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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한한 힘/신비한 몸

[10 : 1 인터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여주인공 메르세데스역 옥주현

[10 : 1 인터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여주인공 메르세데스역 옥주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여주인공 메르세데스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옥주현이 '10대1 인터뷰'의 주인공이 됐다.
인기 걸그룹 '핑클' 출신으로
연예인 출신 중 가장 성공적으로 뮤지컬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옥주현. '아이다'와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시카고'에 이르기까지 5년뿐인 그녀의 뮤지컬 이력은 화려하다.
함께 '시카고' 공연을 했던
가수 인순이
배우 최정원, '
핑클'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성유리

최대 라이벌 'SES'의 유진이 던지는 돌발질문에도 거침이 없다.
이제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가 더 잘 어울리는 그녀, 옥주현이다.
걸그룹 '핑클' 출신으로 성공적으로 뮤지컬계에 안착한 옥주현이 10대1 인터뷰에 응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다. 질문자로 동료 배우들뿐 아니라 '핑클' 멤버 성유리, 라이벌 'SES' 출신의 유진 등이 나섰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옥주현이 10대1 인터뷰의 질문지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는 모습.

-대체 어떻게 다이어트를 했길래 55 사이즈가 되셨나요. 너무 날씬해졌잖아 언니. 요즘 몸매 예뻐졌다고 다들 난리야.(배우 성유리)

▶음, 계획적으로 다이어트를 한 건 아닌데. 규칙적인 식습관을 짰고, 오래 해오다 보니까 운동에도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 영양소라든가,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것도 있고. 사실 따로 운동을 다닐 여유가 없다 보니까 집에서 내 나름대로 운동 프로그램을 짜서 하는데. 식습관과 운동의 시너지 효과를 본 것 같아. 지금이 딱 예전에 요가 비디오 찍을 때의 안정적인 55 몸매로 돌아온 것 같아. (참고로 55사이즈는 스몰 및 엑스 스몰 사이즈다. 옥주현은 그전까진 66사이즈였다고 말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백작' 에드몬드 역의)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중에서 키스 호흡은 누구랑 제일 잘 맞는 것 같니?(탤런트 겸 뮤지컬 배우 엄기준)

▶에드몬드들과 첫 장면에서 키스와 포옹을 충분히 해두는 게 나중에 감정을 잡는데 도움이 돼요. 세명의 키스 방법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입술 촉감도 다르고. 근데 키스를 하면서 비교를 하진 않기 때문에 누구랑 제일 잘 맞냐는 질문은 조금…. 그냥 다 잘 맞는 것 같아요. 연기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기준 오빠는 여자에 대한 배려가 좀 더 많은 것 같아요. 부드러운 내면을 갖고 하는 것 같아요. 성록이는 그 신에서 풋풋하고 즐거운 에드몬드를 잘 표현하고 있고요. 정한 오빠는 듬직하면서도 무게있고 정말 큰 오빠같은 느낌을 줘요.

-가수로서 무대에 많이 서 봤지만, 뮤지컬 배우로 서는 건 같은 무대라도 조금 낯설 것 같아요. 선배는 뮤지컬 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는데 뮤지컬 무대의 낯설음을 어떻게 극복했나요.(가수 아이비ㆍ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준비 중)

▶노력도 노력이지만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게 있더라고. 선배들 보면 그런 걸 느끼게 돼. 뭔가 계산해서 '이건 이렇게 해야겠다'가 아니라 옥주현의 껍데기를 버리고 그 캐릭터의 영혼 속으로 쏙 들어가야 하는데, 선배들은 그런 게 너무 자연스러워. 나도 처음엔 '이 대사를 어떻게 해야지' 하면서 계산을 했는데, 그러다 보면 놓치는 게 더 많더라고. 대사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완벽하게 디자인된 그 사람 속에 들어가야 돼.

