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01 23:04
차학봉 도쿄특파원

그 결과 선거의 전리품이랄 수 있는 정책은 실버세대 편향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고령화율이 1% 증가할 때마다 초등학생 1명당 연간 보조금이 2000엔 정도 감소한다는 실증 연구가 나왔을 정도이다.
연금·의료비를 포함한 사회보장비는 세대별로 8배까지 혜택의 격차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년층이 적게 부담하고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고령화시대 민주주의가 갖는 구조적 한계일 수 있다. 젊은 층의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젊은 층의 연금 납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도 자신은 노후에 아예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의 반영이며 기존 정책에 대한 소극적 반항일 것이다.
정책과 정치는 결국 표에 의해 좌우된다. 지난 총선에서 집권한 자민당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정책이 전임 정부가 마련한 노인 의료비 인상 계획을 유보하는 것이었다. 자민당은 재원 부족을 내세워 민주당 정부의 아동수당을 폐지했지만 자신들에게 지지를 보낸 실버 세대에 대한 보답은 잊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도 젊은 세대로부터 세금을 더 받아 노년층의 사회복지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비판도 있다. 신생아도 1인당 1억원의 국가 부채를 갖고 태어나는 게 일본이지만 정치인에게는 현재의 유권자가 우선이다.
세대 간 불균형을 바로잡자며 젊은 세대에 1인 2표씩 주자는 과격한 주장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 부유한 노인에게는 연금을 주지 말고 그 돈을 젊은 층에 주자는 공약을 마련했던 일본유신회도 총선에서는 이를 쟁점화하지 못했다. 수적으로 밀리고, 투표도 하지 않는 지리멸렬한 세대를 위한 정당이 존립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정치의 비정함이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버 세대가 아직은 덜 이기적이고 정치권도 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보다 당선을 우선시하는 정치권이 실버 세대를 방치할 리 없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 논의가 그 단초일 수도 있다. 세대 편향적인 정책은 저출산을 촉진해 사회 존립 기반을 갉아 먹을 수 있다.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한 복지'라는 대원칙을 만들지 않는다면 한국도 일본식 실버 민주주의의 덫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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