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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제자들 외면받은 전교조

[조선데스크] 제자들 외면받은 전교조

  •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입력 : 2012.12.25 22:22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1989년 늦여름 서울 명동성당에는 비가 내렸다. 정부가 막 출범한 전교조 가입 교사 전원을 파면·해임하겠다고 하자 전교조 조합원 500여명이 이에 대응하는 단식농성을 하는 현장이었다. 당시 대학생이던 기자는 이 농성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았다. 전교조가 주장하는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 고민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전교조 교사들이 파면당하면 학생들이 교문까지 따라가며 울던 때였다.

    그로부터 23년 후, 지난 19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 과정과 결과만큼 전교조의 민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난 6일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TV 토론에서 문용린 후보는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 민노당 가입 등을 예로 들며 "공교육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는 전교조 교사"라고 했다. 그러자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수호 후보는 "전교조는 참교육을 위해 교사들이 희생하면서 나선 단체"라며 "3월 신학기에 전교조 교사가 담임이 되면 학부모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반박했다. 이때만 해도 이 후보는 전교조가 학부모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몰랐던 모양이다.

    민심은 이미 전교조에 싸늘하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경력에 '전(前) 전교조 위원장'을 넣으면 지지율이 확 떨어지는 현상이 이를 증명했다. 이 후보의 다른 경력을 소개하면 문 후보를 앞서는데, '전 전교조 위원장'으로 소개하면 문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전교조 교사들이 가르친 20~30대의 투표 결과였다. 방송 3사 출구 조사에서 서울의 20대는 대선 투표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31.9%, 문재인 후보에게 67.7%의 지지를 보였다. 상식대로라면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도 비슷한 성향으로 나와야 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이 후보(41.6%)보다 문 후보(48.4%)에게 훨씬 많은 표를 던졌다. 반면 서울의 30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문 후보 41.1%, 이 후보 51.0%)와 대선(박 후보 29.3%, 문 후보 70.5%)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를 전후로 활동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창립 이후 합법화까지 10년 동안은 촌지 없애기 등 '참교육'에 주력했지만, 합법화 이후에는 '정치·이념 교육'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합법화 이전에 중·고교를 다닌 세대가 지금의 30대, 합법화 이후 교육받은 세대가 20대다. '참교육'을 받은 제자들은 여전히 전교조를 지지하지만, '정치·이념 교육'을 받은 제자들은 전교조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이 같은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 그 흔한 선거 관련 논평 하나 내지 않고 오래 침묵하고 있다. 제자들까지 자신들을 외면한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교조가 이번 선거 결과를 정말 아프게 느끼고, 초창기 '참교육 시대'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