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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박전국세청고위직찌라시보고]/[정윤회] 안개속 미스터리과거이력?

言論 역할 이해 못하는 정윤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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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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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논설위원

국가는 진실을 밝히는 데 대체로 소질이 없다. 그쪽으로 효율적인 통치 조직도 아니다. 무엇보다 국가는 생물체처럼 제 몸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강하다. 국가는 체제 존속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진실을 덮기도 한다. 어떤 형태의 체제든 비슷하다. 국가가 불리한 진실을 숨기려 했던 사례는 널렸다. 국가가 스스로 국가 종복(從僕)의 비리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일도 보지 못했다.

어떤 일이 터졌을 때 국가를 상징하는 최고 통치자가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검찰에 주문하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권력의 꼭짓점이 아무리 노력해도 국가라는 몸통이 갖는 속성을 완벽하게 거스르진 못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특정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권력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그리고 청와대 내부에서 터진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검찰도 국가다. 국가가 갖는 삼엄한 존재 이유가 도전받았을 때, 국가 건립의 토대로 쌓아놓은 법질서가 흠집났을 때 검찰은 그것을 바로잡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검찰은 국정원이나 세무서도 파헤치고, 국회의원도 잡아가고, 법관에게 죄를 추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자기 인사권을 쥔 청와대를 들여다볼 때도 동일한 권능과 원칙이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 그런 용기와 의지도 인사권 앞에서 힘이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VIP 측근 동향' 보고서 파문의 핵심 인물인 정윤회씨가 어제 한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검찰이 진실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걱정에 대해 정씨는 검찰을 두둔한 뒤 "(언론이)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했다. 정씨는 "(언론이) 헛소문에 맞춰 광대의 춤을 춘다"고도 했다. 대통령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고 책망했다.

대통령은 확인 지시만 내리면 금방 진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기자는 그렇지 못하다. 365일 24시간 온 힘을 기울여 취재해도 진실은 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그림자도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현장 기자들은 팩트 한 조각을 건져내려고 불구덩이에도 뛰어든다. 국가가 감추려는 흐릿한 진실의 실루엣을 조금이라도 더 명확하게 그릴 수만 있다면

 

그까짓 광대춤인들 못 추겠는가.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언론이 달려들지 않았다면 세월호의 구조적 문제를 잉태시킨 유병언 일가의 비리가 실체적 진실을 어디까지 드러냈을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진실이 어디까지 드러났을까.

나는 국가 덕분에 혜택을 받을 때보다 국가 때문에 고통을 받을 때 국가를 느낀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탓이라면 어쩔 수 없다. 국가가 진실을 파헤칠 때보다 오히려 국가가 진실을 덮을 때 나는 국가를 느낀다. 역설적으로 그게 국가답다. 기자로 살아왔기 때문이라면 비판을 달게 받겠다.

그러나 다행이다. 국가는 진실을 마냥 덮기만 하다가는 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구보다 최고 통치자가 그걸 절감한다. 국가는 그럴 때 언론이라는 거울에 제 몸을 비춰본다. 진실을 파헤치는 쪽도 고통스럽다. 우리가 국가를 느끼고, 국가 스스로 국가임을 깨닫게 해야 할 때 광대춤을 추는 언론이 곁에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