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섹스파트너를 맹신하지 말아라
성생활의 만족도, 이른바 속궁합이 행복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고, 앞으로도 밝혀질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이지만 많은 이들이 끊임 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개인 차는 있겠으나, ‘욕망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대체로 섹스가 남녀관계의 만족도는 물론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편이다.
결혼을 비롯한 남녀관계에서 섹스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시각은 설문조사에서 종종 확인된다. 얼마 전 한 재혼전문 사이트가 이혼경험이 있는 싱글 남녀 640명을 대상으로 ‘혼전 성관계가 결혼 후 부부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남성 응답자의 37.1%, 여성 31.9%) 혼전 성관계가 결혼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속궁합이 검증돼야 장기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섹스의 중요성과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일에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내몸 아름답게 만들기>의 저자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는 ‘섹스가 최상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며 여러 연구결과를 인용해 만족스러운 섹스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다음처럼
정리했다.
- ▲ 최근 개봉한 섹스코미디 <그남자 그여자의 속사정>
▲일주일에 세 번 섹스를 하는 남성은 심장발작과 뇌졸중을 겪을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섹스를 즐기는 여성이 더 오래 살며, 멋진
섹스는 신체가 2~8년 가량 더 젊게 느끼도록 한다.
▲오르가즘은 신체의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가장 만족스러운 성행위를 나눈 상대가 최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성교라는 행위가 사랑이라는 애매모호한 감정을 확인시켜주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며, 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궁합과 행복한 관계는 그리 간단한 함수가 아니다.
사랑과 섹스의 모순이 비극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성욕과 사랑의 정서가 항상 부합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들이 느끼는 성욕과 육체적 쾌락은 사랑과 별개로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여성의 오르가즘은 그 남성이 일생을 함께 할 좋은 파트너인지 아닌지, 즉 배려심과 인내심이 많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게 해준다. 하지만 현실에서 성실하고 인내심과 신중함의 미덕을 갖춘 남자가 반드시 성적으로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인데 반해, 성욕이나 성적인 만족감을 주는 기교는 즉흥적인 성격을 띤다. 이 점에서 최상의 섹스 파트너가 장기적인 관계를 보장해주지는 못한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이 600쌍의 부부를 상대로 혼전 성관계가 결혼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한 결과, 혼전 성관계를 갖지 않거나 최대한 미룬 커플이 결혼 후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결혼생활 만족도는 헌신, 친밀도, 성적 만족도, 부부간 의사소통, 대립 등 결혼생활의 핵심요소를 점수별로 매겨 답하게 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혼전 성관계를 최대한 미루는 것이 결혼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는 성관계를 미루는 대신 그 기간에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신중히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관계에서 속궁합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사랑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상의 속궁합으로 서로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아주 짧은 순간이니까!
글, 사진 제공 / 여우지 (http://www.yeowooj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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