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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파워,경재/북괴(비핵화포기)

[기고] 북한 인권 개선의 절호 기회, 유엔 조사위

[기고] 북한 인권 개선의 절호 기회, 유엔 조사위

  • 윤 현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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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1.22 23:01

    다음달 제네바서 위원회 설치안이 통과될 경우엔 피해자 증언 듣고 책임 소재 논의
    대북 압박 커질 것… '北 인권 개선' 다짐 새 정부 활약 기대

    윤 현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지난 14일 유엔 기구들이 자리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희소식이 날아왔다. 유엔의 인권 최고 수장(首長)인 나비 필레이 인권최고대표가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했지만 개선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참혹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해야 할 때"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상황인데도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 조사는 참으로 정당한 일이며 이미 너무 늦은 것"이라고 강도 높게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필레이 인권최고대표가 언급한 국제적 조사는 유엔의 조사위원회에서 하는 것을 뜻한다. 유엔 인권이사회, 안전보장이사회, 총회, 사무총장을 통하여 인권 문제가 심각한 국가에 대한 유엔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조사위원회는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사건 기록을 작성할 수 있으며, 인권유린 행위자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나 국가권력이 계속해서 저지르는 인권유린에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권고한다.

    2003년 유엔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최초로 채택된 이래 이미 지난 10년간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매년 채택됐고, 지지하는 국가 수도 매년 꾸준하게 증가해 왔다. 2004년부터는 북한 인권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고서를 제출하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제가 도입되었다. 이렇게 서서한 변화를 통하여 2012년에는 최초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서 컨센서스(투표 과정 없는 합의)로 채택되었다. 10년 만에 국제사회가 이제는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고문·강간·강제노동·공개처형 등 온갖 종류의 인권유린이 만연한 정치범 수용소가 북한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그곳에서 북한 동포 약 20만명이 인간 이하 취급을 받으며 신음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 정권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적대 세력의 날조된 음모라고 주장하고,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또한 인정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아 왔다. 북한에는 어떠한 인권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만 반복하면서 인권 개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유엔 조사위원회가 설치된다면 북한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권특별보고관이 그랬듯이, 조사위원회도 북한에 들어가서 조사를 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인적·물리적 한계가 있었던 특별보고관에 비해 유엔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가운데 탈북자를 중심으로 인권 피해자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조사 결과를 근거로 가해자 처벌 문제를 비롯해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과 권고를 듣게 될 것이다.

    오는 2월 말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이사회 제22차 회기가 시작된다. 조사위원회 설치가 포함된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상황이 크게 바뀔 게 예상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강력하게 촉구한 만큼 조사위원회 설치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만만치 않은 일임은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올해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임기 첫 활동을 시작한다.

    북한과 신뢰 외교를 구축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간과하지 않겠다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언한 바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마땅한 일이다. 차기 정부의 지도자로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번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