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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구(미국).추신수.류현진.박찬호.

류현진 새로운 역사, 동양인 최초 '첫해 개막 2선발'

류현진 새로운 역사, 동양인 최초 '첫해 개막 2선발'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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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27 13:02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 개막 2선발. 한국의 괴물 투수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이 개막 2선발로 데뷔전을 갖는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을 내달 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개막 두 번째 경기 선발투수로 확정지었다. 아직 메이저리그 기록이 전혀 없는 신인 투수를 지구 라이벌과 개막 두 번째 경기에 선발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사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메이저리그에 데뷔도 하지 않은 동양인 투수가 개막 두 번째 경기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건 역사를 통틀어 최초의 일이다. 박찬호를 비롯해 노모 히데오,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도 개막 2선발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잭 그레인키, 채드 빌링슬리 등 경쟁자들의 부상 변수가 작용했지만 류현진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결정이다.

    한국인 투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선발로 가진 투수는 2명밖에 없다. 1998년 보스턴 레드삭스 조진호, 2002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봉중근이 선발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두 투수 모두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조진호 경우 미국 진출 1년 만에 초고속으로 데뷔전을 가졌지만, 봉중근은 마이너리그에서 5년을 보낸 뒤 선발로 데뷔한 것이었다.

    일본인 투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5년 신인왕을 차지한 다저스 노모 히데오는 선발로 데뷔했으나 시점이 개막 한 달을 넘은 5월이었다. 마이너 등판을 거친 뒤에야 빅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2007년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보스턴 3선발로 시작한 게 가장 높은 순번이었고, 지난해 다르빗슈 유도 텍사스 레인저스의 4선발로 데뷔했다. 대만인 투수로는 왕젠밍이 2005년 뉴욕 양키스 선발로 데뷔했지만, 역시 4월말로 개막 시점이 아니었다.

    류현진에게 개막 2선발은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상징성 큰 경기에서 데뷔전을 갖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상대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지구 라이벌을 상대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그보다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없다.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위험부담도 매우 크다. 2선발 자리는 에이스급 투수들과 맞대결을 의미한다. 당장 샌프란시스코전도 특급으로 평가받는 좌완 매디슨 범가너가 선발 출격할 것이 유력시되는 상황. 강한 투수들과 선발 맞대결을 벌일 경우 타선이 움츠러들수 있고, 팽팽한 경기가 지속될수록 투수는 '점수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질 수 있다.

    다저스는 시즌 첫 10경기에서 4선발 체제로 타이트하게 운용되는데 류현진도 예외 없다. 내달 3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 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차례로 나오는 등판 일정상 2~3선발급 에이스 투수들과 계속 맞대결해야 한다. 4~5선발로 시작했으면 여유있게 적응해갈 수 있지만 시즌 초반 2선발은 무조건 이겨야하는 자리다.

    심리적인 압박감이 크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정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한국에서 그 누구보다 힘겨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낸 에이스 중의 에이스였다. 시즌 초반부터 2선발로 강하게 붙는 게 그에게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동양인 최초의 데뷔 첫 해 개막 2선발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 류현진에게는 정면 파만이 남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