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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교황

교황, 성별·종교 초월한 사랑… 무슬림 2명의 발에도 입 맞춰

교황, 성별·종교 초월한 사랑… 무슬림 2명의 발에도 입 맞춰

  • 파리=이성훈 특파원
  • 입력 : 2013.03.30 00:50

    지난 2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북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카살 델 마르모 소년원. 성(聖) 목요일을 맞아 세족식을 위해 이곳을 찾은

     

    교황 프란치스코는 청소년 12명의 발에 물을 붓고 흰 수건으로 닦은 후 입을 맞추었다. 세족식은 예수가 '최후의 만찬'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 준 것에서 유래했다.

    그동안 교황의 세족식은 로마의 대형 성당에서 주로 남성 가톨릭 신자를 대상으로 열렸다. 하지만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날 세족식 장소로 이민자와 집시 출신 청소년 46명이 수용된 작은 소년원을 택했다. 더구나 세족식에 참가한 소년원생 12명 중에는 소녀 2명과 이슬람교도 2명도 있었다. 어떤 발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기도 했다.


    AP통신은 역대 교황 중 여성에게 세족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교황 선출 당시 종교와 성별, 신분을 뛰어넘어 불우한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세족식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이 감격했다"고 말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 대주교 시절에도 성 목요일 미사를 교도소와 병원 등에서 집전하곤 했다. 그는 세족식 후 집전한 미사에서 "우리 중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한다"며 "이는 매일 우리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소년원을 떠나기 전 "스스로 희망을 도둑맞지는 마라"고 재소자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