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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

[강인선의 태평로] 한국인이 충동적·호전적이라고?

[강인선의 태평로] 한국인이 충동적·호전적이라고?

  • 강인선 국제부장

    입력 : 2013.03.14 00:32

    강인선 국제부장
    '겉으론 평소와 다름없는 한국, 하지만 그 속에선….' 요즘 외신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연일 북한의 협박을 받고 있는 한국 분위기를 전한다. 그런데 왠지 의혹과 경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고는 북한이 치고 있는데,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까지 날카로워지는 느낌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국에서 수십 년간 금기시돼왔던 독자적 핵개발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3차 핵실험은 북한 핵 능력이 현저하게 향상됐다는 사실을 일깨워줬고, 이런 '깨달음' 이후 영향력 있는 정치인과 칼럼니스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인 3분의 2가 이런 주장에 공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한국인들이 미국 안보공약을 예전처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도 달라진 현상이다. 미국 국방 예산이 줄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미국이 한국을 지켜줄 의지가 약해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이 사고 칠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홍콩 봉황TV 시사평론가 허량량(何亮亮)은 "한국과 북한은 모두 같은 민족으로 호전적이고 승부욕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둔 이야기인지 알 수 없으나, 이런 기질을 가진 한국인들이 무슨 일을 할지 걱정스럽다는 식이었다. 허량량은 특히 한국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다시는 북한에 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됐다면서, 제2의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벌어지면 한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러고 나서 미국과 중국의 '국익 계산'을 들려준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대치나 분쟁이 자기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제2의 조선전쟁 운운하지만 6·25 때처럼 미·중이 남북 충돌에 전면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40여년 전에도 미국과 중국은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최근 주간조선이 소개한 키신저-저우언라이(周恩來) 비밀대화록을 보면, 1972년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헨리 키신저 대통령 안보보좌관, 저우언라이 총리, 이렇게 네 사람이 마주 앉았다. 여기서 닉슨은 "북이든 남이든 코리안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사건을 일으켜서 우리 두 나라(미국과 중국)를 놀라게 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6·25 때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한반도를 미·중이 갈등하는 장소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제 나라 안전과 국익보다 더 중요한 원칙은 없다. 북한 핵 문제에 걸린 미국의 최우선 국익은 핵확산을 막는 것이고, 중국의 국익은 한반도 안정이란 것은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요즘 미·중의 발언도 여기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노력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은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장 상태에 놓인 것은 중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며 "당사국은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정세를 긴장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미·중이 온건하고 냉정한 대응을 강조할 때마다 떠오르는 건 미·중에서 종종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충동적"이란 인식이다. 어쩌면 지금도 미·중은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