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음악2

박칼린·김형석 감독의 ‘소리축제’는 어떤 느낌일까?

박칼린·김형석 감독의 ‘소리축제’는 어떤 느낌일까?
- ‘2011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박칼린·김형석 공동 집행위원장 맡아 ‘눈길’

[전주] 판소리와 세계 각국의 음악이 소통하는 ‘2011 전주세계소리축제’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졌다.

올해로 11번째 맞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이리 오너라, Up go 놀자’, 춘향에 대한 이몽룡의 마음이 넘치고 넘쳐 노래하는 이도, 듣는 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춘향가의 ‘사랑가’의 한 대목에서 따온 것. 국악과 한 판 신나게 놀아보자는 의미를 담아 판소리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축제는 특히,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과 대중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김형석 씨가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아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축제를 통해 전통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보다는 넓은 시선으로 보는 ‘국악의 대중화’ 공연의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판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이들이 어떻게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릴 것인지 부푼 기대감을 안고 개막 공연 두 시간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찾았다.

개막식 한시간 전, 김완주 전북 도지사 내외와 김한 조직위언장, 김형석 집행위원장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개막식 한시간 전, 김완주 전북 도지사 내외와 김한 조직위원장, 김형석 집행위원장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2011 전주세계소리축제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진다.
2011 전주세계소리축제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진다.

개막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리허설을 기다리는 예술가들이 공연장 주변 곳곳에 몰려 있었다. 이번 공연은 무료와 유료 공연으로 이뤄졌는데, 35개 유료공연의 티켓 예매율이 이미 60%를 넘어서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특히 이날 개막식 공연은 인터넷 예매를 통해 일찌감치 매진됐다. 현장에는 혹시나 표가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대학생 정주리(22)씨는 “전주 살면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리는 건 알았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며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박칼린과 김형석 씨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해서 보러 왔는데, 표가 없어 밖에서 귀동냥이나 해야겠다.”며 아쉬워했다.

개막식 한 시간 전부터 공연장 입구는 발디딜 곳 없이 분주했다.
개막식 한 시간 전부터 공연장 입구는 발디딜 곳 없이 분주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공연이 9월 30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공연이 9월 30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소리입니다. 눈, 비, 바람 모두 맞아야 진정한 소리이지요.”

개막식 오프닝을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김한 위원장의 서문으로 웅장한 서막이 올랐다. 많은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개막식은 당초보다 10분 늦어지 7시 10분에 시작됐다. 주위를 둘러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3,0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꽉 들어찼다. 이날 공연장에는 20~30대 관람객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박칼린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이 총감독을 맡은 개막공연은 한국의 공연예술을 시대별로 구분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음악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이 땅의 역사와 함께 동고동락해온 한국 음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무대로 꾸며졌다.

‘선사시대~고려시대’ ‘조선시대’, ‘개항기~일제강점기’ ‘해방이후~현대’로 시대를 구분해 총 4막으로 이뤄졌다. 제 1막은 행사의 성공기원을 알리는 천신 맞이 굿을 시작으로 한국의 거문고, 중국의 비파, 일본의 샤미센으로 앙상블, 나례연희를 선보였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템포로 거문고 연주가 시작되자 숨소리가 고요하게 들릴 정도로 관람객들을 넋을 잃고 무대를 지켜봤다. 여기에 피아노와 드럼, 등 우리나라의 국악에 대중음악이 합해져 하모니를 이루니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개막 공연 1막
개막 공연 1막 ‘창조의 소리’에서는 한국의 거문고, 중국의 비파, 일본의 샤미센이 앙상블 공연이 펼쳐졌다.
제 2막
제 2막 ‘부흥의 소리’에서는 안숙선 명창이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열창했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무대 아래에서 판소리 ‘흥부가’ 중 박타는 대목을 열창하며 안숙선 명창이 올라왔다. 그렇게 ‘부흥의 소리’라는 주제로 2막이 올랐다. 관객들도 신이 났는지 공연 중간 중간 ‘얼쑤~’ ‘옳다구나’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커져갔고, 공연장에 열기도 뜨거워졌다.

