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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박전국세청고위직찌라시보고]/[청와대] 대통령* 전직장관반란

[사설] 대통령-전직장관의 충돌, '국정 亂脈' 어디까지 갈 건가

[사설] 대통령-전직장관의 충돌, '국정 亂脈' 어디까지 갈 건가

입력 : 2014.12.06 03:02

작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및 체육정책과장의 교체 배경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당시 장관이 치고받는 일이 벌어졌다. 행정부 실무자 인사를 둘러싸고 이런 공개적 다툼이 전개되는 것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본지 e-메일 인터뷰에서 두 실무자 교체가 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이었으며, 대통령 측근 정윤회씨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작년 5월 정씨 딸이 출전한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불공정 시비가 일어나자 대한승마협회를 조사해 정씨 측과 상대 측이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린 것"이라며 "정씨 입장에서는 상대방만 처리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문체부가) 안 들어주니까… 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대통령 대면(對面) 보고 때 박 대통령이 이 국·과장에 대해 "나쁜 사람들이라더라"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정윤회씨가 아니라 민정수석실 보고를 받고 유 장관에게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작년 5월 태권도장 관장 자살 사건 이후 정부 차원에서 체육계 적폐 해소를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민 대변인은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그 원인이 담당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처에 따른 결과라고 보고받고 8월 21일 유 장관 대면 보고 때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내라고 지적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유 장관이 일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사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정윤회씨와 관계없는 일이며, 오히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제기한 사안이라는 게 청와대 주장이다.

현재로선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국민에게 충격적인 것은 대통령이 실무자급 공무원에 대해 직접 언급한 사실이 공개된 점이다. 전직 장관이 재임 중 인사를 놓고 대통령과 그 측근을 정면 겨냥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처음 보는 광경이다. 더구나 유 전 장관은 자신과 함께 일하던 문체부 김종 2차관에 대해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등에 업고 인사(人事) 장난을 쳤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폭로성 발언이 과연 적합한 처신인지 논란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발언 내용이나 표현을 보면 그가 장관 시절 청와대의 인사 개입에 장관으로서 얼마나 한계를 느꼈을지 짐작이 가기도 한다.

이번 정권 들어서는 인사에서 억울하게 피해를 보았다는 고관(高官)들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전직 기무사령관도 억울하다 하고 있고, '문고리 권력'에 밀려났다는 사람도 많다. 정권 출범 2년도 다 되지 않은 시기에 공개적으로 인사 불만이 집중 표출되는 일도 처음이다. 이들이 말하는 것이 오해일 수도 있고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핵심에 있었던 사람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문제가 인사(人事) 불만과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 개입인 것을 보면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병폐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을 얼마나 잘살게 해줄 것인가 같은 문제로 다퉜다면 국민이 상당 부분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인사 다툼은 자리싸움이고 결국 권력 쟁탈전이다. 인사권을 휘두른 쪽이나 억울하게 당했다는 쪽이나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적(私的)으로 휘두르려고 했던 권력욕(權力慾)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국민이 이번 사태를 보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