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16 06:00
이정훈, 프랑스에서 온 슈퍼루키
13일 오전 경기 용인 수지구 신봉동 전원주택 단지. 광교산 끝자락에 천(川)을 끼고 조성된 마을에 도착하니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잿빛 단독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가까이 다가가 주택 정면에 서니 지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담듯 오목하게 내려앉은 형태의 지붕은 편안한 느낌이면서도 예리하게 마감된 양끝 모서리 덕에 세련된 분위기를 냈다. 건물 외벽 이루는 전벽돌은 제각기 다른 각도로 쌓인 탓에 동튼 직후 내리는 햇살에 따라 물결 같은 음영을 만들어냈다.
- ▲ 경기 용인 신봉동의 '곡선이 있는 집'/남궁선 사진작가
‘곡선이 있는 집(The Curving House)’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주택은 올해 38세인 건축계의 ‘루키’ 이정훈(조호건축) 소장의 최근작이다.
◆ 슈퍼 루키 이정훈 소장, “한 땀 한 땀 짓는다”
이 소장은 성균관대에서 건축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석사학위와 건축사를 땄다. 파리의 시게루반과 영국 자하디드 등 해외 유명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은 그는 2010년 6월 완공된 경기 용인 보정동의 ‘헤르마 주차빌딩’의 설계를 의뢰받으면서 한국에 들어왔다. 헤르마 주차빌딩으로 이 소장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했다.
- ▲ 헤르마 주차빌딩 전경./남궁선 사진작가
이 소장은 헤르마 주차빌딩 덕분에 ‘악바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빌딩 외벽을 이루는 총 800개의 패널을 일일이 용접으로 이어붙여 주변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800개의 패널의 형태와 패턴, 접합 각도를 모두 다르게 설계했다. 한 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전체 균형이 어그러지기 때문에 상당히 고생했다. 시공사는 처음 설계 도안을 보고 ‘말이 되지 않는 설계’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수차례 설득하고 매일 같이 현장에 달라붙어 공사를 진행했다. 나는 이런 ‘수고로움’에서 건물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본다. 땀이 밴 건축물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쉽게 지은 건축물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 ▲ 이정훈 소장./조호건축 제공
경기 용인 수지구 신봉동의 ‘곡선이 있는 집’도 시공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보통 일반적인 벽돌 시공은 옥상에서 추를 단 실을 내려 수평·수직을 맞춘다. 수평과 수직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한 줄당 2개의 실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곡선이 있는 집은 지붕뿐 아니라 건물 전면부도 오목하게 안으로 파인 형태다. 박스 형태의 벽돌집에 비해 시공이 녹록지 않다. 게다가 입면 중간부부터 벽돌을 양쪽으로 각도를 비틀어 쌓았기 때문에 100개가 넘는 실을 내려 벽돌을 쌓아야 했다.
“헤르마 주차빌딩 때와 마찬가지로 곡선이 있는 집을 지을 당시 시공하시는 분들이 설계 도면을 보며 짜증을 많이 냈다. 벽돌을 쌓는 각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모서리 부분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 부시고 새로 쌓았다. 그러나 일정하게 각도를 달리하며 쌓은 벽돌의 표면이 빚어내는 음영을 포기할 수 없었다. 벽돌 바깥쪽 면에는 은색 발수코팅을 해 본래 벽돌 잿빛과 은은한 대조를 이루도록 했다.”
건물 외벽과 달리 1층 발코니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했다. 거울처럼 주변 풍경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된 벽면에 투영된다.
- ▲ 곡선이 있는 집의 1층 발코니 전경.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해 외부 전경이 투영된다./남궁선 사진작가
주택 내부로 들어가면 광교산 능선이 이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안방과 게스트룸, 계단 천장에는 사각형태 창이 설치돼 빛이 쏟아지도록 했다. 이날 방문한 곡선이 있는 집의 안방에서 밖을 내다보니 광교산이 겨울을 지나 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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