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위협, 9·11 직전과 비슷" 美 초긴장

"알카에다 위협, 9·11 직전과 비슷" 美 초긴장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입력 : 2013.08.06 03:01

美, 중동·아프리카 19개 공관 폐쇄 조치 10일까지 연장
"과잉 대응으로 공포 조장" 일부선 역효과 우려도

국제 테러 조직 알 카에다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미국과 프랑스·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일부 재외 공관의 폐쇄 기간을 연장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특히 알 카에다의 제1 공격 목표로 우려되는 예멘 중부 바이다에서 4일(이하 현지 시각) 알 카에다 요원으로 추정되는 저격수 2명이 예멘 육군의 정보 담당 중령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본격적인 '공격 신호'가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바이다는 알 카에다의 예멘 내 주요 근거지이며 미국은 드론(drone·무인기)을 이용해 이 지역을 보복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AP가 전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테러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 있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4일 무장 병력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있는 해외 공관 19곳을 오는 10일까지 임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미국 내에선 이번 공격 위협 징후가 2001년 9·11 테러 직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공화당 간사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주) 의원은 4일 NBC방송에 출연해 "최근 수년간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9·11 테러 직전 본 것을 거의 그대로 연상시키는 첩보"라고 말했다. 그는 "(알 카에다 조직이) 최근 엄청나게 많은 교신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9·11 당시에는 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대응)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마이클 맥콜(공화·텍사스) 하원 국토안보위원장도 "이는 9·11 테러 이후 가장 구체적이며 신빙성 있는 테러 위협에 속한다"고 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더치 루퍼스버거(메릴랜드) 의원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이 최근 입수한 첩보는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지도부의 테러 위협이며, 대규모 공격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낸 피터 킹(공화·뉴욕) 의원도 "테러 위협 첩보는 대규모란 점이 분명하고 날짜도 나와 있다. 정보 당국은 중동 지역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테러 위기감이 높아지자 미 국무부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공관에 4일 하루 동안 취했던 일시 폐쇄 조치를 1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운영이 중단되는 공관은 예멘 수도 사나의 미국 대사관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두바이, 요르단 암만, 이집트 카이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리비아 트리폴리 등 19곳이다.

한편 미 정부의 과잉 대응이 오히려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도하센터의 샤디 하미드 연구원은 "공관 폐쇄 조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앞으로도 테러 첩보가 입수될 때마다 공관을 폐쇄할 수는 없다. 테러 조직은 이를 역이용해 미국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