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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다른경험/[정덕구]한국의 경재생태계

"韓日, 미래로 가는 다리 끊겨선 안 돼"

"韓日, 미래로 가는 다리 끊겨선 안 돼"

양국은 영원히 함께 갈 관계…과거 앙금이 장애 되면 곤란
동북아 위험 고조되는 상황…`위안부` 지금 제기 필요있나
중국은 `힘 논리` 따르는 나라…한국은 대응할 국력 키워야

  • 안두원 기자
  • 입력 : 2017.12.28 17:33:30   수정 : 2017.12.28 23: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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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파워매트릭스' 펴낸 니어재단 정덕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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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는 미래 지향적으로 가야 합니다. 일본과는 경제적으로나 외교·안보적으로나 영원히 뗄 수 없지 않습니까. 과거의 앙금을 정리하는 것은 좋지만 미래로 갈 다리를 끊어서도 안 되죠."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최근 발간한 '동북아시아의 파워매트릭스'는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 주변국들 사이에서 생존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한국·중국·일본은 과거사와 냉전 질서의 유산,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대립 등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다. 이처럼 복잡한 관계 속에 북핵이라는 난제가 더해졌다.
책의 부제는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선 한반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고받는 말폭탄으로 2017년 내내 한반도 정세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니어재단은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중·일 지역 협력 구도가 필요하며 역사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전문가 토론을 진행했고 그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정덕구 이사장은 2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일본은 독일에서 전후 문제 처리에 대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과거에 갇혀 있는 국가 지도자가 아닌 세계로 나아갈 생각을 가지고 역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지혜와 예지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북핵 문제는 결국 종결될 것"이라며 "한반도 미래의 청사진이 가장 중요한데 분단 고착화로 가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일을 꼭 해야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며 "굉장히 무서운 얘기다. 우리나라가 빠진 채 진행됐던 휴전협상과 같아지는 치명적 사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북아시아의 역학관계(파워매트릭스)가 매우 혼란스럽다고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미국의 핵심 이익은 북핵 제거이고, 중국의 핵심 이익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주도를 깨는 것"이라며 "혼돈과 표류의 상황에서 어떻게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체제를 갖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운전석에 앉으려면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며 "미·중 간 패권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미국과 중국 양쪽에 신의를 잃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한·미·일·중·러 5개국이 국가이익과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분열되면 그 틈새를 파고들어 북한체제가 온전하게 되는 것"이라며 "5개국이 시선을 한데로 모으지 않으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한일 간 중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내부적으로 정부와 군의 주도하에 그런 것(위안부)이 자행됐다고 알면서도 정부가 이를 인정하면 파열음이 굉장히 크다"며 "특히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일왕이라는 상징적 존재를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이 문제를 국내적으로 굉장히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서 공표하니까 (과거사를)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 불신을 받는 것"이라면서도 "동북아시아에서 북핵 문제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한일 안보협력 내지 한·미·일 협력 구도를 저해하면서까지 굳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할 필요는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일단 휴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동북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중국의 실체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중국 경제는 후진타오 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수출품이 없으면 불편할 정도로 우리와 격차가 있었다"며 "그 후 엄청나게 돈을 퍼부어서 따라붙었고 이제는 '한국이 없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과의 외교관계에서 힘의 기본은 산업 경쟁력"이라며 "강하면 중국이 정치적으로 함부로 못한다. 근본적으로는 국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사드 보복은 중국의 본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계기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정 이사장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힘의 논리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고, 국제사회에서 힘을 통해 존재하고 싶어하는 '하드파워' 국가임을 학습을 통해 바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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