-'시카고' 창원 공연 기억나니? 지방 공연 마지막 무대였잖아. 그때 공연 끝나고 무대 인사할 때 엄청 많이 울었는데, 그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궁금했어.(뮤지컬 배우 최정원)

▶선배님도 저랑 같이 우셨잖아요.(웃음) 올해까지 네 번 '시카고'를 했는데, 그전까지의 공연은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그 부족한 걸 다 채우기도 전에 상을 받아서 무척 부담스러웠고요. 이번 '시카고'는 더블 캐스팅이 아니고 혼자 했어요. 진짜 배우가 되려면 혼자 해봐야 한다고 선배님들이 말씀하셨죠. 혼자 해보면서 선배님들 하시던 말씀이 뭔지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돈도 벌면서 값비싼 수업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였어요. 아마 이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었을 거예요.

-2007년부터 2010까지 4년 동안 시카고를 같이 했는데 매 시즌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하다. (연출가 김태훈ㆍ'시카고' 연출)

▶공연이 끝나면 다음 공연 들어가기 전까지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요. 부족한 게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이겠죠. '아 그때 이런 걸 표현했으면 더 좋았겠구나' 하면서 깨우쳐 가는 거죠. '미스 사이공'의 (김)보경씨를 봐도 두번째 공연을 하니까 지금이 훨씬 더 신들린 연기를 하고 있잖아요.

-SES와 핑클의 멤버로 동시대에 활동했는데, 혹시 SES가 부른 노래 중에 '우리가 불렀으면 정말 잘했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노래가 있으면 말해 주라.(SES 출신 배우 유진)

▶음, 뭐가 있을까. SES 노래 좋은 게 너무 많은데…. (한참 골똘히 생각하며) 사실 핑클 때도 멤버들끼리 노래방 가면 SES 노래 많이 부르곤 했다. 세 명이 서서 SES 흉내내고 춤추고 그랬다. 아마 SES도 그러지 않았을까.(웃음) 바다가 부르던 파트는 내가 맡았고, 아마 바다도 내 파트를 불렀을 것 같다. SES의 '너를 사랑해'도 즐겨 불렀었는데. 근데 사실 SES 친구들이 우리 핑클보다 덩치도 작고 사랑스러운 면이 많았던 것 같고 그래서 '너를 사랑해'가 좋긴 하지만 그들이 부르는 게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대신 그 노래 뭐더라, 유진씨가 머리에 큐빅 화관 쓰고 나와서 불렀던 노래 있지 않나. (주변 사람들 모두 머리를 맞댄다. 심각한 과거 회상 버퍼링에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 뉴욕에서 찍은 뮤직비디오였는데. 옥상 같은 곳에서 찍고, 머리도 노란 색으로 하고. 아! 'Love'. SES가 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었다'가 아니라 '우리가 해도 잘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할 때 탭연습 하는 걸 지켜보면서 힘든 걸 잘 참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 몇시간씩 탭 슈즈를 신고 움직여야 했으니까. '진짜 힘들다'는 고비가 있었을텐데, 그럴 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겨냈어?(배우 박상원ㆍ'브로드웨이 42번가' 함께 출연)

▶선배님 말씀대로 컨디션 조절도 너무 큰 숙제인 것 같아요. 제가 공연 때 노래를 많이 한다고 해서 목이 쉬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근데 공기가 나쁜 데 있었다거나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을 할 때가 있었어요. 얼마전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던 집에 갔다 왔는데 얼마나 기침을 했는지 몰라요. 첫 곡 부르는데 털이 목에 걸려서 내려가질 않은 거예요. 관객들이 '아 옥주현도 힘든 노래 부르더니 벌써 목이 갔구나' 생각했을까봐 걱정돼요.

담배 연기도 직접적으로 맡으면 한 5일은 노래를 못 불러요. '시카고' 쫑파티 때 너무 많은 분들이 담배를 피워서 다음날 '몬테크리스토' 연습 때 노래가 안 나와서 혼났어요. 배우는 살아있는 악기이고, 최대한 나쁜 공기를 피하는 게 제 나름의 자기관리법이에요.

