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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둘레=아이유 허리' 세계가 놀란 그녀

'허벅지 둘레=아이유 허리' 세계가 놀란 그녀

[중앙일보]입력 2013.01.22 00:00 / 수정 2013.01.22 02:55

금 따고 더 세진 이상화, 라이벌은 없다
빙속 500m 36초80 세계신

얼음 위에서 이상화(24·서울시청)보다 빠른 여자는 없다.

이상화는 21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6차 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80으로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1월 위징(29·중국)이 세운 세계기록 36초94를 0.14초나 앞당겼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월드컵 8회 연속 우승 기록도 세운 이상화는 27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 우승도 유력하다. 그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소치 올림픽까지 독주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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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는 모든 라이벌을 제압했다.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고 정상에서도 더 높은 곳을 향했다. 강한 승부욕과 성취욕이 그를 더 단단하게 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500m 금메달을 딴 뒤 이상화는 “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니 이제 망가지겠구나”라는 소리를 몇 차례 들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라며 귀를 닫았다. 만 21세에 올림픽 챔피언이 됐지만 그는 게을러지거나 목표를 잃은 적이 없다. 아무도 넘보지 못할 곳을 향해 얼음 위를 달리고 또 달렸다.

한명섭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지난해 여름 강원도 태백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가장 힘든 훈련이 사이클을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건데, 이상화는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갔다”며 “보통 여자 선수들은 한 번만 타고 마는데 상화는 남자 선수들과 같이 다시 내려가 올라오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대표 선수 수준에 오르면 훈련할 때 고비가 언제 오는지 안다. 그럴 땐 쉬거나 요령을 피우는데 상화는 언제나 고비를 정면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김국진 빙상연맹 부장은 “밴쿠버 올림픽 이후 방송과 공익 캠페인 출연 요청이 줄기차게 들어왔다. 상화도 여러 행사에 참석했지만 다른 금메달리스트들이 흔히 겪는 슬럼프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경쟁자들을 하나 둘씩 떨어뜨렸다. 지난 시즌까지 그와 정상을 놓고 다퉜던 예니 볼프(34·독일)·위징·왕베이싱(28·중국)은 이번 시즌 이상화와 붙어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라이벌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화는 남자 선수들의 하드웨어를 따라잡고 있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66㎏이었던 체중을 3㎏가량 줄였다. 대신 근력은 늘려 남자 선수들처럼 체지방률을 낮췄다. 파워의 원천인 허벅지 둘레는 밴쿠버 때보다 1인치 이상 늘어난 23인치(약 60㎝)다. 웬만한 남자보다 두꺼운 것은 물론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단거리 간판인 이강석(28)과 비슷하다.

이상화는 어린 시절부터 국내에 적수가 없어 남자 대표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얼굴이 예뻤지만 이강석이나 이규혁(35) 등 남자 선배들은 “상화 허벅지를 봐라. 여자가 아니다”고 놀렸다. 이상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 남자처럼’ 몸을 만들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는 “이상화의 몸이 가벼워진 반면 근력은 좋아졌다.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측정한 것보다 지금의 파워는 더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