미로 인해 150만t에 이르는 각종 쓰레기가 태평양으로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도 계속 생물 폭탄이 미국 해안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수십m 길이 콘크리트 잔해가 지난해 6월 이후 미국 서부 해안과 하와이에서 세 차례나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곧 일본 항구로 가서 생물종을
비교할 계획이다. 미국 해안에 도달한 생물들이 꼭 2년 전 쓰나미가 닥쳤을 때 일본 항구에 살던 생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떤
과학자들에게는 쓰나미가 일생에 다시 오기 어려운 연구 기회가 됐다. 지난 2월 미국 스토니브룩대 연구진은 참다랑어가 한 달 만에 일본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이동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슘과 같은 방사성물질을 태평양으로 대거 유출했다. 연구진은
참다랑어 체내에 축적된 방사성물질을 표지 삼아 태평양 횡단 시간을 분석했다. 방사성물질의 양은 인체나 참다랑어에 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본 해안에서 왔다는 증거로는 충분했다. 과학계에서는 태평양을 오가는 알바트로스나 거북, 상어의 이주 경로도 같은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은 바닷물과 공기의 흐름도 알려줄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났을 때도
과학자들은 공기나 바닷물의 방사성물질을 분석해 해류와 기류에 대한 이론적 모델이 맞는지 확인했다. 이번에도 같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벌꿀에 든 방사성물질을 분석해 꿀벌의 생태를 조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2차대전 당시 겨울철 북위 30~35도 상공
12㎞에는 초속 50m가 넘는 강한 편서풍이 분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바로 '제트기류'다. 일본군은 과학 발견을 기구 폭탄의 동력으로
삼았다. 기구 폭탄은 제트기류 덕분에 단 3일 만에 태평양을 건넜다. 지금 과학자들이 더 많은 인명을 구하기 위해 쓰나미를 연구 기회로 삼는
것과 정반대 사례다. 가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부엌칼도 강도의 손에 들리면 사람을 해치는 법이다.
'환경 > 자연의 재해(지진,태풍,바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日 후지산, 300년만에 폭발?’ 포착된 이상 징후 살펴보면 (0) | 2013.08.20 |
---|---|
큰 비에 산사태…'갑자기 덮쳤다' (0) | 2013.07.24 |
이란, 파키스탄 접경지역서 규모 7.5 강진 발생 (0) | 2013.04.16 |
볼라벤(2012,8,28, 서울=>부산 이사) (0) | 2013.04.14 |
언젠간 터질 백두산 화산,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한다… 1000가지 시나리오로 (0) | 2013.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