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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에 이런일이

[만물상] 운석 소나기

[만물상] 운석 소나기

  • 박해현 논설위원

    입력 : 2013.02.17 22:44

    별똥별이 밤하늘에 빗금을 그으며 사라진다. 별이 떨어진 저곳은 어디일까. 어린 시절 서울에서 살았어도 맑은 밤하늘에서 별빛 소리를 들으며 컸다. 찌링찌링 우는 별빛 소리는 환청이었거나 잉잉 우는 풀벌레 울음소리였는지 모른다. 그래도 맑은 겨울 밤하늘에 뜬 별을 멍하니 바라보며 기억의 갈피를 헤집는 무의식의 빛 세례를 느꼈다. 별똥별은 하늘이 갈라진 틈으로 날아다니는 불이었을까.

    ▶자라면서 별똥별은 유성(流星)이 지구 대기와 마찰해 불타오르며 사라지는 자연현상이라는 걸 알았다. 때로 부서지지 않은 별똥돌 운석우(雨)가 소나기처럼 지상에 쏟아진다. 미세한 운석우는 괜찮아도 때론 덩치가 큰 운석우가 날벼락이 되기도 한다. 운석은 날마다 지구를 찾지만 3분의 2가 바다에 떨어진다. 잘게 부서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힌 적도 드물었다. 그런데 러시아 우랄산맥 주변 지역에서 지난 15일 운석우가 쏟아져 1000명 넘게 다쳤다. 커다란 운석이 대기권과 충돌해 터지면서 불타는 운석 파편이 첼랴빈스크주(州)를 비롯한 세 곳을 덮쳤다.

    ▶현장을 찍은 영상을 봤더니 푸르디푸른 하늘에서 갑자기 비행기의 공중 폭발음 비슷한 게 들리더니 뭉게구름이 부풀어 올랐다. 운석 조각이 새하얀 연기 꼬리를 길게 흔들며 지상으로 내리꽂히는 게 선명했다. 주민 대부분 깨진 유리창 파편에 다쳤고 죽은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이 지름 17m에 무게 1만t이라고 어림잡았다. 대기권에서 일으킨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33배에 이른다고 했다.

    ▶지름 1000㎞에 이르는 소행성에 비하면 지름 17m 운석은 모래 알갱이와 같다. 그런데도 이번에 러시아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행성의 지구 충돌은 SF의 단골 소재였다. 영화 '아마겟돈'은 소행성에 핵폭탄을 설치해 터뜨린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소행성 파편이 방사능에 오염된 채 지구로 쏟아지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서구 언론은 러시아 운석우를 계기로 소행성 충돌을 막을 과학계 아이디어를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 시인이자 우주학자 뤼미네는 "특수 우주선으로 소행성을 끌어당겨 궤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운석우는 지구인에게 던져진 '우주의 묵시록(默示錄)'이 아닐까. 인간은 지구 안에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우주 속 존재라는 걸 깨달으라는 계시인 듯하다. 무한한 우주에서 인간은 찰나의 티끌만도 못한 존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