일제 강점기 시대를 표현한 제3막은 역경의 소리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가수 한영애 씨는 그녀 특유의 구슬픈 목소리로 ‘꽃을 잡고’라는 신민요를 불렀고, 슈퍼스타 K2로 이름을 알린 가수 장재인이 ‘오빠는 풍각쟁이’ ‘유쾌한 시골영감’을 부르며 박수를 유도했다.

무대를 압도하는 이들의 카리스마는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기 충분했다. 흥겨운 무대에 여기저기서 휘파람 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이어 ‘예쁜 아이들’이란 4명의 합창단 어린이들과 최초의 ‘대한제국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

마지막 무대인 4막에선 ‘미래의 소리’란 주제로 박칼린과 최재림의 뮤지컬 메들리, 랩으로 선보이는 춘향가의 사랑가, 출연진 전체가 나와 피날레 무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에는 10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존하고 서로 뒤섞여 이른바 ‘융합을 통한 이 시대의 음악어법’을 표현했다.

개막공연에서 경기도립국악원과 안숙선 명창의 시나위 앙상블 공연도 펼쳐졌다.
개막공연에서 경기도립국악원과 안숙선 명창의 시나위 앙상블 공연도 펼쳐졌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관람객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그 어느 때보다 젊은 층의 관람객이 많았다.

직장인 최희라(28)씨는 “소리축제는 처음이다. 딱딱할 줄만 알았던 국악이 피아노와 랩과 함께 만나니 이렇게 즐거운 음악이 될 줄은 몰랐다.”며 “개막 공연을 보고 우리 국악도 대중적인 음악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내일부터 열릴 본격적인 공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지호(9)군도 “숨도 안 쉬고 열심히 열창하는 판소리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사람의 목소리로 어떻게 그렇게 슬프고, 행복하고, 기쁜 목소리를 모두 표현하는지 신기했다.”는 그는 “목소리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아 감동받았다. 축제 기간 동안 판소리를 배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 3막
제 3막 '역경의 소리'에서는 슈퍼스타 K2로 데뷔한 가수 장재인 씨가 ‘오빠는 풍각쟁이’란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공연에 대해 만족을 표했다. 일본에서 온 히로코(30)씨는 “일본에서부터 한국의 전통 음악에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며 “두 시간 동안의 공연이 국악만으로 진행됐다면 지루했을 텐데, 대중들이 쉽게 느끼는 피아노와 함께 퓨전음악으로 선보여 편하고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벤슨(51)씨도 “공연을 통해 한국의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다.”며 “4가지 테마가 각 시대별로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면서 역사의 한 장면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역사는 물론 음악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야외무대가 진행되는 소리마당에서는 에티오피아와 호주에서 온 8인조 밴드인 더럽더 앰버서더 공연이 펼쳐졌다. 70년대 에티오피아 음악에 기반을 둔 독특한 감수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팀으로, 소리축제의 단독 초청공연이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같은 시각, 야외 무대에서는 에티오피아와 호주 8인조 밴드인 더럽더 앰버서더의 공연이 펼쳐졌다.
야외 무대에서는 에티오피아와 호주 8인조 밴드인 더럽더 앰버서더의 공연이 펼쳐졌다.

개막식에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과 음악소리에 듣고 온 시민들까지 500여 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야외무대를 가득 메웠다. 처음 듣는 외국 밴드의 음악에도 관객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박수를 치며 음악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렇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린 첫날밤은 세계인의 축제의 장으로 무르익어갔다.

주부 허윤정(46)씨는 “아이들과 산책 나왔다 신나는 음악 소리가 들려 찾게 됐다.”며 “소리축제를 매년 지켜보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 줄은 몰랐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 그런지 더욱 감미롭게 느껴진다. 마치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닷새 동안 펼쳐진 이번 축제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등지에서 국내 초청 공연, 해외 초청 공연 등 7개국 193개 팀 1,610명의 예술가들과 함께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 흥겨운 우리 국악과 세계 각국의 음악을 즐길 준비가 됐다면 2011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공동취재 정책기자 박하나(직장인) ladyhana05@naver.com
정책기자 박이슬(직장인) loiny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