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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기본 기술] 눈 + 걷기 + 건강/[문고리권력] 문밖의 권력 ?

[최보식 칼럼] '문고리 3인방'보다 더 소중한 대상

[최보식 칼럼] '문고리 3인방'보다 더 소중한 대상

  • 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 2015.01.23 03:00

    비서 3인방의 억울함만 크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보다 더 억울한 국민이 수두룩하다
    국민이 목적이고 3인방은 그 도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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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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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도 '선동 언론 종사자'로 분류될지 모르겠다. 몇몇 보수 인사가 "한낱 '찌라시'로 밝혀졌는데도 대통령을 계속 흔들고 있다" "선동 언론이 누굴 물러나라며 '인사권'을 행사한다" "여론과 소통을 핑계 삼아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퇴진' 주장은 악의(惡意)를 갖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런 논리의 합당성 여부를 따지기보다 다른 생각부터 들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왜 몇 달 내내 '김 실장과 3인방 퇴진'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지, 시간이 남아돌아 그러는지, 그럴 만한 가치라도 있는 건지 하는 점이다. 돌아보면 초라해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 대통령이든 국민이든 어느 한 쪽에서 벌써 손을 들고 끝냈어야 했다.

    늦었지만 국민에게 단념하라고 설득하고 싶다. 세상 사람은 자신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 비선(�線) 실세 개입 문건' 파문이 터진 뒤 금방이라도 대통령의 '인적 쇄신' 결단이 나올 것으로 봤으니까. 그게 일반 상식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정확히 알면 상식이 바뀐다. 당시 한 선배 언론인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이 참모를 바꿀 것 같나?" "아마 안 할 겁니다." "장담하지.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그대로 갈 걸세. 사람은 쉽게 안 바뀌지. 철 들면서 평생 저렇게 살아왔고 우리가 찍을 때도 그가 어떻게 할 건지 예상하지 않았나." "당선되면 안 달라지겠나 하는 일말의 기대는 걸었지요." "대통령이 됐다고 그 스타일이 바뀔 리 없지." "안 바뀌는 대통령을 국민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답이 있겠나. 국민이 참고 참는 수밖에는."

    이날 대화는 본의 아니게 신년 회견 내용을 맞힌 격이 됐다. 대통령은 "세 비서관은 묵묵히 고생하면서 그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했다.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내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 말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대통령은 이들과 17년간 동고동락했다.

    '청와대 문건 파문'의 한 당사자였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내가 대통령의 옷이라면 3인방은 대통령의 피부"라고 표현했다. 옷은 언제든지 벗으면 된다. 하지만 피부는 자신의 일부가 됐다. 특정 부위의 피부를 벗겨 내는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없다면 과연 누구와 같이 일할 수 있겠는가. 이런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려줘야 한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박정하다. 자신들의 마음을 먼저 대통령이 헤아려주기를 원할 뿐이다. 지지율 35%는 그런 의미다.

    이제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 개편과 특보단 구성을 앞당겨 불을 끄려고 한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 '김 실장과 3인방'을 대통령이 어떻게 할 것인가만 지켜볼 뿐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이들을 끌어안고 '마이 웨이'를 할 수 있다. 대신 "올해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실질적으로 실천하는 해가 된다. 이 기회를 꼭 살려야 하겠다"는 국정 계획은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소모적인 논쟁도 계속 끌고 갈 각오를 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대통령은 가장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집권 전반 2년을 인사 문제와 불통(不通) 논란으로 몽땅 날렸다. 피해 갈 수 있는 곳에 시간과 정력, 자존심을 다 털어 넣었던 것이다. 역대 정권 중에서 일을 해보기도 전에 일할 사람을 뽑는 문제로 이렇게 시끄러웠던 정권은 드물었다. 이런 국정 운영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으면 대통령은 이들을 곁에 두는 게 옳다.

    대통령은 3인방의 억울함만 크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보다 더 억울한 처지의 국민이 지금 수두룩하다. 대통령에게는 3인방보다 훨씬 더 소중한 대상이 국민이다. 더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대상도 국민이다. 국민이 목적이고, 3인방은 국민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물론 이들의 자리를 다른 인물로 교체한다고 나아지라는 법은 없다. 바뀐 사람이 꼭 더 잘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분위기는 바뀔 것이다. 국민을 누르고 있는 답답증도 좀 풀릴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도 대통령의 통치 능력이다.

    이쯤 되면 3인방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게 옳다. 대통령이 대국적 판단 앞에서 머뭇거릴 때 17년간 '충정(衷情)'으로 모셔온 비서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것이다. 대통령의 부담으로 남을 건가, 대통령의 부담을 스스로 덜어줄 건가. 그 선택에 의해 집권 3년 차의 대통령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고, '국가적인 일'이 아닌 소모적인 논쟁에 발목을 계속 붙들어 맬 수도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