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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무소속

[경기시론]‘安’의 귀환

[경기시론]‘安’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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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12 전자신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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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율 명지대 교수,정치평론가

안철수 전 교수가 돌아왔다. 82일 만이라는데 그의 귀환으로 정치권은 다시금 시끌시끌하다. 안철수 전 교수 측의 주장과 상대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안철수 전 교수와 문재인 의원 측이 밝히는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한 증언이 엇갈린다. 문재인 의원 측은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측이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의 조건으로 안 전 교수를 미래 대통령이라고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협상 과정에서 오간 요구가 공개되면 안 전 교수는 정계를 은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안철수 전 교수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귀국 이후 모든 것을 소상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안철수 전 교수 측과 노회찬 전 의원 측이 노원 병 출마를 두고도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원 병 출마에 대해 노회찬 전 의원 측은 “삼성이 골목 빵집까지 진출하는 격”이라며 안철수 전 교수를 강력히 비판하는 반면, 안철수 전 교수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노회찬 대표에게는 전화를 걸어서 미리 예의를 갖췄다”고 말하며 노회찬 전 의원 측이 부인의 출마를 진작에 가시화 했더라면 자신이 굳이 그리로 출마할 이유는 없었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안철수 전 교수가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진실 공방에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측은 바로 안철수 전 교수라는 점이 중요하다. 안철수 전 교수가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며 깨끗함을 모토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깨끗하지 못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 이런 진실 공방에 휘말리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러려니 하고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지만, 안철수 전 교수와 같이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국민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깨끗한 척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결코 이로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정치인은 정치가 권력적 현상임을 강조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 생명력을 길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이번 노원 병 선거는 안철수 전 교수의 정치 생명을 빼앗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안철수 전 교수가 노원 병 선거에서 낙선이라도 하는 날엔 5년 후 대선을 꿈꾸기란 지극히 어려워진다.

안 전 교수가 노원 병에서의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진실 공방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후보를 출마시킬 것인가 그리고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이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안철수 전 교수의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하지만 이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서 오히려 안철수 전 교수에게 표를 빼앗길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교수는 보수층의 표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래서 오히려 새누리당 입장에선 긴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만을 보면 이렇듯 새누리당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국 전체를 보면 새누리당이 반드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안철수 전 교수가 승리한다면 민주당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자신들의 후보가 당선돼서 안 전 교수가 패배한다면 잠재적으로 강력한 대선 후보를 꺾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노원 병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거나 아니면 재·보선 직후인 5월 4일에 있을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비노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 전 교수의 승패에 관계없이 민주당이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4월 재·보선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주류인 친노와 비노 간에 책임 공방이 오가며 그 사이에 범 친노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즉,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전 후보가 승리하게 되면 민주당 일부가 탈당해서 안철수 측에 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결국 안철수 전 교수의 등장은 어떤 방향으로든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