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탁구 기본 기술] 눈 + 걷기 + 건강/[청와대] 민심과 대통령 인식 차이

[사설] 대통령 인식과 民心의 큰 격차 어떻게 메꿀 건가

[사설] 대통령 인식과 民心의 큰 격차 어떻게 메꿀 건가

입력 : 2015.01.13 03:00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부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 대통령의 모두(冒頭) 발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경제'였다. 작년 회견 때보다 이 단어를 언급한 횟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박 대통령은 새해 소망으로 "(올해부터 시작되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서 그 결실을 국민 여러분께 안겨 드리고 싶다"고 했다. '훗날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경제를 다시 한 번 일으켜서 이 나라의 부흥을 반드시 이뤄내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닦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면서 그동안을 돌아보면 저는 국가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 한순간도 마음 놓고 쉰 날이 없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에게 신년 회견은 이런 자신의 염원(念願)을 국민과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저도 노력하겠지만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다 같이 마음을 모아야 한다.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이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길에 나서야 한다"며 "광복절 70주년인 올해는 남북이 자유로이 왕래하고 유라시아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견 내내 국민 모두가 경제 재도약과 통일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당부를 거듭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선 지난해 11월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다룬 청와대 문건이 유출되면서 불거진 비선(秘線) 논란과 대통령의 소통 부족 등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국민이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 논란에 대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보는 박 대통령의 생각은 '찌라시 수준의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던 종전 입장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주요 부문의 특보단(特補團)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청와대 조직 개편을 약속했지만 그간 여권 안팎에서 제기된 인적(人的) 쇄신 요구는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해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고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했다"며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서 그 문제들을 먼저 수습하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교체 가능성을 열어 놨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당장 물러나게 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함께 일해오다 지금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비서관'에 대해선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과 야당 이런 데에서 '무슨 비리가 있나, 이권(개입한 것이) 뭐가 있나' 샅샅이 오랜 기간 찾았으나 그런 게 없지 않았느냐"면서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고 이들을 적극 두둔했다. 사실 이 세 명을 부담스러워하고 우려를 쏟아낸 것은 다름 아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들에 대한 무한(無限) 신뢰를 표시했다. 이들이 대통령을 보좌(補佐)하며 정책 실패, 인사 실패가 발생하거나 이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어떤 문제가 터지면 그대로 대통령에게 정치적 직격탄(直擊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회견은 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말과 국민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정반대로 엇갈렸다. 대통령의 인식과 세상 민심(民心) 사이에는 선뜻 메꾸기 힘든 커다란 간극(間隙)이 존재한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올해가 경제를 되살리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의 남동생과 정윤회씨를 비롯한 가신(家臣) 그룹이 뒤엉켜 온 국민 앞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일을 모두 '조작'으로 규정하고 이 일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을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이 자신이 추진하는 경제 도약과 통일 준비에 국민이 함께해주기를 원했다면 대통령부터 바뀌고, 권력 주변에 대한 철저한 쇄신을 먼저 약속하는 것이 일의 순서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역(逆)발상에 가까운 접근을 보여줬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내는 일은 이제 온전히 대통령의 몫이 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