-주현이는 '시카고' 때도 느꼈지만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참 잘하는 것 같아. 근데 가요계엔 언제쯤 돌아올 생각이니.(가수 인순이)

▶사실 올 봄 앨범을 내는 거였는데 '몬테크리스토' 때문에 계획을 바꿨어요. 전 소속사(엠넷)랑 지난해 11월 계약이 만료였는데 수행해야 할 부분 중에 못 한 게 있어서 봄에 앨범을 하나 더 내기로 했었거든요. '시카고' 연습 하던 무렵에 '몬테크리스토' 음악 CD를 받았어요, 함께 공연할 생각 없냐고. '아마 앨범 작업 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대답하고는 노래를 들어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한 이틀 고민하다가 엠넷에 가서 공연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죠. 다행히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잘 풀려서 '몬테크리스토' 공연을 할 수 있었죠. 아마 가을 쯤에 싱글 앨범을 들고 다시 가수로 돌아가게 될 것 같아요.

-주현씨의 그 넘치는 스태미너의 비결은 대체 뭔가요. 좋은 거 드시는 거 있으면 같이 좀 나눠 드십시다.(뮤지컬 배우 류정한)

▶원래 배우들은 다들 각자 보양식으로 먹는 게 있잖아요. 홍삼이나 개고기 같은. 전 개고기는 못 먹고요. 엄마가 건강원에서 지어주시는 보약을 먹고 있어요. ("근데 정한 오빠가 이거 언제 질문한 거냐"고 물어보며) 류정한 엄기준씨도 하나씩 드려봤더니 좋은 것 같다며 같이 맞춰 달라고 해서 지금은 같이들 먹고 있으면서. 특히 노래하는 사람들의 목에 좋은 게 있어요. 도라지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에요. 엄마가 많이 끓여주세요. 목에 아주 좋아요.

-나랑 연기하면서 좋았어? 파트너로서 어떻게 생각해?(탤런트 겸 뮤지컬 배우 신성록)

▶성록이는 굉장히 덩치가 큰 멍멍이 같아. 덩치 큰 멍멍이들이 의외로 겁이 많잖아. (주변 사람들 모두 폭소를 터트리자 급히 수습하며) 아니 그게 어떤 의미냐 하면, 만화에 나오는 귀 크고 눈 큰 멍멍이들이 더 순진하고 겁많고 잘 놀라고 그렇잖아. 성록이가 키가 크고 외모만 봤을 땐 모델 포스도 있고, 친해지기 전엔 이런 성격인줄 몰랐거든. 실제로는 보기와 다르게 애교도 많고 장난 잘 치고, 정말 순수한 키 큰 강아지 같다고 할까. 편하고 좋아.

-어릴 땐 가수로 성공하고 중간에는 요가 사업으로 성공하고 이젠 뮤지컬로 성공했는데. 앞으로 장래에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는지.(뮤지컬 배우 이건명)

▶요가 사업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론 인생의 쓴맛을 많이 봤었고요. 아무튼 일단 저도 선배님처럼 외국에서 공부할 생각을 갖고 있고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제가 가진 능력을 더 개발해서 후배들을 위해 쓰고 싶어요.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옥주현은 동서울대학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다) 지도자로서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당신의 뒤를 이어서 뮤지컬 배우로서 멋지게 성공을 거둘 것 같은 케이스는 누가 있을까. 남녀 한 명씩 추천을 하자면.(연출가 한진섭ㆍ'브로드웨이 42번가' 연출)

▶아, 감독님. 너무 많아서 한 명을 짚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한 명만 집어 달라고 하자) 글쎄요…. 제가 감히 예상하기론… 아니에요. 예상할 순 없어요. 정말 다들 마음속으로 잘하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아직은 제가 이런 걸 선정한다는 자체가 주제 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딱 한 명만 꼽아서 나머지 후배들을 서운하게 하기는 싫어요. 쑥쑥 자라는 새싹들인데 농약 뿌리면 안되잖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