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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장/성(性)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심층 리포트 - ­총체적 위기의 산부인과] 산부인과 女의사, 왜 숙소에서 죽었나봤더니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심층 리포트 - ­총체적 위기의 산부인과] 산부인과 女의사, 왜 숙소에서 죽었나봤더니 2012/05/16 20:39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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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atc52 ( http://blog.chosun.com/aatc52 )

2012/04/17 15:55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심층 리포트 - ­총체적 위기의 산부인과] 산부인과 女의사, 왜 숙소에서 죽었나봤더니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 2012.04.17 03:06

    "의료분쟁 시달린다" 분만포기
    - 고위험 산모 떠넘기기 속출… 종합병원 16곳은 야간 응급환자 안 받기도
    산부인과 의사 고령화
    - 50세 이상이 전체의 45%, 신규 배출 年 100명도 안돼 "10년후엔 공백사태 올 수도"

    지난 15일 일요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 센터에서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개업가 산부인과 의사 600여명이 모인 이 행사의 전시장에는 종아리 퇴축술, 얼굴 미백 레이저, 피부 문신술, 여드름 흉터 제거술 등 각종 피부 미용·성형 치료 장비가 즐비했다. 학술 강의의 절반은 미용 시술에 관한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본업(本業)인 분만과 부인과 질병 진료를 포기하고 대거 미용 의료로 떠난 요즘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산모와 태아, 여성 건강을 책임진 산부인과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전공의 기피, 분만실 폐쇄, 야간 응급 수술 포기 등이 이어지면서, 산부인과에 아기 울음소리 대신 의사들의 한숨 소리만 들린다.

    ◇야간 분만 의사 전멸 위기

    지난해 6557건의 출산이 이뤄진 국내 최대 분만병원인 서울 필동의 제일병원. 이곳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공의(레지던트) 18명은 모두 여자다. 3년 만에 남자 신입 전공의가 올 초에 들어왔으나 수련을 포기하고 중도에 떠났다. 올해 배출된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90명. 그중 남자는 딱 10명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남자가 50~70%를 차지했다. 불과 6년 만에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희귀 의사'가 된 것이다.

    여성 일색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 국내 최대 분만병원인 서울 필동의 제일병원에서 미래 산부인과 전문의가 될 전공의들이 분만실에 모여 회의하고 있다. 이곳 산부인과 전공의 18명은 모두 여의사다. 전국적으로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가 급감하면서 야간 분만을 담당할 의사가 태부족할 위기를 맞고 있다. 제일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의 과장들이 야간 분만을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젊은 여성 환자들이 여의사를 선호하는 데다, 산부인과에 미래가 사라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그나마 올 10명의 남자 의사 대다수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빠진다. 분만 현장에 새로 임할 남자 전문의는 고작 2~3명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야간 분만이다. 결혼 후 양육과 진료를 병행하는 여의사들은 야간 당직을 기피한다. 야간 분만은 남자 의사들의 몫이다. 부산의 M 산부인과 병원은 몇 년 전부터 남자 원장이 진료는 접고 일주일 내내 야간 당직만 전담한다. 김모 원장은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며 "남자 의사를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高)위험 산모 떠넘기기

    서울의 대형병원에는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산모들이 올라온다. 임신중독증, 태반 위치 이상, 쌍둥이 임신, 노령 임신 등 고위험 산모들이다. 병목 현상으로 제때 입원 치료와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 잦고, 고난도 처치가 필요해 동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사례들이다. 하지만 각 지역의 종합병원들이 의료진 부족과 신생아실 여건 미비로 이들을 마다해 '출산 난민' 처지가 됐다.

    전주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하는 김모 원장은 "고위험 산모가 오면 무조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 드러누우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 학회에 따르면, 107개 종합병원 중 7개 병원은 아예 분만실을 폐쇄했다. 응급 수술 산모를 받지 않는 곳도 16곳이다. 야간에 의사 없이 간호사나 조산사가 분만실을 지키는 경우도 24%나 됐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암 교수는 "만혼으로 임신 연령이 높아지고 불임 시술로 쌍둥이 임신이 늘어 갈수록 고위험 산모가 늘고 있는데, 이를 뒤받칠 산부인과 의사와 병원이 줄어 큰일"이라고 말했다.

