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02 22:47
정부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에 공개적인 유감을 나타낸 것은 드문 일이다. 선진국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항공기나 여객선(船)이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특별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면 국회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택시 기사들의 사정이 어렵다지만 그들보다 절실하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국회는 이번 예산 심의에서 보육원 아동들의 한 끼 식사비를 14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해달라는 요구를 외면하고 100원만 올려주었다. 부모를 잃은 전국 보육원 아이 1만6000명의 식비를 3000원으로 인상하는 데 드는 예산 295억원은 택시 지원금의 6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다.
택시업계가 어려운 원인은 택시의 공급 과잉 때문이다. 현재 25만5000대에서 20% 안팎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택시에 과도한 지원을 해 택시업계의 구조조정을 가로막은 셈이다.
헌법 53조는 대통령이 국회 의결 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거부권(拒否權)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회 통과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17대 국회에서 두 번밖에 없었다. 그렇더라도 국민에게 해마다 최대 2조원 가까운 부담을 지우는 법안이 이대로 확정되게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일단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와 정부·택시·버스업계가 모여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 택시업계를 지원하더라도 감차(減車) 보상비를 획기적으로 늘려 택시 과잉 상태를 해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국민도 동의할 것이다. 정부는 임기가 다해가는 정권이 마지막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자세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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