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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설2

[사설] 로펌에서 超고액 보수 받는 전직 高官들 무슨 일 하나

[사설] 로펌에서 超고액 보수 받는 전직 高官들 무슨 일 하나

입력 : 2013.02.23 02:04 | 수정 : 2013.02.23 02:28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다수가 공직 퇴임 뒤 대형 로펌(법률회사)에 취직해 월 수천만원 또는 억대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로펌과 이들의 관계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법원·검찰, 일부 경제 부처의 전직 고위 간부만이 아니라 정부 모든 부처의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로펌에서 실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만일 전직 고위 공무원들이 초(超)고액 봉급을 받는 이유가 과거 공직에 있을 때 형성된 후배 관료들과의 상하(上下) 관계와 연분을 이용해 전관예우 특혜를 받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면 이것은 중대한 '정부의 부패'다.

요즘 대형 로펌에는 장·차관 등 고위 간부 출신들이 고문이나 자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명씩 활동하고 있다.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감독위원회 같은 권력 기관뿐 아니라 군(軍)과 방위사업청, 외교통상부, 조달청, 관세청 등 거의 정부 모든 부처 출신 고관들이 모여 있다. 6대 로펌에는 고문과 자문위원 숫자가 로펌당 평균 30명씩 된다고 한다. 특히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들의 몸값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6대 로펌에 공정위 출신만 41명이 초특급 대우를 받으며 과거 몸담았던 공정위 사건을 다루고 있다. 공정거래위 출신들이 초특급 대우를 받는 것은 이들이 끌어오고 해결하는 사건이 대부분 대재벌과 관련된 수천억원의 과태료가 걸린 사건이기 때문이다.

전직 고관들은 기업과 연관된 일거리를 얻어 오고, 자기가 근무하던 부처 후배 공무원들에게 청탁해 인·허가가 잘 나오게 하거나 부과된 과태료를 깎고, 법원과 검찰에 영향을 행사해 수사와 재판을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일을 한다. 전직 고관들은 로펌에서 세금, 공정 거래, 군납(軍納), 금융 감독, 감사(監査) 등 행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로비를 해 이들은 '종합 청탁 회사' 또는 '재벌 기업의 심부름센터' 직원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2011년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에는 고위 공무원들의 퇴직 후 재취업 분야 제한, 활동 내역의 공직자윤리위원회 신고 의무 등을 규정해 놓았으나 강제 규정 또는 처벌 규정이 없어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시절 마련한 '부정 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 법안'엔 현직 공무원들이 퇴직 공무원이나 민간인으로부터 청탁을 받으면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게 하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더구나 현직 공무원들은 로펌에 있는 전직 고관들이 언제 자기 부처 장관으로 돌아올지 몰라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국회는 현직 공무원이 청탁받은 내용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을 담아 이 법을 강화해야 한다.

사실상 로비스트로 일하고 있는 전직 고관들의 행태를 방치할 게 아니라 로비를 제도화해 로비스트를 등록하게 하고 이들을 감시해야 한다. 미국에선 로비스트가 고객 명단, 영향력을 행사한 법안과 정책, 로비 활동 내용, 로비 자금, 소득을 6개월에 한 번씩 신고하게 돼 있다. 신고 내용은 국회에서 6년간 보관하고 시민들이 원하면 공개하도록 돼 있다. 정부와 국회가 초강력 입법으로 전직 고관 로비스트들을 규제하지 않으면 한국은 불법 로비스트의 천국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 경우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