    ◇의료분쟁 탓에 분만 포기

    지난 2월 경기도에서 10년간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해왔던 40대 후반의 여의사가 병원 숙소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생명 탄생을 다루는 산부인과 의사가 자살로 죽음을 맞은 것이다. 그는 최근 2건의 분만 사고를 잇달아 겪었고, 유족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출산 1만건당 1건 정도에서 뜻하지 않는 분만 사고가 난다. 양수가 산모 핏속으로 흘러들어 가 폐색전증(폐혈관이 양수로 막혀 호흡곤란이 생기는 병)이 생기거나, 출산 후 갑자기 자궁근육 무력증이 생겨 산후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경우 등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억울한 심정의 유족들이 병원에 거친 항의를 하거나 시위를 벌이기 경우가 적지 않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분만의사들은 언제 터질지 모를 사고 때문에 '러시안룰렛' 게임 앞에 선 심정"이라며 "한 번 의료분쟁을 겪으면 그 스트레스로 대개 분만실을 접는다"고 말했다.

    ◇10년 후 산부인과 의사 공백 사태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 6000여명 중 50세가 넘는 이가 45%다. 같은 연령대 내과 전문의 26%보다 2배 가까이 고령화됐다. 분만 진료 주축인 30대 산부인과 의사는 19.9%로, '30대 내과의' 35%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해마다 줄어 지난해부터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생명을 다루는 '메이저'(major)과가 안과(119명), 피부과(82명) 같은 '마이너'(minor)과가 된 것이다. 10년 전인 2003년에는 239명이었다. 산부인과학회 신정호(고대구로병원) 사무총장은 "대개 55세가 넘으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진료를 접는다"며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 출산과 모성 건강을 책임질 의사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심층 리포트 - ­총체적 위기의 산부인과] 日 "산부인과 살리자" 파격 대책… 無과실 분만사고 공적자금으로 100% 보상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 2012.04.17 03:06

    지자체들, 전문의 수입도 추진… 산부인과 지원땐 전액 장학금
    정부, 미숙아 치료비 전액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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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도 수년 전부터 출산 인프라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급감, 분만실 폐쇄 속출, 남자 의사 감소로 야간 분만 공백 등 지금 우리나라 상황과 빼다 박았다. 마치 우리의 미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최근 오사카의 한 산모가 출산이 임박해 구급차를 불러 분만 병원을 찾았으나, 10개 이상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거절당해, '출산 난민'이 큰 사회 문제가 됐다. 분만 병원과 의료진 부족으로 일본 여성들은 임신하면 분만 병원부터 예약한다. 1년 후까지 예약이 차있기도 해, 대학 입시처럼 1지망, 2지망 병원을 결정해놓기도 한다.

    이에 일본 정부는 무너져가는 산부인과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산모에게 30만여엔의 출산 지원금을 주면, 산모는 그 돈의 일부를 떼어 분만사고 보상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됐다. 분만과정에서 생긴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보상을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하는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을 도입하면서, 무(無)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산부인과 병원에 보상금의 30%를 분담토록 한 것과 비교된다.

    일본은 출산 과정에서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한 경우에도 3000만엔(한화 약 4억원)의 보상금을 공적기금에서 지급한다. 산부인과 병원들이 분만에 따른 의료분쟁에 휘둘리지 말고 분만실을 계속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파격적인 조처다. 뇌성마비는 주로 자궁 내 감염으로 발생하는데, 그 원인이 불명확하여 과실 유무를 따지기 어렵다. 미숙아 출산에 대해서도 정부가 모든 치료비를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산부인과를 지망하는 의대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들은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나서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해당 지역 분만 병원에 종사해야 한다. 의료 취약 지역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격오지 수당을 지급한다. 그럼에도 산부인과 지원자가 많이 나오지 않자, 외국에서 전문의를 수입하려는 지자체들도 생겼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심층 리포트 - ­총체적 위기의 산부인과] "산모들 대부분 쾌적한 1인실 원해… 다인실 50% 이상 규정 완화해야"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입력 : 2012.04.17

    분만 전문 산부인과병원에 가보면, 4~5명의 환자가 한 병실을 쓰는 다인실(多人室)에 잡동사니를 가득 쌓아둔 곳이 있다. 병실이 아니라 창고로 쓰인다. 평생 한두 번 출산하는 요즘, 산모들이 분만을 위해 2박3일 입원하면서 병실료가 비싸더라도 1~2인실을 주로 찾는 바람에 다인실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기 입원이 잦은 종합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병실료가 저렴한 다인실을 선호하지만, 분만병원은 반대다. 그렇다고 병원이 맘대로 다인실을 1인실로 개조할 수 없다. 의료법상, 10병상 이상을 운영하는 병원은 모두 의무적으로 다인실을 전체 병상의 50% 이상 운영해야 한다.
    분만 병원들이
    보건복지부에 이 규정을 바꿔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산모 진료 특성상 병실에서 하혈(下血) 처치할 때도 잦은데 면회객이 북적이는 다인실은 최악의 진료 환경"이라며 "산부인과 병원만큼은 다인실 규정을 30% 정도로 낮춰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