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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구(미국).추신수.류현진.박찬호.

류현진 슬라이딩, 美 현지의 시각은?


류현진 슬라이딩, 美 현지의 시각은?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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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9.01 14:31

    
	류현진 슬라이딩, 美 현지의 시각은?
    류현진(26, LA 다저스)이 투구나 타격뿐만 아니라 슬라이딩으로도 화제를 일으켰다. 투수가 슬라이딩을 하는 것에 대해 다소간 논란이 있을 법도 하지만 현지에서는 당연한 일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류현진의 투지를 칭찬하는 이들도 있었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2회 안타·타점·득점을 모두 쓸어 담는 만능 활약으로 다저스타디움의 만원관중들을 열광케 했다. 0-1로 뒤진 2회 2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상대 선발 에릭 스털츠의 직구를 제대로 잡아 당겨 전진수비를 하고 있던 좌익수 구스만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류현진은 그 다음 상황에서도 팬들의 시선을 붙잡아 놨다. 푸이그의 타구가 내야를 넘기는 사이 류현진은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들었다. 평소 보기 드물었던 전력질주였다. 타이밍상으로는 아슬아슬했지만 포수 헌들리가 공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류현진은 홈에서 살았다. 류현진은 본능적으로 슬라이딩해 홈으로 들어왔고 이 광경을 본 팬들은 기립박수로 류현진의 질주를 격려했다.


    경기장은 물론 기자실도 술렁거릴 정도의 질주였다. 다만 슬라이딩 자세가 다소 위험했다는 지적은 있었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 7년 동안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다. 주루 플레이를 할 일은 거의 없었다. 당연히 훈련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슬라이딩 자세는 다소 엉성했다. 부상 위험도 있었다. 류현진도 경기 후 “창피했다”라고 미소 지으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슬라이딩을 했는데 이상하게 된 것 같다.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쑥쓰러움과 달리 이 플레이는 현지 언론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주 진지하게 열심히 했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베테랑 기자인 KTNQ의 알렉스 루소는 “류현진의 플레이가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루소는 “타구 판단도 좋았고 홈에서의 슬라이딩도 훌륭했다”라고 했다. 루소는 류현진이 한국에서 주루 플레이를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슬라이딩은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멋있다고 훌륭한 것은 아니다”며 웃었다.

    부상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에는 “투수도 루상에 나가면 엄연한 주자다. 빠르고 느림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여 투수가 대주자로 나가면 무리한 플레이를 자제시키는 국내와는 다른 정서임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루소는 “예전에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도 주루 플레이를 열심히 했던 선수다. 그의 주루 센스와 기본기도 뛰어났다”고 떠올렸다.

    어찌 보면 격세지감이다. 류현진은 시즌 첫 경기였던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관중들에게 호된 야유를 받았다. 땅볼을 친 뒤 1루로 전력질주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런 류현진이 시즌 막판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은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주루 플레이로 언론과 팬들의 호감을 사로잡고 있다. 점점 발전하는, 그리고 입지를 넓혀가는 류현진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