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03 05:09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의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던 박모 경정으로부터 '정윤회 동향' 문건을 보고받은 뒤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이를 알린 사람이다. 대통령 비선 실세로 의심받아온 정씨가 이 비서관과 정호성 1부속비서관, 안봉근 2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과 김 비서실장 퇴진 방안을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지시까지 했다는 내용이다. 문건이 공개된 뒤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몇 년간 연락을 끊어왔다"며 펄쩍 뛰었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의 증언은 정씨와 세 비서관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해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씨는 조 전 비서관의 인터뷰가 나오자 "통화는 했지만 만난 적은 없다"고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조 전 비서관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쯤 청와대에 내정된 경찰관 1명을 검증해 '부담(스럽다)' 판정을 내렸더니 안봉근 비서관이 전화해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묻더라"면서 "당시 경찰 인사는 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했다. 2부속실은 대통령 수행과 민원 처리를 맡는 부서로 경찰 인사에 관여할 어떤 권한도 없다. 조 전 비서관 말대로라면 안 비서관이 명백한 월권(越權)을 한 것이다. 그러잖아도 여권 안팎에선 "문고리 3인방이 각각 경제 부처와 금융기관, 국정원·경찰 분야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3인방 가운데 이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멤버이기도 하다. 얼마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의 친구인 기무사령관이 전격 경질되고, 국정원 기조실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해임됐다가 번복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도 '3인방' 개입설이 나왔었다.
조 전 비서관은 정부 인사와 관련해 "급박하게 검증 지시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아예 검증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올봄에 청와대 행정관들을 선임행정관(2급)으로 승진시키는 인사가 있었는데 이 총무비서관에게 '인사 검증 대상이니 미리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냥 발표가 나버렸다"고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숱한 인사 실패가 있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조차 "저 사람이 누구냐"는 말이 나올 만큼 검증되지 않은 결격(缺格) 인물들이 고위직에 발탁됐다. 이 정권서 벌어진 대부분의 인사 파문은 이런 '깜짝 쇼'와 부실 검증의 결과다. 이날 나온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은 청와대의 공식 검증 절차까지 생략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보이지 않는 손'이 인사에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든다. '북핵(北核) 옹호' '반미(反美)' 논란에 휩싸여 있는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인사도 그 결과 중 하나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의 처신에도 문제는 있다. 그는 정윤회 문건을 만든 박모 경정이 경찰로 복귀하자 '박지만 관련 업무는 계속 챙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도 문건 유출과 관련해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공개한 3인방의 월권 의혹과 인사 난맥상의 진상을 분명히 밝히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청와대가 이 부분은 모른 척하며 조 전 비서관을 향해 "바깥에서 일방적 주장을 펼칠 게 아니라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한 것은 책임 회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청와대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제보박전국세청고위직찌라시보고] > [조응천비서관]정윤회문건60%신빙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윤회 文件' 파문] 정윤회 "秘線 실세 의혹, 호사가들이 떠드는 얘기" (0) | 2014.12.03 |
---|---|
불붙은 場外 폭로전… 정윤회·조응천의 진실게임 (0) | 2014.12.03 |
조응천 전 비서관 "정윤회 문건 60% 이상 신빙성 있다" (0) | 201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