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1회 비용으로 평생 트레이너 고용하는 방법
[일주일간 써보고 쓰는 리뷰] 디지털 운동 기록기 ‘칼로리 앤 카운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써티핏’
평소 궁금했던 제품이나 있으셨나요? 생활 속 아이디어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일주일 리뷰’를 연재합니다. 톡톡 살아 있는 아이디어를 즐겨 보세요.
1년 전 등록했던 요가학원 회원권이 6월에 만료됐다. 운동 종류를 바꿔 헬스장을 등록해볼까 고민하다 홈트레이닝을 먼저 해보기로 했다. 피트니스클럽에 쓸 돈을 아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홈트레이닝을 돕는 ‘써티핏(30fit)’이다. 디지털 운동 기록기 ‘칼로리 앤 카운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써티핏’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납작한 원 형태의 기기를 바닥에 놔두거나 철제 운동 기구에 붙인 뒤 운동하면 된다. 운동 횟수뿐만 아니라 개인의 체형에 따라 소모되는 열량까지 측정할 수 있다.

홈트레이닝만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3명의 전문 운동 트레이너가 사용자의 운동 기록을 분석해 월 2회 개별 맞춤 운동을 제안해 준다는 점도 솔깃했다. 써티핏을 일주일간 써보며 매일 30분씩 운동했다. 팩트체크가 필요한 내용은 제품을 개발한 정진현 대표에게 취재했다.
리뷰하기 전에? 이거 왜 만들었지?
정진현 대표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섬유 기계 공장에 취직했다. 공장에서 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일을 맡았다. 10년 뒤 2003년 제품 기획 컨설팅 회사를 직접 꾸렸다. 다른 기업에서 신제품 기획 의뢰를 받아 시장 조사, 제품 디자인, 금형 설계, 생산 원가 조율 등의 과정을 거쳐 제품을 구현해냈다.

영화·드라마에 쓰이는 의료기기와 운동기구 관련한 일이 많이 들어왔다. 대표적으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무영등(수술용 LED등) 제작에 참여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맡다 보니 공통적인 빈틈이 발견됐다. ‘운동 기록의 부재’였다.
2019년 10월 매일 30분 운동하자는 의미에서 써티핏(30fit)을 창업했다. 운동 기구 대부분이 소모 열량을 표시하는 데 집중하고 정작 ‘운동 횟수’ 분석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본체 중앙에 레이저 센서를 달아 몸에 부착하지 않아도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다. 런지, 스쿼트, 레그레이즈 등 총 7가지의 운동을 인식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운동 횟수를 음성으로 들으며 운동할 수 있다.
‘써티핏’ 리뷰 노트✔️
◇물수제비 뜨면 딱 좋겠다

써티핏은 납작한 원 형태로 성인 여성의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다. 지름 8cm에 무게 50g, 색상은 블랙, 화이트 2가지 종류다. 촉감이 만질만질해 조약돌 같다는 생각과 함께 물수제비를 뜨면 정말 멀리 가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전원을 켜기 전에 기기와 연동할 앱을 먼저 설치하기로 했다.
써티핏 앱을 다운받고 소셜 로그인으로 터치 두 번 만에 가입이 됐다. 닉네임, 성별, 나이, 키, 체중을 입력하자 홈 화면이 떴다. 제품을 꾹 눌러 전원을 켜고 기기를 블루투스로 연결했다. 초기 세팅은 이걸로 끝이다.

사이클, 팔굽혀펴기, 스쿼트, 윗몸일으키기, 레그레이즈, 플랭크, 런지 등 7가지 메인 운동을 제공한다. 앱에서 각 운동을 터치해 세부 화면에 들어가면 사용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런지 동작을 할 때는 뒤에 놓인 다리의 무릎이 향하는 지점에 기기를 놓고 운동하면 기기가 동작을 인식해 운동 횟수를 기록해준다.
◇이런 동작도 스쿼트라고 할 수 있을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거실에 섰다. 요가 할 때 쓰던 매트를 거실에 깔았다. 기본 중의 기본 동작인 스쿼트부터 해보기로 했다. 앱에서 스쿼트 세트 모드를 1세트에 10회씩으로 설정하고 기기를 엉덩이가 향하는 쪽 바닥에 뒀다. 동작을 할 때마다 화면 속 숫자가 하나씩 늘었다.
어떤 원리로 동작을 인식하는 건지 궁금해 일부러 엉덩이를 덜 낮추거나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여 정확하지 않은 자세를 취해봤다. 올바른 동작이 아니면 숫자는 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레이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기기 중앙에서 나오는 레이저 빛이 반사되면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원리입니다. 어떤 움직임을 횟수 1회로 인정할 건지 판정구간을 정하기 위해 피트니스 클럽에 찾아가 성별·운동 경력·체형별로 다양한 사람을 선정해 15명을 모아 실험했습니다. 동작을 취할 때 피실험자의 무릎이나 엉덩이 등 신체 부위가 땅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재서 알고리즘을 완성했습니다.”
앱에 가입할 때 입력했던 키와 몸무게를 기준으로 칼로리 소모량도 계산해 준다. 기존에는 국민 평균치인 ‘스쿼트 10분에 60㎉’라는 정보가 전부였다. 써티핏으로 스쿼트를 하면 155cm 56kg 여성 기준 ‘20회에 2.7㎉’라는 보다 정확한 값을 받아볼 수 있다.
◇혼자서도 잘해요

혼자 운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운동 동작들을 직접 구성하기란 쉽지 않다. 초보자라면 프리셋 모드를 활용할 수 있다. 타깃 부위에 따라 여러 동작을 적절하게 섞어 놓은 프로그램을 기기가 안내한다. 나오는 목소리대로 운동을 하면 된다.
초급·중급·고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운동 횟수가 늘고 그만큼 예상 소모 열량도 많다.
프리셋 모드의 ‘초급-몸의 중심 코어 속근육 운동’을 해봤다. 런지, 스쿼트, 팔굽혀펴기, 플랭크, 윗몸일으키기, 레그레이즈를 각 4~12회 반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세트가 끝날 때마다 30초씩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엔 휴식 시간을 느긋하게 보냈지만 후반부가 될수록 30초가 너무 짧게 느껴졌다.
한 동작이 끝나면 다음 동작을 위해 기기 위치를 조금씩 옮겨줘야 한다. 몇 번 기기를 옮긴 후에야 기기를 옮기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게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차피 다음 동작을 위해선 자세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내 운동 속도는 내가 정한다

헬스장에서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트레이너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중도 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혼자서 정신없이 운동하다 보면 ‘지금까지 몇 번 했더라?’하며 운동 횟수가 헷갈리고 동시에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해’란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홈트레이닝을 처음 해보는 건 아니다. 유명한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열심히 따라 해 본 적도 있다. 40분짜리 영상을 틀어놓고 20분 만에 포기하고 주저앉기 일쑤였다. 써티핏으로 운동할 땐 내 속도에 맞춰 운동할 수 있었다. 숨이 아주 가쁠 땐 운동 중간에 1~2번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다시 동작을 취하면 되고 그에 맞춰 카운팅 소리가 들려온다.

7가지 동작 외에도 좀 더 다양한 동작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정 대표는 “올여름까지 버피테스트, 브릿지 등 15가지 운동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판정 기준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데 가능한 한 모든 운동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기기 하나에 9만9000원이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개인 PT 1회 가격이 트레이너에 따라 8만원에서 10만원이라는 안내 글을 본 이후 헬스장 등록은 없던 일이 됐던 나였다. 당분간은 홈트레이닝으로 충분히 운동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