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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기본 기술] 눈 + 걷기 + 건강/[문고리권력] 문밖의 권력 ?

[동서남북] 문고리 권력, 문밖의 권력

[동서남북] 문고리 권력, 문밖의 권력

  • 배성규 정치부 차장

    입력 : 2015.01.15 03:06

    
	배성규 정치부 차장 사진
    배성규 정치부 차장

    작년 말

     

     

     

     

     

     

     

     

     

     

    작년말 '정윤회 문건' 파문과 13일 불거진 '문건 배후 K·Y' 논란을 보면 '문고리 권력'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 등 3인방, '십상시(十常侍)'로 불리는 핵심 행정관들을 문고리 권력으로 부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소통 경로의 중심에 이들이 있다.

    청와대 문건을 놓고 벌어진 두 사건의 공통점은 문고리 권력과 '문(門)밖의 권력' 간의 알력 다툼이라는 점이다. 정윤회 문건 파문에서 표면적 공격 대상은 비선(秘線) 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씨지만 실제 타깃은 '3인방'과 '십상시'였다. 문고리 권력에 끼지 못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공격에 앞장섰다. 청와대 밖의 박지만 EG 회장은 문고리 권력과 대척점에 섰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싸움에 가세한 모양새가 됐다.

    이번 '문건 배후' 논란에선 공수(攻守)가 뒤바뀌었다. 공격한 쪽은 십상시 멤버로 지목된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이고, 공격당한 쪽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다. 음 행정관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이 문건 파동의 배후"라고 말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김 대표나 유 의원이 조응천 전 비서관과 접촉했다고 문제 삼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비록 술자리이긴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여당 대표까지 비판할 정도로 문고리 권력의 영향력이 커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또 박근혜 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청와대 보좌진과 정부·여당이 소통·협력하는 관계가 아니라 경쟁하며 반목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과거 청와대에서 불거졌던 '문고리' 논란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박 대통령은 3인방에게 잘못이 없다고 했고 십상시 의혹도 부인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박 대통령이 정부·여권 인사들과 접촉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보면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2011년 친박 최측근 의원이 한나라당 당직에서 물러나 있던 박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는 '3인방'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참 후에야 3인방 중 한 명이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을 연결해 줬다. 최측근 실세조차 3인방을 통해야만 박 대통령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도 새누리당에선 "친박 실세라도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거나 통화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나온다. "대통령을 직접 본 게 몇 번 안 된다"는 정부·청와대 고위 인사도 적잖다. 여권 실세가 사석에서 3인방에게 "박 대통령에게 내 뜻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3인방에겐 각종 정보와 민원이 몰리는 반면 정부·여당은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결정되는지 몰라 갑갑해한다. 이 과정에서 문고리의 힘은 커지고 문밖의 불만은 쌓여 가는 것이다. 문고리에 과도한 힘이 쏠리면 내부 갈등은 필연적이다. 이는 3인방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특이한 소통 방식과 통치 스타일의 문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3인방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정말 대면 보고가 필요하냐"고 했다. 대통령이 이 문제에 계속 눈감는다면 문고리와 문밖 권력의 알력은 언젠가 곪아 터질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