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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파워,경재/유엔연합(반기문)

[사설] 급소 못 누른 유엔 대북 제재 이후의 한반도

[사설] 급소 못 누른 유엔 대북 제재 이후의 한반도

입력 : 2013.03.09 03:03 | 수정 : 2013.03.09 03:13

북핵 대처를 둘러싸고 유엔에서 새로운 제재안이 발표됐고, 미국 정계 일각에선 북핵 해결을 위해 압박과 대화의 병행(竝行)을 주장하는 견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북 제재와 대북 대화가 미묘하게 얽혀 가는 분위기다.

유엔 안보리가 8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대북(對北) 제재안은 당초 북한을 들고 나는 모든 화물과 돈을 통제하리라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핵·미사일과 관련된 물자와 돈의 이동을 막는 내용만 담고 있다. 북한을 오가는 선박과 항공기에 핵이나 미사일과 관련된 물자가 실렸는지를 미리 아는 것은 어렵다. 겉보기엔 제재를 강화한 듯하지만 북한이 이번 제재로 치명적인 고통을 받고 방향을 전환하도록 압박하긴 힘든 내용이다.

다만 중국이 항공·항만·철도·도로 등을 관장하는 정부 산하 조직에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엄격히 준수하라'는 공문을 하달한 게 새롭다면 새로운 변화다. 중국의 말단 행정기관들이 결의안을 준수하기 위해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면 종전과는 다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유엔 제재의 폭(幅)과 강도를 높인다기보다는 중·북 간의 정치적 관계가 이완될지도 모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북한은 유엔 제재 발표 후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 폐기 선언, 판문점 남북 직통 전화 폐쇄, 김정은의 전방 부대 시찰 공개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북의 도발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정부는 이날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점검했다.

북한은 군사 도발을 통해 판을 크게 흔들어 새판을 짜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은 군사적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싸고 제재·대치·대화가 교차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북핵 사태가 경우에 따라선 급커브를 틀 수도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북핵 문제는 긴장 고조 후에 급작스럽게 대화 국면이 찾아온 전례가 많다. 2006년 북의 1차 핵실험 때도 유엔 제재 결의안이 나온 지 17일 만에 6자회담 재개가 발표됐다.

어제 미국 상원의 대북 정책 청문회에서 미국의 6자회담 전·현직 대표들은 모두 대북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대표인 보즈워스는 "북한과 대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며 "평화협정, 경제·에너지 지원, 외교 관계 수립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정은 북이 한·미 동맹 종료와 주한미군 철수를 노리고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안인데, 전직 대표의 입에서 '평화협정'이 또 언급된 것이다. 북이 도발할 경우에 대비한 군사적 준비를 철저히 하되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인 풍향도 민감하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