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16 22:57
이한우 기획취재부장

박근혜 당선인으로 해서 이미 어느 정도 끝났어야 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시 진행형이 됐다. 그래서 앞으로 5년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 기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도 맞물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박 당선인이 다른 대통령들보다 더 잘해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당선인은 박정희의 생물학적 자식만이 아니다. 그가 만든 많은 어휘가 실은 박정희 어록에 들어 있다. 특히 박정희가 집권 초 집필한 글 속에 '박근혜의 정치철학'이 상당 부분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박정희의 정치적 자식이기도 하다.
박정희는 집권 초기 '혁명 과업 완수를 위한 지도자의 길'이라는 30쪽 분량의 글을 썼다.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 생각되는데 지금 보니 마치 박근혜 당선인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 글을 누구보다 많이 읽고 또 읽었을 인물이 바로 박 당선인일 것이다.
글은 동서양 사상가들의 '올바름'에 대한 강조로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도 공정(公正), 즉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공명정대를 그 위대한 철학의 밑바탕으로 삼았습니다." "우리 동양의 공자 맹자의 유교 철학 역시 그 가장 깊은 근거는 무엇보다도 정(正=올바름)에 있으며, 노자 장자의 도학 역시 그의 대무(大無)라는 철학적 낱말 속에 인간 생활의 공(公)과 정, 즉 올바름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글은 시대별 지도자의 올바른 목표에 관해 정리한 다음, 현대 민주 사회의 지도자는 모든 국민에게 '민주적인 자유 평화의 복된 생활'을 가져다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과 정열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중 민주와 자유는 박정희 평가의 과(過)로 남게 된다.
이어 글은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지도자의 자격 열 가지를 열거한다. 첫째, 사적 이기심을 버리고 공적 애국심에 기초하여 국민을 동지로 생각해야 한다. 둘째, 정확한 판단과 해결 능력이다. 셋째, 현재의 당면 문제뿐 아니라 미래에 닥쳐올 일을 예측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 넷째, 원칙에 충실한 양심적인 인물이 돼야 한다. 다섯째, 용단과 결단성을 가져야 강력한 감수성을 갖추게 되고 이런 강한 감수성이 국민에게 빨리 전달되어 어려운 일들을 협력해서 극복할 수 있다. 여섯째,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갖춰야 한다. 일곱째는 목표에 대한 신념, 여덟째는 지도자 간의 단결, 아홉째는 성의와 정열, 열째는 신뢰감이다.
이 열 가지 항목은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공과 민주화의 과를 보여주기 훨씬 이전의 다짐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중 상당 부분은 박근혜 당선인의 뼛속에 깊이 각인돼 있을 것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부분은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이 항목들은 5년 후 국민이 '박근혜 시대'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을 만하다.
사족(蛇足) 한 가지. 박 당선인이 아버지로부터 배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박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라는 '제1 야당'을 두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비판적 조언자 한 명을 반드시 더 두어야 하는 이유다.
[참조] 택시 대중화도 거부하고, 복지도 꼭 지금 필요한것만 제외하고 낭비와 빚을 줄여야 한다.
후세대를 위해서 정치적으로 약속했다고 꼭하란 법 없다, 앞으로 여유봐서 하면 된다. 우선순위를
정해라, 국민이 뭐랄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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